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1호] 미래도서관 건립의 필요성에 대해
발행일: 2014. 10. 20.
새 도서관 건축을 계획하면서 부지 선정에 따른 공청회를 통해 장소에 대한 분분한 논의가 오랫동안 이루어졌지만, 건립에 대한 필요성은 간과하였던 것 같다. 필자 역시 대학의 구성원 한사람으로서 청남대로를 막고 캠퍼스의 기본 축을 깨뜨리면서 잔디광장에 건축하겠다는 본부의 방침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였지만, 건립 자체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새 도서관 신축 부지 관련한 공청회 이후에도 여전히 위치선정의 문제는 계속되었고, 대응자금에 대한 논의는 지금까지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다. 그러나 올 3월에 막상 관장 소임을 맡고 보니 도서관 내부 살림이나 신축 관련 일이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었다. 본 기고문에서 논하는 도서관 신축의 필요성은 도서관장 개인의 소견이지 대학본부의 입장에서 기술하지 않음을 미리 밝힌다.
한국교원대신문 지난 호(제370호, 2014년 9월 29일) 1면 헤드라인에 현재 설계중인 신축도서관에 관한 ‘미래도서관 건립 계획 구체화’라는 기사를 실었다. 기사 속에의 미래도서관 신축에 대한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보면 신축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학생도 있지만, 신축 이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학생이 많은 코멘트를 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하는 한 학생의 ‘절반이 넘는 학우들이 미래도서관 건립의 필요성을 못 느꼈다는...’ 라고 한 코멘트는 우선 학생들의 인식 정도에도 문제가 있겠지만, 특히 대학본부와의 소통에 더 큰 문제가 있다고 보인다. 따라서 도서관장의 소임을 맡은 필자는 미래 도서관 건립의 필요성에 대한 학교구성원 간 의견의 차이가 큰 이유 중의 하나가 신축 미래도서관의 홍보에 충실하지 못했다고 생각되어 새로운 도서관 건립의 필요성에 대한 소견을 말씀드리고자 한다.
첫째 미래 교육환경에 맞는 새로운 도서관이 필요하다. 급변하는 오늘날의 문화적 상황에 비추어 볼 때 미래교육환경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 전공자가 아닌 사람으로는 구체적으로 기술하기는 어렵다. 다만 한 교육자로서 체감하는 것은 새로운 IT환경을 통해 실시간의 이슈와 관련하여 다양한 콘텐츠나 정보를 제시하고 바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을 할 수 있는 세계로 펼쳐지는 점이다. 즉 새롭게 변화하는 IT교육환경은 학습자로 하여금 정보나 지식에 대한 접근을 용이하게 하여 다양한 토론의 장을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정보나 지식의 재생산이 이루어지게 하여 정보와 소통을 기반으로 새로운 교실 혁명이라 할 만한 변화를 이끌고 있다. 종전의 종이책과 분필을 사용하던 교실에서는 지식을 전달하고 일방적 소통 위주의 교육을 했다면, 지금 교육환경은 교사가 지식과 정보를 일방적으로 전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 스스로 찾고 상호 소통하는 새로운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도서관 역시 수많은 장서 중심의 도서관이 아닌 미래교육환경의 지식과 정보를 신속하게 접하고 활용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Ubiquitous) 환경에 맞는 혁신이 제기되는 것이다. 유비쿼터스 시대의 이용자들이 디지털 도서관에서 편안하게 서비스 받을 수 있는 전자정보원의 확충과 기능의 강화가 요구되는 것이다. 또한 이용자가 모바일 환경 지원을 통해 장소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하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이 제공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 대학은 미래의 스마트사회, 다문화사회에 부응하는 지적· 문화적 허브로서 새로운 도서관의 기능과 역할이 필요하다.
