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1호] 대학의 영향력
발행일: 2014. 10. 20.
권위가 존경의 중요한 전제조건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능력이 빼어나거나 존경할 만한 사람이란 표현을 할 때면 버릇처럼 “OO의 권위자” 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곤 했다. 이 표현 안에는 존경, 존중의 자격과 여기에 뒤따르는 복종을 요구하는 정당성이 함축되어 있다. 권위는 오랫동안 리더십의 핵심요건으로 작용했다. 사실상 권위는 상징이고 이미지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권위를 의심하지 않는 이상 그 지위는 자동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미지, 위신이 손상되는 것이 이러한 시절에는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리더십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물려받은 것보다 노력으로 이룩된 성과에 존경과 찬사를 보내며, 이미지나 서열보다 입증된 실력을 더 가치 있게 생각한다. 자기들을 이해하고 실천으로 감동을 주는 사람에게 리더의 자격을 인정해준다.
올해 우리 대학은 개교 30주년을 맞이했다. 우리들은 스스로 여러 수식어를 붙이며 우리 대학에 대한 자부심을 표현하곤 한다. 교육 분야에서 적어도 자타가 인정하는 권위를 가진다는 자부심인 것이다. 올해는 우리대학이 지금까지 지내온 30년과 앞으로 오는 30년을 생각하는 좋은 시점이다. 우리 대학은 사회에서 어떤 리더십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 평가함으로 부족한 점을 진단하고 발전적 미래를 위한 처방을 내려야 한다.
우리 앞에 놓인 30년은 우리 대학에게 가장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우리가 자부하고 있는 우리의 위상이 순전히 우리의 노력의 결과로만 볼 수 있을까? 우리대학은 처음부터 한국 교육의 중심 역할을 하라는 임무를 가지고 만들어졌다. 태생적 권위를 부여받은 것과 다름없는 조건이 아닌가. 사회에서 권위와 리더십에 대한 변화가 일어난 것처럼 앞으로의 30년에서 태생적 권위는 더 이상 큰 역할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교원대학교의 미래는 변화하는 시대에서 어떻게 능력과 리더십을 보여주는지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학계에서의 인정과 교육부와의 관계, 교육정책 수립과정에서의 역할 등에 많은 노력을 하는 것으로 우리의 소임을 잘 한다고 생각해 온 것 같다. 상대적으로 교육의 본바닥인 교육 현장과의 관계, 교사들과의 관계, 국민과의 관계에 관한 노력은 미흡하지 않았을까? 교육현장에 대한 참여적 리더십, 기여, 봉사를 통해 우리에게 부족했던 사회적 존중을 얻어내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한 때다.
우리 대학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대학장기발전계획이 많은 교수들의 참여 속에서 연구되고 있다. 전에 없이 많은 교수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학교의 비전과 추구하는 인재상을 비롯해 발전을 위한 전략들이 새롭게 점검되고 논의되고 있다. 기업의 발전의 척도가 축적된 자본이라면, 대학 발전의 척도는 그 사회에서의 영향력의 크기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처럼 우리나라의 교육에서의 리더가 되려면 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 현장에 대한 적극적인 역할 수행을 통해 교사 사회에서의 지지와 존중을 얻고 지금의 위상을 훨씬 뛰어넘게 하는 사회적 영향력을 얻으려는 노력이 대학장기발전계획에서 잘 수립되어 새로운 도약의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