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4호]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 처우 개선 요구하며 총파업
묵묵부답 교육청과 교육부…학비노조 “투쟁 계속할 것”
발행: 2014. 12. 1.
전국의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가 처우 개선과 차별 철폐를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번 파업은 지난달 20일과 21일 이틀간에 걸쳐, 각 시․도 교육청과 교육부 등지에서 진행됐다. 그러나 대다수의 교육청과 교육부는 이들의 요구를 외면한 채 학교현장에 혼란을 주는 파업 투쟁의 자제만을 촉구하고 있다.
◇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의 오늘
현재 1만여 유․초․중등 및 특수학교에 소속된 학교 비정규직(이하 학비) 노동자는 약 15만 명에 이른다. 이들은 학교에서 급식, 돌봄, 특수교육, 상담, 전산, 행정 등의 일을 도맡아 처리하며 학교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그러나 이들은 어디까지나 ‘보조’로 취급받으며 저임금과 차별적 대우, 그리고 고용불안에 허덕이고 있다. 비정규직으로 고용된 학비 노동자들은 학교가 사실상 휴무에 들어가는 방학 중에는 급여가 지급되지 않으며, 장기근무가산금에 상한선이 설정돼있어 일정 기간을 근무한 뒤에는 몇 년을 일하든 똑같은 임금을 받는다. 또한 이외에도 정규직에 비해 급식비 등 수당에서 차별을 받아왔다.
◇ 투쟁에 나선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이에 학비 노동자들은 급식비 지급과 장기근무가산금 상한제 폐지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나섰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하 학비노조) 충북지부 이소연 지부장은 “교육청과 임금 교섭을 진행하며 80여개 조항이 포함된 임금교섭안에서 모든 것을 양보하는 대신 2015년부터 13만 원의 급식수당 신설만을 요구했으나, 교육청이 이를 수용할 의사가 전혀 없어 파업을 하기에 이르렀다”며 파업의 계기를 설명했다.
학비 노동자들은 지난 10월 25일 서울역 광장에서 총파업투쟁선포대회를 열고 총파업 투쟁을 결의했다. 이후 약 한 달의 준비 기간 동안 교육청과 교육부가 이들의 요구를 수용할 뜻을 보이지 않자, 마침내 지난달 20일과 21일에 걸쳐 총파업을 단행했다. 파업 투쟁은 ▲학비노조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전국여성노동조합이 연합한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의 주관 하에 이뤄졌다. 20일에는 각 노조 지부별로 시․도 교육청 앞에서 파업 출정식을 가졌으며, 다음날인 21일에는 모든 노조 지부가 교육부 앞에 모여 그들의 요구를 성토하고 가두행진을 하는 등의 파업 투쟁을 벌였다.
충청북도 교육청 앞에서 출정식을 가진 학비노조 충북지부 노조원들은 파업결의문을 통해 “그 누구보다 우리 아이들의 먹거리와 교육을 위해 헌신했던 노동자이자 아이들의 엄마인 입장에서, 파업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나도 가슴 아프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에게 비정규직 세상을 물려줄 수 없다는 절박한 마음에 제대로 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떨쳐 나섰다”며 파업의 의의를 밝혔다. 이어 이들은 충북교육청에 ▲급식비 13만원 정액 지급 ▲근속상한 폐지 ▲전직종 처우개선수당 지급을 요구했다.
초등학교에서 조리종사원으로 근무하며 파업에 참가한 한 참가자는 이번 파업에 대해 “우리의 권리를 찾기 위해 함께 모여 공개적으로 우리들의 목소리를 냈을 뿐”이라며 “우리는 파업하게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우리가 최소한 사람답게 살 수 있게 된다면, 빨리 되돌아가 아이들에게 밥을 주고 싶다”고 말해 학비 노동자가 진정으로 바라는 바를 밝혔다.
◇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총파업의 결과
이틀간 전국적으로 2만여 명의 학비 노동자가 파업 투쟁을 벌였음에도 교육부와 교육청은 그들의 요구에 대해 그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에 학교 현장에서 학비 노동자에 대한 처우는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단지 그들에게도 노조가 있고 그들이 근로조건과 임금에 대해 처우개선을 요구했다는 사실만이 남은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지난달 21일 발표한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총파업 관련 교육부 입장’을 통해 “지방교육재정 부족으로 무상보육 등의 실시 여부도 불투명해 지방채를 발행할 정도로 매우 열악한 상황”이라며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의 처우개선 및 인건비 인상 주장은 예산 집행의 우선순위를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요구”라고 일축했다.
또한 교육부는 이번 파업에 대해 “총파업의 강행으로 인해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받고 학교 급식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며 “학생들의 먹거리를 볼모로 한 총파업”으로 규정했다. 이에 대해 학비노조 충북지부 이 지부장은 “예상했던 반응”이라며 “우리가 왜 파업까지 나서야 했는지에 대한 이유는 알려 하지 않고, 아이들을 볼모로 한 ‘급식대란’이라는 자극적인 표현으로 우리의 투쟁을 폄하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지부장은 “우리의 요구조건이 쟁취될 때까지 투쟁은 지속될 것”이라며 논의를 거쳐 12월 초 다시 투쟁에 들어갈 예정임을 밝혔다.
◇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의 총파업과 교육현장
한편 학비 노동자들은 학교에서 교사뿐 아니라 학생들과도 직접 만나는 일이 많아 교육현장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나이가 들며 학생들은 급식 조리원 등의 ‘보조’ 교사가 교실에서의 교사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며, 비정규직의 현실을 인지한다. 따라서 학교사회에서 학생들이 보게 될 학비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는, 앞으로 사회로 나가게 될 학생들에게도 그 함의가 크다.
이러한 관점에서 교원노조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는 학비 노동자들의 총파업에 대해 지지를 보냈다. 이에 대해 전교조 충북지부 이은성 정책실장은 “학비 노동자들의 활동은 우리 학생들이 살아갈 차별 없는 사회를 위한 것”이라며 조금의 불편함이 있더라도 정당한 파업에 응원하게 됐음을 밝혔다.
또한 이 정책실장은 “학생들은 교실수업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만나는 다양한 노동자들을 통해 가치관을 형성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교육의 장인 학교에서조차 온갖 차별을 좌시한 채 학생들에게 사회적 통합에 필요한 공적 책임감이나 도덕적 양심을 가지라고 교육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전교조는 학생들의 올바른 가치관 함양을 위해 앞으로도 학비 노동자들의 정당한 파업이나 활동을 지지할 것이며, 비정규직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교사와 학생이 함께 노력해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