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4호] 카트, 세상에 나오다
끝났으나 끝나지 않은 이랜드 사태
발행: 2014. 12. 1.
전태일 열사 44주기를 맞은 11월 13일 영화관에는 ‘카트’라는 영화가 개봉했다. 카트는 한국 상업영화 최초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영화는 실제 이랜드 홈에버 파업 사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카트는 한국영화 중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사고 있다.
◇ 실제 이랜드 사태
2007년 7월 1일 비정규직 보호법이 발효됐다. 이 법은 2년 이상 근무해온 상시고용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랜드는 이 법이 시행되기 한 달 전부터 비정규직 계산원들을 철수시키고 외부 용역업체를 쓰는 것을 결정했다. 2007년 6월 5일 방영된 SBS 8시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연배 뉴코아 관리 담당 이사는 “비정규직 보호법에 차별시정과 관련된 부분이 담겨져 있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7월 1일부터 그 법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고 그렇기 때문에 진행하는 일이다”라며 갑자기 진행된 비정규직 계약해지 통보의 이유를 밝혔다.
비정규직 보호법 발효 논란 함께 시작된 이랜드의 비정규직 계약해지 통보로, 이랜드 계열사인 홈에버와 뉴코아에서 총 700여 명이 계약해지를 통보받았다. 이 갑작스런 계약해지 통보와 용역화에 반발해 일어난 것이 홈에버·뉴코아 사태(이하 이랜드 사태)이다.
이 계약해지는 단체협약을 무시한 채, 비정규직 보호법을 피하려는 회사의 계획이었다. 이랜드가 홈에버를 인수하기 전 까르푸일 때, 한국 까르푸와 까르푸 노동조합(이하 노조)은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이 단체협약 16-1조에는 영문으로 ‘18개월을 초과해 근무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을 함부로 해지해서는 안된다’라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 그러나 사측은 이를 ‘18개월을 초과해 근무한 비정규직 노동자 중 노조원의 계약을 함부로 해지해서는 안된다’고 주창했다. 따라서 이 단체협약은 2006년 3월에 체결한 것이므로 2007년 해고자들은 모두 당시에 노조원이 아니라 이 조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뿐만 아니라 사측과 노동자 간의 0개월 계약서 논란도 파문이 일었다. 수개월 계약기간이 남은 노동자들을 불러 재계약을 진행한 것이다. 그런데 이 계약에 사용된 계약서에 문제가 있었다. 계약 시 계약서에 ▲근로 기간을 명시하지 않은 것 ▲하루 등, 한 달도 안되는 기간을 명시한 것 ▲기간을 명시한 후 노동자에게 계약서를 작성하게 하고, 이후 사측이 임의로 계약기간을 수정한 것 등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노동부 감사에서 발견된 이 사항은 국회환경노동위원회에서 심의됐다. 당시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이에 대한 법적조치를 취할 의사를 밝혔으나, 후에 노동부의 시정조치 명령으로 끝났다.
◇ 이랜드 노조 농성 돌입
비정규직 보호법이 발효 되기 전날인 6월 30일 이랜드 노조는 이 법과 해고통지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홈에버 월드컵상암점과 뉴코아 강남점에서 점거 농성에 돌입했다. 노동조합은 1박 2일의 점거 농성을 계획하고 마트로 들어갔지만 사측이 노조와의 교섭에 응하지 않아 농성은 계속 이어졌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도 단체협약을 인정해 조합원의 복직명령을 내렸으나, 회사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점거 농성이 이어지던 2007년 7월 18일 이상수 당시 노동부 장관은 기자회견을 열어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교섭이 끝내 이뤄지지 않으면 적절한 방법을 택해 점거 농성은 풀도록 할 것이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실제로 2일이 지난 7월 20일, 홈에버 월드컵상암점과 뉴코아 강남점에 7,000여 명에 이르는 경찰력이 투입돼 167명이 연행되고 매장 점거가 해소된다.
하지만 매장 점거가 해소됐을 뿐 이랜드 사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이후 이랜드 노조는 다시 매장을 점거하고 경찰력이 동원돼 점거가 해소되는 악순환만이 반복됐다. 투쟁 속에 해가 바뀐 2008년 11월 13일, 이랜드노조는 노조 집행부가 복직을 포기하는 대신 나머지 노조원이 복직하는 조건으로 합의서를 작성하며 512일 간의 투쟁이 끝을 맺었다.
◇ 카트
카트는 이랜드 사태를 농축해 표현해 낸 작품이다. 영화에는 “마트의 생명은 매출, 매출은 고객, 고객을 서비스”를 외치며 추가 수당도 받지 못하며, 열심히 일하는 감정노동자들(서비스 노동자)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영화의 배경은 오늘날 주변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마트이다. 이 속에서 ▲계산원 ▲청소부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는 청년 ▲제대로된 임금도 받지 못한 채 일하는 10대 편의점 아르바이트생까지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또한 극적인 요소가 개입됐지만 사실적인 배경과 이야기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이 영화를 감상한 청주의 한 시민은“지금 마트에서 일하는 나의 경험과 너무 비슷해 공감이 잘 돼 눈물이 났다. 큰 회사가 사직을 권고하는 일이 일어났다니 믿기질 않는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학생의 이야기도 나의 친구들이 겪었던 이야기라 보면서 너무 분했다”며 감상을 전했다.
2007년 7월 이랜드 농성에 참가한 노동자는 편지를 통해 시민들에게 이렇게 호소했다. “시민 여러분, 길을 가다가 투쟁현장을 보시면 내 일이 아니라고 외면하지 마시고 왜, 무엇 때문에 투쟁을 하는가 관심있게 봐주시고, 희망의 한 말씀이라도 해주세요. 이것은 내가 아닌 우리 모두의 투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