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1호]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열려

얻어낸 성과와 풀어야 할 과제 남기며 폐막

2015-02-05     남보나 기자

발행일: 2014. 10. 20.

  10월 2일에 개막한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열흘 간의 대장정을 뒤로 하고 지난 11일 폐막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총 22만 6,473명의 관객이 영화제를 찾아 역대 최다 관객을 기록했으며, 3년 연속 20만 관객 돌파라는 신화를 쓰고 있다. 그러나 매년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올해에는 예상치 못한 논란으로 성장통을 겪기도 했다. 
  1996년 첫발을 뗀 부산국제영화제는 내년에 20주년을 맞이한다. 이제 1년 앞으로 다가온 스무살을 맞아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성과와 과제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성공적인 성인이 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 BIFF Village
  해운대 백사장에 영화제의 특별 행사장으로 마련된 비프빌리지(BIFF Village)에는 배우들의 무대인사 외에도 다양한 체험부스가 펼쳐져 영화팬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안겼다. 체험부스에서는 영화제 후원 기업들이나 영화제 출품작들과 관련한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됐다. 부산국제영화제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축제가 되면서 기업들의 홍보와 마케팅의 장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 중 눈길을 끈 것은 ▲JTI 스모킹 라운지 ▲비프테라스 ▲꽃분이네 등이었다. 
  JTI코리아는 JTI 스모킹 라운지라는 흡연부스를 설치해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가 보다 쾌적하게 영화제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비프테라스에서는 영화발전기금 3000원 이상을 기부하면 맥주를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었다. 꽃분이네는 영화 <국제시장> 주인공의 삶의 터전을 생생하게 재연한 부스로, 영화와 관련된 각종 소품들을 판매했다. 특히 비프빌리지의 야외무대는 밤이 되자 공연장으로 변모했다. 관람객들은 초청 가수의 공연을 보며 비프테라스에서 맥주를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었다.
  비프빌리지에서 만난 관람객 이시형(수원·32) 씨는 “우리나라에 이렇게 큰 축제를 즐길 기회가 별로 없는데,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의 부산은 도시 전체가 축제 분위기라 즐겁다”고 영화제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 ‘다이빙벨’ 논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최대 이슈는 개·폐막작도, 레드카펫의 여배우도 아니었다. 77분짜리 다큐멘터리 하나가 개막 전부터 영화제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영화 ‘다이빙벨’은 세월호 참사 이후 전남 진도 팽목항의 모습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담은 작품이다. 
  ‘다이빙벨’이 부산국제영화제의 상영작으로 선정되자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유족들은 “다이빙벨은 단 한 구의 주검도 수습하지 못한 채 유가족들을 우롱하고 자사 제품을 실험하는데 끝났다”며 영화제 측에 상영 철회를 요구했다. 서병수 부산 시장 역시 “정치적인 목적을 갖고 영화제의 중립성을 훼손하는 작품”이라며 ‘다이빙벨’의 상영 철회를 요구했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 측이 영화 상영 시 부산국제영화제 국고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전달해 논란이 일었으나 사실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영화는 계획대로 상영됐지만 영화인들은 부산국제영화제의 독립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영화인 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서 시장의 ‘다이빙벨’ 상영중단 요구에 유감을 표하며, 영화제에 대한 압력을 중단하고 독립성을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영화제의 정치적 중립과 작품 선정의 독립성을 두고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숨은 영화를 발굴해 다양한 영화를 소개하는 영화제이다. 작품의 상영 여부를 선정하는 것은 프로그래머의 몫이며, 이를 보고 판단하는 것은 결국 관객의 몫이다.

◇ 얻어낸 성과 
  부산국제영화제는 어느덧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축제에서 명실공히 아시아 대표 영화제로 나아가고 있다. 1996년 첫 선을 보일 때만 하더라도 과연 해외에서 영화제에 찾아올 게스트가 있을지, 설사 게스트를 초청해 번듯한 판을 벌인들 관객이 없어 겉치레만 요란한 속빈 강정이 되지는 않을지 염려가 많았다. 게다가 스크린 쿼터 폐지, FTA 체결 등으로 한국영화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꾸준히 줄어가는 상태에서 과연 한국에서 국제영화제의 실현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부산국제영화제는 한·중·일 3개국 중심에서 아시아 전역·아프리카로까지 출품작의 범위를 확장하며, 세계 영화시장에서 소외된 국가들의 영화에 주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독립영화 비중도 커져, 최근에는 독립영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상영작의 20∼30%에 달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김동현 감독의 독립영화 ‘만찬’을 폐막작으로 선정해 화제를 모은바 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79개 국가에서 온 312편의 영화가 소개됐다. 상영 편수는 예년보다 줄었지만 작품에 대한 만족도는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이었다. 

◇ 풀어야 할 과제 
  올해 영화제는 해운대에서 주로 이루어졌다. 대부분의 행사가 해운대 비프빌리지에서 진행됐으며, 다수의 영화가 CGV 센텀시티, 메가박스 해운대에서 상영됐다. 남포동 피프광장에서 야외무대인사와 메가박스 부산극장에서 영화 상영이 진행됐지만 예년에 비해 현저히 그 횟수가 줄어들고 있다. 하루 1~3회, 단 3일간만 영화제 초청작이 상영됐을 뿐이었다. 관객들을 위한 효율적 운영때문이라고는 하지만 부산국제영화제의 첫 발상지인 남포동 피프광장이 무색할 정도였다.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광주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남포동을 더욱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예산이 늘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효율적 운영을 위해 영화의 전당과 해운대 비프빌리지에 집중할 것인지, 남포동 활성화에 더욱 적극적인 투자를 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예산 문제는 영화제 발전의 큰 걸림돌이다. 국고에서 지원 받는 예산은 15억 원 수준으로, 몇 년 째 동결되고 있는 실정이다.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는 다이빙벨로 촉발된 정치적 중립과 작품 선정의 독립성 등의 논란과 남포동 피프광장의 활용, 예산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기며 내년 제20회 영화제를 기약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