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4호/시론] 새로운 30년을 기약하며
우리학교의 위기와 기회에 대한 인식
발행: 2014. 12. 1.
올해는 우리 대학 개교 3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한해이다. 그 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많은 문제를 해결해 왔다. 아쉬운 점도 많았지만 우리 모두가 한 마음으로 이루어 낸 이 30년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이제 새로이 호흡을 가다듬고 새로운 30년을 준비해야 할 때이다. 이를 위해서 최근 우리 대학이 직면한 위기와 우리 대학이 가지고 있는 기회가 무엇인지를 인식하는 일이 시급하다.
지난 2년 동안 학교 구성원들 사이에 학교 현안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어 왔다. 다수의 구성원들이 학교에 대해 느끼는 위기감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보다 큰 문제는 이러한 위기감이 쉽게 해소될 사안이 아니라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새로 신축할 미래 도서관 문제는 뜨거운 현안이었다. 매우 어렵게 예산을 확보하여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학교 당국의 노력을 알고 있지만 향후 대응 자금과 완공 후의 내부 시설 및 기자재 구입비용 등 운영자금에 대한 우려 때문에 많은 구성원들이 걱정을 하고 있다. 소수 정예 교육기관인 우리 대학의 단점인 적은 예산 규모 하에서 가뜩이나 교육과 연구에 관한 여건이 만족스럽지 못한 현실을 생각하면 진퇴양난에 처한 느낌을 갖게 된다.
연구 활동에 대한 지원책이 후퇴한데 대하여 구성원들이 느끼는 박탈감도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우리 대학은 다른 주요 국립대학에 비해 연구 활동을 위한 제반 여건이 열악한 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예산이 없다거나 대학 평가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학교 당국이 별다른 대안 없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조금씩이나마 점진적으로 확대 시켜온 정책들을 후퇴시킨 것은 아쉬운 일이다. 그러면 교수들의 연구력을 어떻게 신장시킬 것인가 대한 계획이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대학 구성원들이 가지는 자존심의 추락과 상실감은 매우 우려할만하다.
총장의 도덕성이나 개인적인 신념과 관련된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총장 집무실을 옮기기 위해 학생회관 리모델링 경비를 사용했음이 언론을 통해 확인되었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한가? 예산 전용 범위를 확대해석했다고 하지만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 학생들을 위해서 사용되어야 할 돈이 이와 전혀 관련 없는 곳에 전용되는데도 아무런 제동 장치가 작동하지 않을 수가 있는가? 이와 유사한 사례가 과거에 있었던가? 여기에 더해, 총장이 자신의 신념을 교외 언론이나 강의를 통해 자주 피력함으로써 우리 대학이 지향하는 가치관과 총장 개인의 가치관이 뒤엉켜버리는 일이 자주 발생하였다. 많은 구성원들이 거기에서 오는 피해가 크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제 새로운 30년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이러한 위기감은 가급적 빨리 정리되어야 할 것이다. 도덕성이나 신중치 못한 처신이 초래한 문제에 대해 총장은 앞으로 이러한 일이 되풀이 되지 않을 것임을 진솔하게 천명해야 한다. 연구 지원책의 문제는 학교의 재정 형편상 불가피하게 축소되었지만 학교 차원에서 나름대로 개선책을 강구하고 있음을 밝혀야 하며 도서관 문제는 어떤 식으로 이를 추진할 것인지 거기에 총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소상히 밝힌 다음 교수들의 총의를 바탕으로 결정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새로운 30년의 원년은 적극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도전과 열정으로 가득차야 한다.
올 한해 상반기 내내 다수의 구성원들은 대학특성화 사업의 제안서를 쓰느라 시간을 보냈지만 별무소득이었다. 지난 몇 년 동안의 경험은 구성원들의 단합에 기반 하여 총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어떤 일도 추진해 나갈 수 없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학교 당국은 구성원의 총의를 얻기 위한 노력을 다 하여야 할 것이다. 작금의 위기를 넘어설 수 있다면 많은 기회 요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확신한다.
당장 내년은 양성대학 4주기 평가의 해이다. 평가 담당자들이 신명나게 평가를 준비할 수 있도록 구성원들이 단합해서 성원하고 지원하여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 대학은 정규교육과정하의 교육만을 주로 담당하였다면 이제 기존 틀을 넘어 특수 교육이나 다문화 교육, 해외 동포 교육 등 새로운 차원으로 외연을 넓혀야 한다. 교육정책대학원이 배출한 600여명의 졸업생들이 전국 시도 교육청이나 교육부의 중견 관리로서 활동하고 있다. 이를 더욱 발전시켜 통일교육이나 교육복지, 특수 교육 정책을 담당도록 정책대학원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지난 30년 동안 우리 대학이 만들어 낸 교사교육연구 결과를 확대 재생산하는 방안도 시급한 과제이다. 한 예로, 지난 6-7년 동안 교육연구원이 이루어 낸 교실 친화적 교육과정이나 스마트 교육에 대한 성과는 그냥 묻혀두기에는 너무나 소중하다.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교사교육의 좋은 모델로서, 교사교육과 관련하여 교과교육학이나 교과내용학 측면에서 우리 대학이 이룬 귀한 경험들을 국제적으로 평가 받고 다른 나라에 소개 보급하고 이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한 국제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종합교원연수원도 지금까지 유초중등 교(원)장연수나 원격연수를 담당하면서 얻은 경험을 다양한 교사 재교육 프로그램으로 확장시켜나갈 필요가 있다. 몇 년 안에 가까운 거리인 진천으로 내려올 한국교육개발원이나 한국교육과정평가원뿐 아니라 한국교육학술정보원, 한국직업능력개발원 같은 국책연구기관과의 구체적인 연계 방안도 진지하게 마련되어야 한다.
우리는 다른 어떤 대학 못지않은 좋은 여건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우리가 이러한 기회를 발전으로 구현시킬 수 있느냐 일 것이다. 이러한 기회를 단합된 힘으로 관철하기 위해서는 대학 당국은 구성원들이 느끼는 우리 대학에 대한 위기감의 해소에 온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아무리 작은 아이디어라도 구성원들의 관심과 열성이 함께 하면 커다란 성과로 귀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대학은 그저 그런 대학으로 치부되기에는 너무나 소중한 가치와 자산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지난 30년 동안 많은 도전을 극복하고 발전해 왔듯이 새로운 30년은 새로운 도약을 이루어야 한다. 내년 한 해가 소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