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7호] 교과서의 정치화
유례없는 일이 벌어졌다.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가 연이은 논란 속에서도 검정 심의를 통과했다. 심지어 교과서의 한국 근현대사 부분을 집필한 이명희 교수 등이 포함된 한국현대사학회의 고문 유영익 한동대 교수는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됐다. 한국현대사학회는 사실상 교과서포럼의 연장선이다. 뉴라이트 계열로 알려진 교과서포럼은 과거 대안교과서를 출판하며 교과서의 역사관에 대한 논란을 자아낸 ‘경력’이 있다. 박근혜 현 대통령은 당시 대안교과서 출판기념 행사에 참여했다.
교학사 교과서의 문제점은 이미 상당수 밝혀졌다. 각종 단체와 언론에서는 직접 오류를 하나하나 분석하며 교학사와 국사편찬위원회를 규탄하고 있다. 그럼에도 교육부에서는 한 달 내로 교학사를 포함한 8종의 한국사 교과서를 수정,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달 내로 모든 오류를 수정해서라도 학교 현장에 문제의 교과서를 공급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교학사 교과서에서는 기본적인 역사적 사실부터 저작권 상식에 이르기까지 다른 교과서의 2배가 넘는 오류가 발견됐다. 거기에 히로시마 원폭에 투하가 아닌 피격이란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마치 원폭의 피해자인 뉘앙스를 주는 표현에서부터, 일본의 식민지 근대화론에 기초해 일제 지배 하에서도 자기 개발에 힘쓴 사람들 덕분에 한국 사회가 발전했다는 주장까지, 일본의 극우 성향 일간지에서 교학사 교과서에 대해 극찬을 할 정도로 친일적 성향을 띤다. 외부 인용사진의 구체적인 출처를 밝히지 않고 단순히 구글 등 포털사이트 이름을 게재해 출처의 객관성 역시 떨어진다.
이런 교과서의 오류로 인한 역사교육의 혼동보다 더 문제인 것은 이번 교학사 교과서가 특정 정치 세력의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들이 내세우는 명분이야 ‘역사를 바로잡자’는 것이므로 그 의중을 앞질러 짐작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교과서 집필자가 소속된 한국현대사학회에 사실상 역사 전공자가 절반도 안된다는 점, 그럼에도 정치외교학 전공자는 상당하다는 점, 교과부와 국사편찬위원회가 교학사 교과서에만 가지는 예외적인 태도 등을 미뤄보면 정치적 이해와 무관하다고도 보기 어렵다.
지난 6월 우리학교 청람광장에서는 과거 우리학교 총장이 찍힌 기사의 사진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 지난 2008년도 교과서포럼의 대안교과서 출판기념회 때의 사진으로, 박근혜 현 대통령과 교과서포럼 관계자들이 찍은 사진이다. 현재도 김주성 총장은 한국현대사학회의 정치행정 분야 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교육의 메카라고 불리는 한국교원대학교의 총장으로서, 이 교과서 관련 논란에 대한 책임감 있는 대처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