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9호] 이야기를 입은 건물, 윤동주 문학관
윤동주 시인의 삶으로 다시 태어난 폐건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 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이 구절은 어머니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나타난 윤동주 시인 의 ‘별 헤는 밤’ 중 일부다. 27년이라는 짧은 생을 산 윤동주 시 인의 시와 인생을 느끼고 싶다면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왕산 자락에 위치한 윤동주 문학관을 찾아가보자.
◇ 버려진 수도가압장과 물탱크, 그리고 윤동주 시인의 삶 2012년 7월 25일에 문을 연 윤동주 문학관은 본래 버려진 청운수도가압장과 물탱크였다. 윤동주 시인은 연희전문학교 를 다니던 시절, 지금의 윤동주 문학관 아랫마을에서 하숙을 하며 인왕산을 산책했다. 건축학과 출신의 제33대 김영종 종 로구 구청장이 이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버려진 청운수도가 압장과 물탱크를 윤동주 문학관으로 개조했다. 청운수도가압장과 물탱크를 윤동주 문학관으로 개조하는 과정에서 건물을 허물거나 다시 짓지 않고 기존의 건물을 그 대로 활용했다. 제1전시실은 기계실이었고, 제2전시실과 제3 전시실은 물탱크로 쓰였다. 해정남 문화해설사(이하 해 문화 해설사)는 “윤동주 문학관은 건축학적으로도 의미가 있어서 건축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도 종종 찾아오신다”며 윤동주 문 학관의 건축학적 의미를 강조했다. 제1전시실에서는 윤동주 시인의 삶에 대해 알아볼 수 있다. 윤동주 시인의 유년시절부터 연희전문학교, 일본유학을 위한 창씨개명, 후쿠오카 형무소에서의 죽음까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관람객들은 제1전시실에서 문화해설사의 설명과 함께 윤동주 시인의 일생을 배우고 제2전시실에서 윤동주 시인의
시세계를 알 수 있다.
◇ 물탱크와 윤동주의 시 물탱크였던 제2전시실은 개조할 당시 벽이 푸른곰팡이로 뒤덮여있어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에 윤동주 시인의 시 ‘자화상’에 등장하는 우물에서 모티프를 얻어 물탱크 천장 을 열었다. 천장이 사라져 햇빛이 물탱크 내부로 들어오면서 많은 곰팡이들이 사라졌다. 곰팡이들이 사라진, 천장 없는 물 탱크는 낮에는 파란 하늘과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가, 밤에는 반짝이는 별이 보이는 장소가 됐다. 하늘‧바람‧별은 윤동주 시인의 시에 자주 등장했던 소재이자 윤동주 시인의 대표적 인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제목이기도 하다. 해 문화 해설사는 제2전시실에 대해 “관람객들이 제2전시실의 천장을 통해 윤동주 시인의 시를 생각해 볼 수 있고 윤동주 시인이 시 를 쓸 때의 기분을 상상해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제2전시실은 전시물 없이 공간으로 의미를 갖는 곳 이다. 그러나 이곳은 문화해설사의 설명이 없거나 윤동주 문 학관과 윤동주 시인에 대한 배경지식이 부족하면 전시실을 제대로 감상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에 대해 해 문화해설사는 “설명을 듣지 않으시는 많은 분들이 제2전시실이 제1전시실 과 제3전시실 사이의 통로인 줄 알고 감상하지 못하고 지나간 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 후쿠오카 형무소와 제3전시실 제3전시실은 윤동주 시인이 죽음을 맞이한 후쿠오카 형무 소 독방을 모티프로 삼았다. 해 문화해설사는 “전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물탱크 내부에 있던 사다리를 잘라내고 나니, 마
치 감옥처럼 느껴졌다”며 공사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제3 전시실의 문은 감옥의 문처럼 꾸며졌다. 윤동주 시인은 일본유학시절 영문을 모른 채 후쿠오카 형 무소로 잡혀간다. 그곳에서 윤동주 시인은 의문의 주사를 맞 는 생체실험을 당하여 결국 옥사한다. 관람객들은 제1전시실 에서 윤동주 시인의 생애 전체를 훑고, 제2전시실에서 청년인 윤동주 시인이 시를 어떻게 썼을지 상상해본 후, 제3전시실에 서 윤동주 시인의 형무소 생활을 느껴볼 수 있다. 제3전시실 에서는 윤동주 시인의 일생을 다룬 영상을 상영해, 관람객들 은 어두운 형무소와 같은 공간에서 윤동주 시인의 인생을 되 짚어볼 수 있다.
윤동주 문학관은 다른 문학관과 달리 건물에 스토리를 입 힌 것이 큰 특징이다. 이에 대해 계현진(청주 주성고‧2학년) 학생은 “문학관이 윤동주 시인의 인생을 잘 담고 있어서 윤 동주 시인의 가치관을 잘 느낄 수 있었다. 기회만 된다면 다 시 찾아오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에 2번째 방문이라는 김정 숙(서울‧59) 씨는 “윤동주 문학관을 통해 민족혼이란 무엇인 가, 어떻게 맑은 영혼을 갖고 살아야하는가를 새삼스럽게 생 각하게 됐다. 또 방문하고 싶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실제로 윤동주 문학관은 주말에 700~800명이 다녀갈 정도로 인기 있 는 문학관이다. 해 문화해설사는 “많은 지자체에서 윤동주 문 학관을 벤치마킹하려 한다”며 윤동주 문학관의 인기와 의의 에 대해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