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5호] ‘노조아님’ 통보 후 1년 6개월, 지금까지 전교조는
“법외노조 무릅쓰고서라도 해직 노조원 위해 규약 변경 않을 것”
지난 2013년 10월 24일 고용노동부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에 대해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이하 교원노조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이하 노조아님)’을 통보했다. 전교조가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규약에 대해 고용노동부의 시정요구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에 전교조는 법외노조 통보 및 판결에 대해 항소했으며, 2014년 9월 19일 2심 재판부가 법외노조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인 이래로 전교조는 합법노조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 조합원 6만 명 중 9명의 해직교사와 ‘노조아님’ 판결
전교조는 1989년 창립된 교원 노동조합으로, 당시 교사들의 노동조합 설립을 불법으로 판단한 정부당국에 의해 법외노조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10년간 비합법 노동조합으로 활동하던 전교조는, 1998년 노사정합의에 따라 이듬해인 1999년 합법화되며 합법노조의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그러나 창립 이래 전교조에 대한 정부의 줄기찬 탄압 속에 부당하게 해직된 조합원 교사가 발생했으며, 이들에 대해 전교조는 규약 부칙 제5조에서 “부당해고된 조합원은 (중략) 조합원 자격을 유지한다”고 명시해 해직 교사들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규약 부칙 제5조에 대해 2013년 9월 23일 고용노동부는 《교원노조법》 제2조에 어긋난다며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될 수 없는 해직자가 가입·활동하지 않도록 시정할 것을 요구했다. 당시 약 6만 명의 현직·해직·휴직 교사로 이뤄진 전교조 조합원 가운데 해직 교사는 단 9명에 불과했다.
이러한 고용노동부의 규약 시정명령에 대해 전교조는 10월 18일 조합원 총투표를 실시해 투표자 중 68.59%의 의견에 따라 시정요구를 거부했다. 마침내 고용노동부는 10월 24일 전교조에 대해 ‘노조아님’을 통보했으며, 교육부는 각 시·도 교육청을 통해 전교조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전교조 전임자에 대한 현장 복귀를 명령하는 등의 후속 조치를 단행했다.
이에 전교조는 ‘노조아님’ 통보에 대한 항소와 더불어 법외노조 통보 집행정지신청을 제출했다. 이를 11월 13일 1심 재판부인 서울행정법원이 받아들이며 전교조는 항소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합법적 노동조합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14년 6월 19일 서울행정법원이 1심 판결을 통해 고용노동부의 손을 들어주며 전교조는 다시 법외노조로 전락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전교조는 6월 23일 재차 항소심을 제기하는 동시에 법외노조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출했고, 2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이 9월 19일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며 전교조는 약 3개월간의 법외노조 생활 끝에 2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다시금 합법노조의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또한 서울고등법원은 전교조 ‘노조아님’ 통보의 핵심인 《교원노조법》 제2조에 대해 ‘헌법상 보장된 교원의 단결권과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이에 전교조는 헌법재판소가 요구한 의견서를 제출하고 올해 안에 있을 위헌법률심판의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이러한 전교조 ‘노조아님’ 통보에 대해 전교조 조합원인 노원고등학교 도장식 교사는 “박근혜 정권의 폭압성을 명징하게 드러난 것”이라며 “교사의 단결권을 전면적으로 부정한 판결은 우리나라 민주주의 토대가 얼마나 허약한 지를 잘 보여줬다”고 의견을 밝혔다. 또한 전교조 송재혁 대변인은 “노동자를 보호·지원해야 할 노동법이 오히려 노동자를 탄압하는 도구로 악용이 되고 있다”며 정의의 편에 서지 못하는 사법부를 비판했다. 이어 송 대변인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노조를 위한 투쟁 도중 부당한 탄압에 의해 해직된 노동자를 그대로 내치는 노조가 지구상에 어디 있겠는가”라며 “해직된 노조원의 자격을 유지하고 생계를 돕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전교조가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의견서에 따르면 프랑스·일본·영국·미국 등 해외 주요 선진국의 대다수 교원노조에서는 현직 정규 교사와 해고·은퇴 교원은 물론 비정규 교원이나 대학생 예비교사 등에게도 조합원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전국언론노동조합·전국금속노동조합 등 모든 산업별 노조 역시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고 있다.
