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4호] 청춘이여, 어항에서 나오자

2015-02-16     조융희(체육교육13)

발행: 2014. 12. 1.

  일본에는 ‘코이’라는 이름을 가진 잉어가 있다. 이 잉어는 환경에 따라 성장하는 몸의 크기가 다르다. 어항에서는 5~8cm밖에 크지 않지만, 연못이나 수족관에서 자랄 경우 25~50cm까지 크고 강이나 바다에 방류할 경우 1m까지 큰다. 요약하자면 코이 잉어는 환경에 따라 크기가 달라진다.
  요즘 젊은 세대가 진로 선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는 안정성인 것 같다. 나는 어디를 가서 누구를 만나든 우리 학교에 다닌다고 말을 꺼내면 자주 듣는 말이 ‘졸업하면 선생님 되겠네.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최고야’라는 말을 듣곤 했다. 행여나 다른 진로를 찾고 있다고 말씀 드린 적이 있는데 한 어른께서는 ‘공무원이 최고야. 선생님 할 수 있으면 그게 제일 편한 거야. 쓸데없는 생각 말고 선생님 하렴’라는 말을 들었다.
  현재 기성세대는 자녀가 진로를 결정할 경우 직업의 안정성에 초점을 두는 것 같다. 부모가 되니 안정적이고 일정한 수입이 있는 월급쟁이가 불안정적인 수익을 갖는 직업에 비해 자녀들을 키울 때 있어서 심적 부담이 덜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이러한 부모의 가치관을 자녀에게 주입하는 경우도 내 주위에서 종종 보곤 했다.
한 언론매체에 따르면 20대의 진로선택 요인에 있어 안정성과 수입성의 비중이 진로·장래성·발전성·명예·명성 기타 요인을 합한 비중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전문가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계속되는 사회불안과 실패에 대한 부정적 인식, 다양한 진로에 대한 경험 부재 등이 청년들의 안정적인 일자리 선호와 혁신형 창업의 부재 현상을 만들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러한 현상 때문에 젊은 세대들은 창업이나 수입이 불안정적인 여타 직업에 비해 대기업에 지원하거나 공무원 시험을 통해 공무원이 되어 안정적인 수입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젊은 세대들은 언제부터 이런 생각을 갖게 되었을까. 어렸을 적 졸업앨범을 보면 정말 다양한 장래희망을 쓴 친구들이 많았다. 어떤 친구는 대통령이 된다고 하고 어떤 친구는 NASA의 연구원이 돼서 외계인을 만나겠다고 적었다. 이런 장래희망을 꿈꾸었던 친구들이 성장해 20대가 된 지금, 현실적으로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해서 정년까지 별 탈 없이 가는 것을 원하고 있고 사회에서도 그런 직업을 가진 사람이 좋은 대우를 받는다.
  하지만 현재 젊은 세대가 안정이라는 술에 취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혹시 자신이 현재 어항 속에 있는 코이 잉어가 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다. 어항 속은 외부의 위협이나 자극이 없기 때문에 안전하지만 그러한 울타리 때문에 코이 잉어는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다.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이런 글귀를 봤다. ‘한계란 자기가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가 갖고 있다고 여겨서 생긴다’는 글귀다. 어항 밖으로 나오면 수많은 위협과 자극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런 위협과 자극이 있어서 먹이사슬의 상위 소비자에게 포식당할 수 있지만, 울타리가 없기 때문에 코이 잉어는 어항 속에서보다 크게 성장한다.
  우리가 어항 속에 갇히게 되는 것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다. 상위 소비자에게 잡아먹히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우리 젊은 세대들은 가진 것이 적다. 가진 것이 적다는 것은 잃을 것도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실패해도 가진 것이 적기 때문에 훌훌 털어내고 일어설 수 있다. 그것이 젊음이라는 무기다. 이러한 무기는 여러 번의 실패를 받아들일 수 있다. 여러 번의 실패가 쌓이면 그것 또한 경험이라는 무기가 된다.
  혹시나 우리가 진로 선택에 있어서 적성이나 가치관보다 수입의 안정성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봤으면 한다. 자신이 가진 잠재력을 어항 속에 가두지 말고 코이 잉어처럼 어항에서 나와 연못을 지나 강으로, 혹은 바다로 가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