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5호/시론] 대학에서 ‘제대로’ 연애하기; 사랑에 대한 심리학적 고찰
미숙한 사랑은 말한다. “당신을 사랑해요. 왜냐하면 당신이 필요하니까.” 성숙한 사랑은 말한다. “당신을 사랑해요. 왜냐하면 당신을 사랑하니까.”
독일의 정신분석가이자 사회심리학자였던 에리히 프롬(1900-1980)은 일찍이 ‘사랑의 기술’이라는 저서에서 성숙한 사랑을 이렇게 표현했다. 대학 캠퍼스에서 만나는 많은 학생들에게도 사랑은 이 문장만큼이나 어려운 것 같아 보인다. 지금 이 시간에도 대학 입시를 준비하느라 열심히 공부하고 있을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이 대학에 들어오면 가장 하고 싶은 일 중에 하나가 연애라고 하고,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지금 연애중이건 아니건 간에) 아마 대학생이 되면 자연스럽게 성공적인 연애와 사랑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던 적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프롬은 이러한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사랑은 ‘배워야 하는 기술’이라고 하였다. 도대체 이런 것은 누가 어디서 가르쳐 준다는 말인가?
사랑을 심리학적으로 설명한 로버트 스턴버그는 사랑을 삼각형에 비유하여 친밀감, 열정, 헌신의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고 설명하였다. 친밀감은 사랑의 ‘따뜻한’ 측면으로서 가깝게 연결된 느낌이라면, 열정은 사랑의 ‘뜨거운’ 측면으로 낭만, 신체적 매력, 성적 욕망을 의미하고, 헌신은 사랑의 ‘차가운’ 측면으로 특정 대상에게만 헌신하기로 결심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요소가 얼마나 갖추어졌는지에 따라 사랑을 7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설명하였다. 예를 들어 지금 사귀고 있는 남자친구에게 친밀감과 헌신을 갖고 있지만 열정이 없다면 이것은 ‘동료적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주로 학과나 동아리에서 많이 만나고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해져 사귀고 있는 경우 이런 사랑의 유형을 갖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편 연애를 시작한지 얼마 안 된 경우에는 상대방에 대해 열정과 친밀감을 갖고 있지만 아직 헌신하고 있지 못한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이를 ‘낭만적 사랑’이라고 부른다. 결론적으로 사랑은 친밀감과 열정과 헌신이 모두 포함되어야 ‘성숙한 사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연애를 하면서 생기는 어려움은 바로 서로가 다른 유형의 사랑을 하고 있을 때 발생된다. 예를 들어 한 쪽은 ‘낭만적 사랑’을 원하는데 다른 쪽은 ‘동료적 사랑’을 원하는 경우 서로에게 다른 것을 원하고, 상대가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여 오해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부부 상담이나 커플 상담을 하는 상담자들은 종종 이 부분에 대해 평가하고 상담을 진행하기도 한다. 혹시 지금 연애를 하면서 이런 어려움으로 고민하고 있다면 상담센터에 함께 방문하여 체크해보는 것도 좋겠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에 따르면, 인류 역사를 통틀어 모든 예술은 남녀 간의 낭만적인 사랑을 승화시킨 것이며, 예술에서 사랑은 참으로 아름답게 묘사된다. 하지만 실제 사랑을 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항상 행복해 보이지는 않는다. 아마도 이것은 흔히 연애라고 표현하는 남녀 간의 사랑이 갖고 있는 독특한 특징 때문일 것이다. 둘 사이에 그 어느 것도 끼어들 수 없고, 첫 눈에 반해서 죽음까지도 불사하는 빠르고도 강렬한 감정을 동반하기도 하며, 경우에 따라 자신이 자꾸 초라해지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즉,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기쁨과 슬픔이 사인과 코사인 곡선처럼 요동치는, 정서적으로 매우 혼란스러운 경험을 하게 된다. 따라서 ‘제대로’ 연애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부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버티어 내고, 나아가 그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받아들이면서 즐길 수 있는 강단을 가질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대학에서 ‘제대로’ 연애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필자가 대학시절 은사이자 훌륭한 상담자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성숙한 사랑을 하고 싶다면, 마음이 건강한 사람을 만나야 하는데, 아이로니컬하게도 마음이 건강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는 내가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울한 여자친구가 너무 안쓰러워서 돌봐주기 위해 사귀기 시작했다는 남자친구의 사연, 술을 먹고 폭력을 행사하지만 참아주면 언젠가 바뀔 것이라고 믿는 여자친구의 고민, 자신의 애인이라면 최소한 연봉이 얼마가 되어야 한다던 여자친구의 생각, 사랑한다면 모든 부탁을 들어주어야 한다고 하던 남자친구의 고집까지... 스턴버그의 말처럼 이렇게 헌신만 있는 사랑은 결국 공허한 사랑이 된다.
교내에 온갖 화려한 꽃들이 봄을 뽐내는 지금, 대학에서 아름다운 사랑을 꿈꾸는 많은 학생들의 마음에도 봄이 왔을 것이다. 스캇 펙의 말처럼 진정한 사랑은 영원히 자신을 성장시키는 경험이 될 수 있다. 즉, ‘제대로’ 연애하고 싶은, 그래서 진정한 사랑을 경험하고 싶은 사람들은 우선 자신이 성장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점검해 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는 것을 어떨까? 그리고 아름다운 봄 날, 이 계절처럼 함께 성장하는 사랑을 하게 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