◇ ‘노조아님’ 판결에 대한 국제 교육기구와 전교조의 반응
전교조에 대한 ‘노조아님’ 통보는 2013년 당시 우리사회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UN 특별보고관 ▲GCE(Global Campaign for Education; 글로벌 교육운동) ▲EI(Education International; 국제교육연맹) 등 교육과 관련된 국제단체의 이목을 끌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7월 참여연대는 고용노동부와 교육부가 교사의 집회결사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 침해에 대해 UN 특별보고관에 긴급청원을 제출했다. 긴급청원에 따라 인권옹호자 UN 특별보고관·평화로운 집회결사의 자유 UN 특별보고관·의사표현의 자유 UN 특별보고관은 지난 7월 31일 공동으로 한국 정부에 서한을 보내 ‘전교조 법외노조화와 조합원들을 고발한 법적 근거를 제시하고 이러한 법들이 국제 인권기준에 어떻게 부합하는지 밝힐 것’ 등을 요청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10월 31일 답변 서한을 통해 전교조의 합법지위 상실에 대한 공지와 조합원에 대해 가능한 징계 및 형사상 제재의 법적 근거에 대해 답했다. 그러나 전교조 법외노조화 및 조합원 고발의 법적 근거가 어떻게 국제 인권기준에 부합하는 것에 대한 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또한 세계 최대 교육시민연대단체인 GCE는 올해 2월 열렸던 요하네스버그 세계총회에서 한국 정부에 교사의 노동 기본권 보장과 시민으로서의 정치적 권리 보장을 촉구하는 동의안을 만장일치로 가결시켰다. 이는 한국 정부가 해직자를 빌미로 전교조를 법외노조화시킴으로써 6만여 한국 교사들의 결사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에 대한 분노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GCE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EI는 한국교사들을 위한 동의안 가결에 환영을 표했다. 전교조 보도자료에 따르면, 데이비드 에드워즈 EI 부총장은 “전교조의 법외노조 조치는 즉각적으로 정부차원에서 철회돼야 하며, 교사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국제 노동 기준에 부합하는 교원노조법 개정이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국제적인 이목을 끈 법외노조 통보에 대해 전교조 내에서도 저항의 움직임이 일었다. 교원노조는 《교원노조법》 제8조에 따라 파업·태업 등을 포함하는 단체행동권을 제약받기 때문에, 전교조 조합원들은 수업에 차질을 주지 않는 방향에서 투쟁을 모색해야 했다. 이에 전교조 조합원들은 교사에게 기본적으로 부여된 조퇴·연가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사용하거나 수업을 마치고 집회에 참석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이와 같은 전교조의 투쟁에 대해 송 대변인은 “(법외노조 통보에 대항한) 투쟁은 결국 정부가 만들어 준 것”이라며 “교사의 조퇴투쟁 혹은 연가투쟁이 부담스럽다면 정부가 전교조에 대한 탄압을 멈추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전교조가 나아갈 방향
현재 전교조는 합법노조로서 고용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에 대한 서울고등법원의 2심 판결을 앞두고, 올해 안에 있을 헌법재판소의 《교원노조법》 제2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따라서 올해 안에 전교조는 다시 한 번 합법노조와 법외노조의 기로에 설 예정이다. 이에 대해 송 대변인은 “합법노조화를 위한 투쟁을 계속 할 것이지만, 법외노조가 되는 것을 각오하고 해직 교사 노조원을 위해 노조원의 지위에 대한 규약을 변경하지 않겠다”며 앞으로 전교조의 방향성에 대해 밝혔다. 이러한 방향에 대해 조합원 도 교사는 “노조의 존립 근거는 조합원을 보호하는데 있다”며 “조합원 인정 여부는 조합원들이 자주적으로 결정할 사항이지, 권력이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송 대변인은 “전교조가 약화될수록 우리 교육은 더 피폐해지고 비인간적인 면모를 보일 것”이라며 “전교조를 지켜가야 하는 것은 조합원들의 의무이자, 민주주의를 사랑하고 더 나은 교육을 희망하는 시민들의 과제”라고 말하며 많은 이들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