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5호] 오는 7월 시행 앞둔 난민법

시행령 일부 조항 미흡·모호해 ‘우려’

2015-06-25     김도훈 기자

난민인정 절차와 처우에 관한 규정을 담아 지난해 2월 제정된 ‘난민법’이 올해 7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이를 실질적으로 집행하기 위해 마련된 난민법 시행령에 허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주노동자 차별 철폐와 인권 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은 지난 14일 오전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서 집회를 열고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는 민주화 운동을 벌이다 박해를 피해 우리나라로 온 미얀마 출신 난민 신청자 2명이 법무부 장관의 허가 없이 취업했다는 이유로 이들을 3개월째 구금하고 있다”며 구금 난민 석방과 난민 생존권 보장을 촉구했다. 현행 출입국관리법에 따르면 ‘난민인정 신청을 한 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현재 1년)이 경과할 때까지 난민인정 여부가 결정되지 아니한 자 중 법무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자’에 대해서만 취업을 할 수 있다. 난민 인정 절차에 걸리는 기간이 평균 1년 6개월에서 2년에 달하는 것을 감안할 때 난민 신청자들은 생계를 위해 불법을 저지를 수밖에 없다. 그나마도 1994년부터 올해 4월까지 난민신청을 한 외국인 5382명 중 난민으로 인정된 이는 6.1%인 329명에 그쳤다.

이처럼 국내에 체류 중인 난민 신청자들의 처우는 매우 열악한 상황으로 생계부터 제대로 보장되고 있지 못하다. 우리나라는 1992년 12월 국제 조약인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에 가입한 이후 약 20여 년 동안 출입국관리법의 관련 조항에 따라 난민제도를 운용해왔다. 그러나 출입국관리법에 삽입된 난민 관련 조항이 난민 인정 절차나 난민의 지위 및 처우에 관한 상세한 지침이 되지 못하자 난민법 제정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이러한 요구를 수용해 2012년 2월 10일 난민인정 절차와 처우에 관한 규정을 정비하고 출입국항에서의 난민 신청, 신원확인을 위한 보호 등 상세 규정까지 마련한 ‘난민법’이 제정되어 올해 7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이를 집행하기 위해 마련된 난민법 시행령 제정안에 미흡한 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쟁점으로는 법무부가 제시한 난민법 시행령 제정안에 마련된 ‘난민인정 심사 회부 기준’이 오히려 난민으로 인정받기까지의 문턱을 더 높였다는 지적이 있다. 난민법 시행령 제정안에서는 출입국항에서 입국한 자가 난민심사를 신청하더라도 심사에 회부하지 않을 수 있는 요건으로 ‘거짓 서류 제출’, ‘박해의 가능성이 없는 안전한 국가 출신’ 등을 들고 있다. 황필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난민법 시행령·시행규칙 제정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 자리에서 “거짓 서류 제출이나 안전한 국가 출신이라는 등의 사유는 실질적으로 난민심사 과정에서 논의되는 사안들”이라며 “이 요건들이 난민심사 자체를 받지 못할 이유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난민법에서는 난민 신청자가 난민신청을 한 지 6개월이 지나면 취업을 허가할 수 있도록 해 기존의 1년보다 기간이 단축되었지만 여전히 난민 신청자들은 난민신청 뒤 6개월 동안 합법적으로 생계를 해결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황 변호사는 “취업 관련 규정도 의무 규정이 아니라 법무부 장관의 재량에 따라 ‘(난민신청을 한 지 6개월이 지난 난민 신청자에게) 취업을 허가할 수 있다’는 것이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달 2일 국가인권위원회는 난민법 시행령 제정안과 관련하여 법무부 장관에게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시행령 제정안에는 난민 신청자가 변호사, 유엔난민기구 등 외부의 조력 및 통역을 받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어 있지 않는 등 일부 조항이 난민협약 등 국제적 기준에 비춰 미흡하거나 모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우려 속에 난민법 시행령 제정안은 현재 입법예고 기간을 지나 법령안 심사 단계에 있으며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공포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