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6호] 4·24 민주노총 총파업 대회 열려
노사정위 대타협 결렬 이후, 정부의 무리한 노동시장 구조개선 강행
지난 24일 전국 17개 도시에서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의 총파업결의대회가 개최됐다. 대회의 마지막 순서였던 행진에서 신고된 경로를 이탈하는 일이 발생했으나 특별한 충돌없이 곧 제자리로 돌아와 평화롭게 끝났다.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이하 노사정위)의 대타협 결렬 이후인 지난 9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정부 서울 청사 별관에서 브리핑을 열었다. 이 장관은 브리핑을 통해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작업을 정부 주도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민주노총은 ‘정부가 노사정위 합의에 실패하자 하루 만에 노동시장 구조개악 강행을 위한 후속조치를 발표하고 나섰다’며 ‘노사정위 논의가 결렬된 것은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편 정책이 사회적 동의는 고사하고 노동계층 일부의 동의조차 얻지 못하고 실패한 것이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4월 총파업을 시작으로 노동시장 구조개악에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밝혔다.
◇ 노사정위, 그 시작
노사정위는 1997년 발발한 IMF 외환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1998년 초 출범돼 노동자·사용자·정부 간의 협의체 및 대통령에 대한 정책 자문 역할을 수행하는 대통령 직속 국가기구이다. 노사정위에서 지난해 9월 소득분배 악화로 인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화 등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미래지향적 노동시장 제도 개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이하 특위)를 설치했다.
특위에서는 제5차 전체회의를 통해 ▲노동시장구조 개선과정에서의 고통을 분담할 것 ▲현존하는 위험뿐 아니라 미래의 위험에 선제적 대응할 것 ▲노사 그리고 현세대와 미래세대를 아우르는 공동체적 관점에서 타협을 추진할 것 ▲동반자적 입장에서 노동시장구조 개선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는 4가지 원칙을 합의했다.
또한 이 원칙을 바탕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원·하청,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등 동반성장, 비정규 고용 규제 및 차별 시정제도 개선 및 노동이동성, 고용·임금·근무방식 등 노동시장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해 2015년 3월까지 종합대책을 마련할 것 ▲임금·근로시간·정년 등 현안문제는 산업현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노사간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노사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최우선적으로 해결하고, 산업현장에서의 소모적인 분쟁을 줄이기 위해 노사정 공동으로 노력할 것 ▲노동기본권 사각지대 해소와 비조직부문 대표성 강화, 중앙·지역·업종별 사회적 대화 활성화, 합리적 노사관계 발전과 노사의 사회적 책무성 강화를 위한 사회적 대화와 협력 활성화 노력 및 노사정 파트너쉽을 강화할 것 ▲사회보장제도의 사각지대 해소와 효율성 제고, 취약 근로자 소득 향상, 그리고 직업능력개발 및 고용서비스선진화 등 선제적 보호 장치 강화 등을 통해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특히 실업급여제도에 대해서는 2015년 5월까지 종합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뒷받침하기 위한 관련 법제도를 현대화하고 정책연계를 강화하는 한편 생산성 향상과 일터 혁신을 노사파트너십 정신을 가지고 추진할 것을 5가지 방향으로 삼아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5대 의제 및 14개 세부과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특위는 이러한 협의를 통해 1단계 논의 마무리를 2015년 3월까지, 같은 해 5월까지 2단계 논의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 무엇을 논의했는가
특위는 1단계 논의를 마무리하기로 했던 2015년 3월이 다가오자 의견 차를 좁히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3월 26일 개최된 제15차 특위에도 합의초안이 완성되지 못하자, 합의초안 작성을 위해 특위 간사를 맡은 고영선 고용노동부 차관·최영기 노사정위 상임위원·이병균 한국노총 사무총장·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 전무 4명과 전문가 그룹으로 어수봉 특위 전문가 그룹 단장·임무송 고용부 노사협력정책관·이정식 한국노총 사무처장·이호성 경총 상무 4명이 참석하는 ‘8인 연석회의’와 노사정 고위급 실무자와 공익 위원으로 구성된 ‘4인 실무소위’를 수시로 열어 의견 접근을 시도했다.
