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6호] 청주 성암 야간학교, 배움의 길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2015-04-28     정지수 기자

  정규 교육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배울 수 있는 길이 있다. 사정상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하는 사람들, 소싯적 학교를 다닐 여력이 못돼 꿈을 포기한 사람들을 위해 야간학교가 존재한다. 전국에는 수많은 야간학교가 있고, 청주시에도 총 5개의 야간학교가 있다.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에 위치한 청주 성암 야간학교(이하 성암야학)는 1975년에 중등부 1개 학급으로 청주 YMCA회관에 설립됐다. 성암야학은 배움의 기회를 놓친 지역 주민과 생계유지를 하며 학업을 병행해야 하는 근로 청소년들에게 소정의 교육과정을 이수하게 해 학업의 신장과 더불어 인격 형성에 도움을 주는데 목표를 둔다.
  성암야학의 입학 대상에는 제한이 없지만 직장인보단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가정주부들이 많이 입학한다. 또한 실제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학생이어도 얼마든지 들어올 수 있다. 종래에는 전단지 광고를 통해 학생을 모집했으나 효과가 미비해 신문광고를 통해 모집하고 있다.
  교사 또한 기준에 별다른 제약은 없지만 성암야학이 충북대학교(이하 충북대)와 인접해 있어 충북대 학생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교사모집은 주로 지인소개나 충북대 구인구직 게시판을 통해 한다. 성암야학에서는 교사가 되기 전 수업참관이나 시강 등 몇 가지 절차를 거친다.
  성암야학은 ▲중등반 ▲고등반 ▲특강반 세 반으로 구성돼 있다. 중등반과 고등반은 검정고시에 초점을 맞춰, 국어‧수학 등 검정고시에서 요구하는 과목 전체를 배운다. 그에 비해 특강반은 영어만 집중적으로 가르치기 위해 팝송이나 영화 등 친숙한 매개체로 영어에 접근한다. 요청이 많음에 따라 조만간엔 한글반도 운영할 계획이다. 성암야학의 수업은 6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40분씩 4교시로 이뤄져있다.
  성암야학도 일반 학교처럼 방학을 한다. 다만 방학기간이 다른데, 대학생들이 교사이기 때문에 그들의 시험기간에 방학을 한다. 또한 중‧고등 과정을 다 거치고 떠나는 학생들을 위한 졸업식도 있고, 그만 두는 교사를 위한 퇴임식도 있다.
  성암야학에는 친목을 위한 행사가 많다. 여름과 겨울에는 엠티를 가고 5월에는 체육대회도 있다. 더불어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학교에서 다과회를 열어 자기소개 등을 하며 서로 어울리고 친해지는 시간을 갖는다.  
  성암야학의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자유롭게 질문하며 참여 할 수 있다. 대개 배움의 꿈을 가지고 들어왔기 때문에 배움에 보람을 느끼고 검정고시라는 목표에 정진한다.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것만으론 한계가 있지만, 열심히 하는 학생들은 집에서도 공부해 몇 주 만에 검정고시에 합격하기도 한다.
  하지만 학생들은 개인별로 수준차이가 있기 마련인데, 성암야학은 학업수준을 기준으로 학급이 나눠져 있지는 않다. 이에 대해 성암야학 김인호 교장은 “한 학생의 수준이 상대적으로 떨어져서 거기에 맞추다보면 다른 학생들이 불만을 갖는 경우가 있어 수준차이가 나는 것을 조정하기가 곤란할 때가 있다”며 수업할 때 힘든 점을 밝혔다. 또한 특강반의 한 학생은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아 대답을 잘하면 다른 학생들이 질투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학생들 간의 수준차이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이러한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성암야학이 배울 기회가 없었던 사람들에게 배움의 길을 열어주는 것은 명백하다. 중등반의 한 학생은 “야학에 다니고 배움에 눈을 떴다. 수업 분위기도 매우 좋고 교사들이 열의를 갖고 가르쳐줘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야간학교는 수업을 하는 교사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성암야학의 한 교사는 “내가 가르치는 수업을 학생들이 따라 와주는 것도 보람차지만, 무엇보다 학생들과 교감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 매우 감동한다. 마치 힐링하고 가는 느낌이다”라는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