[361호] 한국교원대학교, 한국교육의 중심인가 교원양성의 중심인가?
발행: 2013. 11. 25.
대학본부 앞에 세워 놓은 육중한 바위 위에는 ‘한국교육의 중심’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이 말은 개교 이래 우리 대학이 줄기차게 지향해왔던 목표로서 우리의 정체성을 가장 잘 표현해주고 있다. 우리 대학의 구성원 모두는 ‘한국교육의 중심’이라는 자랑스러운 가치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공통 가치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 대학은 스스로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이 소중한 가치에 부합하는 방향에서 운영되고 있을까? 최근 수년 동안 우리 대학이 걸어온 길을 돌이켜 보건대, 안타깝게도 우리는 부정적인 대차대조표를 받아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 지점에 이르렀을까?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분명 우리 대학이 최근 몇 년간 최고 경영 목표로 공개적으로 표방해 온 ‘임용률 제고’라는 정책 때문일 것이다. ‘임용률 제고’라는 가치는 우리 대학의 기본 운영 목표가 아니라 ‘한국교육의 중심’이라는 가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결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 대학은 ‘한국교육의 중심’이라는 핵심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 아니라, 본말을 전도시켜 ‘임용률 제고’ 정책을 통해 단순히 ‘교원양성의 중심’을 지향해왔다. 물론 교원양성 기능을 일부 수행해야하는 우리 대학이 임용률 제고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최근 우리 대학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임용률이라는 잣대는 다른 모든 가치를 압도하는 절대적 기준으로 작용해왔다는 점이다. 이렇게 여러 해를 거치면서 우리 대학은 이제 단순한 임용시험 준비기관이 되어버렸다.
우리 대학은 거시적 안목에서 우리나라 교육의 철학적 토대를 창출하고 교육의 구체적 방향을 정립한다는 목적으로 설립된 만큼, 학교 운영의 기본 방향 또한 그에 부합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우리 대학이 지금껏 추구해왔고 앞으로도 그래야 할 학교의 최고 이념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이런 경향은 현 총장 체제 하에서 더욱 더 가속화되고 있다. ‘한국교육의 중심’이라는 우리 대학의 궁극적 지향점은 어떤 한 사람이 개인적인 생각을 이유로 함부로 훼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건강한 사회의 의사결정은 여러 생각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는 과정에서 어려운 과정을 거치더라도 구성원들 사이의 합의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학교 운영의 기본 방향도 당연히 그러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우리 대학은 다수의 구성원들과 대학 본부 사이의 소통이 단절된 이상한 조직이 되어 버렸다.
우리 대학 설립의 한 모델이 되었다는 파리고등사범학교 역시 애초에 국가의 미래를 담당할 교육자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그런데 이 대학은 임용시험에 학교의 운명을 걸지 않고 순수 연구교육기관을 지향해왔다. 그 결과, 이 대학은 프랑스 교원양성의 중심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는 순수 인문과학과 자연과학의 최고 산실로서 프랑스 교육의 중심이 되었다. ‘임용률 제고’라는 가치가 아무리 중요하다고해도, 그것은 거시적 차원에서 우리나라 교육 철학과 방향을 이끌어야 하는 우리 대학이 지향해야 할 가치의 일부분이어야 한다. 지금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대학의 기본 가치인 ‘한국교육의 중심’이라는 정체성에 반하는 방향으로 학교를 운영해서는 안 될 이유가 여기 있다.
학교의 모든 구성원들 역시 이 시점에서 우리나라 교육 환경에서 한국교원대학교의 존재 이유에 대해 다시 고민해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 대학의 장래와 그 구성원 각자의 자부심과 관련하여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한다. 그것은 ‘임용률 제고’라는 외부에서 주어진 지엽적인 틀에 갇혀 ‘교원양성의 중심’을 지향할 것인가, 아니면 애초에 우리 대학의 설립 이념대로 국가 교육의 철학과 방향에 대해 연구하고 교육하는 ‘한국 교육의 중심’을 지향할 것인가 사이의 선택이다. 우리 모두는 더 심각한 상황에 이르기 전에 우리 대학의 정체성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며, 대학 운영자들은 현재의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는 사고와 정책을 지금 여기서 내려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