우리가 첨단의 과학기술로 새로운 도구와 방법으로 일상적 삶을 열어가고 있는데, 과거의 것에 익숙하다고 고집을 한다면 소통과 진보에 스스로 한계를 설정하는 것이다. 디지털문명과 영상정보 시대의 도전에 응전하지 못하고 스스로 옛 둥지에 안주하는 것은 시대와 문화의 흐름에 등을 돌리는 모습으로 스스로 정체의 늪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필자와 같은 세대는 유선전화, 삐삐, 휴대폰 그리고 스마트폰을 경험하면서 현재는 손 안에 든 이 스마트폰에 온 세상이 다 들어 있다는 것을 체감한다. 이는 마치 필자가 수십 년 동안 강의나 작품용으로 필카로 찍은 만장도 넘는 슬라이드가 일시에 무용지물로 변한 충격처럼 교육은 물론이거니와 도서관의 환경도 급급하게 변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책으로 얻는 지식이나 정보가 현재 스마트기기나 인터넷으로 얻어지는 유비쿼터스 환경 변화에 따른 도서관 기능의 변화를 우리 대학은 선도하여야 한다. 아니 선도하지 못하면 최소한 그 물결을 따라가야 낙오하지 않는다.
둘째, 현재 도서관은 1985년에 공사를 시작하여 87년에 완공한 오래된 건물이다. 사람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신체의 곳곳에서 노화가 진행되면서 병원신세를 지게 마련인 것처럼 우리대학 도서관은 내·외벽의 균열과 비만 오면 옥상누수로 양동이를 받쳐놓는 등 건물 관리에 많은 어려움이 있으며, 장서누적으로 인한 하중 부족으로 보수공사가 시급한 실정이다. 도서관은 우리 대학의 수십 동의 건물 중에 디자인에서나 외관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은 건물이다. 그런 면에서 철거하고 새롭게 짓거나, 건물 자체의 외관을 바꾸기에는 무척이나 아까운 것이다. 그러나 건축의 내부로 눈을 돌리면 외부에서 보는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건물 구조면에서 건물 내부 공간은 ㅁ형 채광공간으로 건축되어 외부의 큰 매스에 비해 공간효율이 떨어져 공간 부족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여기에 비효율적인 공간구성은 이용자나 관리자 모두를 어렵게 한다. 현재 도서관 건물을 속속들이 말씀 드리기는 어렵지만, 외적으로 허우대는 멀쩡한데 속은 골병이 많이 든 중증환자에 비유할 수 있다. 물론 이 중증환자를 전문가에게 맡겨 리모델링을 해야 하고 이를 통해 일신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도서관은 종이책을 중심으로 대출, 열람, 보존 등 전통적인 도서관으로 지어졌다. 리모델링을 통해 내부 공간구성을 다시하고 외벽마감을 새롭게 하여 학생회관처럼 한층 새로워진 건물로 재탄생을 할 수도 있을 것이지만 여기에는 한계가 있다. 즉 아날로그 시대 도서관 건축으로 지어진 구조를 새로운 개념의 디지털도서관으로 탈바꿈하기에는 그 구조에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많은 대학이나 공공도서관들이 기존 도서관을 그대로 활용하면서도 경쟁을 하듯 신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명지대, 성균관대, 전북대, 경상대, 원광대, 전주대, 강원대, 창원대, 제주대 등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대학이나,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도서관, 김대중도서관, 세종도서관, 청주오송도서관, 통진도서관, 오산중앙도서관, 부산연제도서관, 충남도립홍성도서관 등 수없이 많은 도서관이 새로이 개관 또는 신축 중에 있다.
셋째, 21세기 도서관은 다양한 문화시설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을 필요로 한다. 현재 도서관의 세계적인 흐름이 복합문화공간으로 가고 있다. 도서관이 단지 책을 빌려 읽는 그런 공간이 아니다. 사람을 만나고 문화를 만나는 공간으로의 인식변화이다. 도서관 속에 카페가 있고 전시장이 있고 강연을 듣고 심포지움을 열어 열띤 토론을 하며 또한 영화를 비롯한 다양한 영상물을 보거나 심지어는 음악회를 만날 수 있다. 실제 우리나라 여러 대학에서 그렇게 변하고 있다. 우리 대학의 학생들 가운데 많은 학우들이 도서관을 독서실, 열람실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본다. 오로지 책과 시름하는 공간으로 만족한다면 굳이 새 도서관 신축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질만하기도 하다.