제16차 특위가 열린 3월 30일 오전까지 합의초안을 만들기 위해 8인 연석회의가 개최됐지만 ▲이중구조개선 ▲사회안전망 확충 ▲청년고용 활성화 ▲3대 현안(임금·근로시간·정년)의 조속한 해결을 통한 노동시장의 불확실성 제거 ▲노사정 파트너십 구축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논의초안이 작성되는데 그쳤다. 이날 제16차 특위가 끝난 뒤 합의초안을 작성하기 위해 자정을 넘기면서까지 8인 연석회의가 진행됐지만 결국 접점에 이르지 못하고 끝났다.
특위에 참여했던 한국노총이 밝힌 5대 수용불가 사항은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 및 파견 대상 업무 확대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 단계적 시행 및 특별 추가 연장 ▲임금피크제 의무화 ▲직무 성과중심으로 임금체계 개편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요건 완화이다.
4월 8일까지 노동자 측과 사용자·정부 측은 서로 한치의 양보도 없었고 결국 한국노총은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노사정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 결렬 이후
다음날 김대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은 대타협 결렬에 책임을 지고 청와대에 사표를 냈다. 이날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는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청년층의 고용절벽과 장년층의 고용불안 등 절박한 현실을 감안할 때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마냥 미룰 수는 없다”며 “정부는 이번 논의 과정에서 노사정간 공감대를 형성한 사안에 대해서는 체계적으로 후속조치를 추진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14일 고용노동부는 20일부터 상시 100인 이상 사업장의 단체협약 3,000여 개의 위법·불합리한 사항에 대해 조사한 후 시정 지도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민주노총은 ‘헌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의해 단체협약은 노사가 자율적인 단체교섭을 통해 체결하여야하므로 정부는 이에 개입할 수 없다’며 ‘고용노동부 노사관계법제과는 <위법, 불합리한 단체협약 시정지도 추진>을 발표하고, 이에 따라 현장지도·시정명령 등 다양한 불이익 조치를 예정하고 있다. 또한 위법하지 않은 단체협약을 체결한 각 사업장에 특정한 내용으로 단체협약을 체결·개정할 것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은 사업장에 대해 차별적 정책·경제적 불이익 및 형사 처벌을 가할 것을 고지함으로써 단체협약 체결을 강요하고 있는 바, 이는 각 사업장의 노사 주체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에 해당함과 아울러 노동조합의 정당한 단체교섭권 행사를 방해한 것이다’라며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및 김영미 고용노동부 노사관계법제과 과장을 직권남용죄로 고발했다.
◇ 24일 민주노총 총파업
지난 24일 전국 17개 도시에서는 ▲노동시장 구조개악 폐기 ▲공적연금 강화 및 공무원 연금 개악 중단 ▲최저 임금 1만 원 쟁취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및 노조법 2조 개정, 노동자의 노동 기본권 쟁취라는 4대 목표를 기치로 민주노총 총파업이 진행됐다.
이번 총파업에서 한상균 전국 민주노총 위원장은 4.24 총파업 결의문을 통해 “노동시장 구조개악은 향후 20년 노동조건을 규정할 엄청난 사건이 될 것이다. 또한 공무원연금을 삭감하고 공적연금을 후퇴시켜 국민 노후를 재벌 연금시장의 먹잇감으로 내던지려는 박근혜 정권이다”라며 “오늘 총파업은 시작일 뿐이다”고 정권을 규탄하고 앞으로의 투쟁에 대한 결의를 다졌다.
서울시청광장에서 진행된 서울 총파업 대회 후에는 거리 행진이 있었다. 서울광장-을지로입구-종각-종로2가-을지로2가를 통해 서울시청으로 돌아가는 것이 원래의 계획이었으나 일부 참가자들은 종로2가에서 낙원상가 쪽으로 행진 방향을 바꿨다. 운현궁 앞까지 도착한 일부 참가자들은 폴리스 라인에 막혀 잠시 연좌해 휴식을 취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대변인은 “청와대 근처의 길을 무조건 막아 집회·시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에 대한 항의의 의미였다”고 밝혔다
약 30분의 연좌 후 종로2가로 다시 걸음을 옮긴 참여자들은 기다리고 있던 다른 참여자들과 합류해 종각 사거리에서 마무리 집회 후 평화롭게 해산했다. 민주노총은 노동절에 서울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5,6월에도 투쟁을 계속 이어나갈 것임을 명확히 했다.
또한 이번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특위에 참여했던 한국노총의 지지와 연대도 함께였다. 한국 노총도 정부가 일방적인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강행할 경우 총파업 투표 후 오는 5월 말이나 6월 초 총파업을 벌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