그러나 문화나 지식 세계의 지형도는 급격하게 변해가고 있다. 지금 세계는 모던에서 탈모던으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정지되어 있는 문자에서 움직이는 이미지로, 정영상에서 동영상의 세계로 지식과 정보를 담는 그릇이 바뀌고 있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서 실감하듯 정보와 이미지의 홍수시대를 맞고 있다. 이 가운데 정보처리 역량이 개인의 중요한 역량이 되고 또한 문화예술의 향수역량이 행복으로 이어지는 디딤돌이 되고 있다. 이렇게 삶의 패턴이 바뀌어 가고 있는 상황에 인류의 지식세계를 축적하고 갈무리하여 나누고 소통하는 도서관인들 변하지 않고 전통적인 모습을 유지할 수 없는 것이다. 세계 문화적 흐름에 따른 도전에 마땅히 응전을 해야 한다. 전자정보 기술 혁명에 따른 변화의 물결이 우리의 일상적인 삶이 바뀌듯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주도하는 도서관도 변화해야 한다. 새로운 도서관은 문화복합공간을 확대하고 첨단의 전자정보매체를 활용하는 공간으로 혁신하여 시대와 이용자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넷째, 날로 늘어나는 장서를 대비하고, 이용자의 복지를 위한 새로운 도서관이 필요하다. 우리 대학이 출범하던 당시 도서관은 30만권의 규모로 건축되었지만, 현재는 54만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 늘어나는 자료 소장공간의 부족은 매년 심각하게 겪는 어려움 중 하나이다. 매해 2만5천권의 장서가 늘어나는 현 추세로 미루어 20년 후면 백만 권 이상으로 늘어난다. 이는 지금의 도서관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건물의 하중 부족에서 문제를 안고 있다. 현재는 안전검사(2010년 구조보강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음)를 통해 큰 무리가 없는 상황이지만, 향후 10년, 20년 아니 그 이상의 시간 속에 도서관이 대학의 심장으로 활발한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신축을 할 수 밖에 없다. 진작 시작을 했어야 할 것이지만, 지금의 출발은 적절한 시점으로 이해된다.
또한 이용자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펼치기 위해서는 새로운 공간과 시설을 필요로 한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도서관이 책을 대출받고 읽는 공간을 넘어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희망하는 이용자를 위한 다양한 문화적 서비스를 하는 공간을 계획하고 거기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갖추어야 한다. 이렇게 새로워진 공간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대학은 물론이거니와 글로벌시대, 지역사회와 다문화사회에 부응하면서 문화를 향유하고자 하는 사람이나 문화적 소외자 등과 함께하는 문화공간으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도서관은 새롭게 만들어져야 한다.
도서관은 대학의 심장이라고 한다. 그 심장은 끊임없이 에너지를 공급하면서 과중한 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사랑과 관심으로 보살펴야 한다. 우리가 매일 매일 우리의 몸을 챙기듯 물리적환경이 새로워져야 하고 또한 그 속에 강물처럼 흐르는 듯한 소프트웨어의 충원이 계속되어야 이용자에게 새롭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인터넷이나 다양한 IT기기를 활용한 새로운 정보망은 물론, 종이책을 통한 수많은 지식 세계도 잘 정리하여 이용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우리가 서있는 시점이 역사 속의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두 문화가 공존하는 정점이기에 어느 하나를 소홀히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도서관이 대학의 건강한 심장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협력을 필요로 한다. 이미 신축이 확정되어 설계가 거의 완료되어 가는 현시점에 왜 지어야 하는가의 질문은 너무 오래된 질문이 아닌가하는 생각이다. 물론 오래된 질문이 본질적인 질문으로 도서관이 갖는 오늘과 내일의 역할이나 기능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질문은 동시대의 사회문화와 교육적 변화가 충분히 답하고 있다. 우리는 시대적 변화에 응전해야만 한다. 도서관은 고래부터 내려오던 책을 모아 놓은 곳이 아니라, 우리 학생들이 미래를 꿈꾸고 오늘의 문화를 즐기는 살아있는 곳이어야 한다. 우리 대학의 새 도서관은 거기에 부응하는 명료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도서관이 대학의 심장으로 활발발하고 생동감 나는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우리 구성원 모두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