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3호] 미래도서관의 비전
발행: 2014. 11. 17.
도서관은 대학의 심장이다. 해외의 대학도서관을 방문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지고 있었다. 널찍하고 쾌적한 열람실에 학문연구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는 고풍스러운 인테리어, 개인조명과 노트북 사용 장치가 갖추어진 테이블에 안락한 의자들, 넓은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과 창밖의 신록으로 기분까지 환해지는 도서관, 편안한 휴게공간과 활발한 그룹토의가 가능한 도서관을 볼 때면, 항상 비좁고 답답한 열람실에서도 열심히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우리 학생들이 기특하면서도 안쓰럽게 다가왔었다.
최근에는 해외 뿐 아니라 대부분의 국내 대학에서 도서관 신축 및 리모델링이 진행되어 캠퍼스에서 쉽게 아름다운 도서관을 볼 수 있다. 다행히 우리대학도 기존의 답답하고 노후한 도서관을 대체할 수 있도록 2012년 280억 원의 국고 예산을 확보하여, 2013년 미래 도서관 정책연구, 2014년 위치선정, 설계 등의 과정을 거쳐 올 12월 20일 설계가 완성된다.
미흡하나마 이제까지 미래도서관에 대한 비전과 필요성, 역할 등에 대한 논의가 있어 왔으나 이제 본격적으로 도서관 신축을 시작하는 이 시기에, 도서관의 비전에 대해 다시 한 번 공유하고 공동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기획처장으로서 도서관 신축과 관련된 비전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이는 우리의 새롭고 아름다운 도서관에 대해 같이 꿈꾸자는 제안으로서 교직원 및 학생들의 신축도서관에 대한 바람과 창의적인 제안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기를 기대한다.
이것은 도서관 신축이 단순히 건축물 신축의 개념에서 벗어나 우리 대학이 추구하는 교육을 통하여 국가와 세계에 기여하고자 하는 가치와 목표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여기에는 미래도서관에 우리가 채워야 할 유형과 무형의 콘텐츠, 프로그램, 활동 및 다양한 사업까지도 포함하는 총체적인 비전이 요구된다.
1. 창조와 공유형 도서관
미래도서관은 미래교육의 모습을 반영하는 공간이 될 것이며, 축적된 정보를 제공하는 공간에서 벗어나 정보를 창조하고 공유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하고자 한다. 이를 위하여 교육 콘텐트 생산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는 기반 시설을 갖출 것이다. 테크놀로지 기반의 교육기술 업체와 제휴하여 교육 콘텐트를 개발․생산하고 이러한 콘텐츠들을 전시하여 현장 교사 및 예비교사들의 평가와 체험의 장이 되게 할 것이다.
변화하는 기술 기반 또는 기술을 활용한 교육 체제의 변화와 교육정보의 DB화를 통하여 교육기관 및 관계자들의 새로운 교육 환경에 대한 인식을 증진시키고, 기업으로는 해당 제품이나 솔루션의 유용성을 검증하는 수단을 제공함으로서 한국교육이 보다 의미 있게 변화하는 기초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체제도 구축될 것이다. 또한, 교수 혁신 플랫폼으로서의 도서관을 구축하여 미래교육 플랫폼을 기획하고 전시하는 공간과 미래교육 체험의 장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창조와 공유의 도서관은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조화를 추구할 것이다. 예측되기로는 미래는 온라인 교육이 대세를 이룰 것이라고 하지만, 디지털 기기 중심의 온라인 교육뿐만 아니라, 아날로그적이면서 느긋함과 깊이 있는 콘텐츠들도 생산하게 될 것이다. 우리대학 교수나 동문들의 살아있는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KNUE TED 등을 통해 인문학 및 철학적인 지식들이 생산되고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것이다. 무크(MOOC) 개념을 도입하여 교육대학원의 온라인 콘텐츠를 개발 하고 전파하여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한국의 교육연구 경험들을 전수하는 센터로서의 기능도 담당할 것이다.
2. 참여형 도서관
미래도서관의 사용 대상을 현직교원, 동문, 지역사회와 지자체, 교육단체 및 정부부처로 확대하여 도서관의 활동영역과 운영방식에서 많은 공동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지역사회 및 한국사회에서 우리 대학의 위상을 높이고 학교 구성원의 인적 네트워크를 넓히는 한편 학생들에게도 다양한 직업적 학문적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사회 공동체에 대한 봉사의 측면에서 청주시 등 지자체와 공동으로 운영하는 어린이도서관 및 다문화지원실 등이 검토되고 있다. 어린이 도서관은 미래도서관이 도서관으로서의 독립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것과 함께 우리 대학이 지닌 교육박물관, 황새생태연구원 및 유아교육원과 연계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중심의 활동이 이루어지도록 운영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예를 들면 미래도서관에서 어떤 주제에 대한 자료와 검색, 과학실험 등이 제공된다면 이를 실제 체험으로 확장하여 관련 체험 시설이 있는 기관과 연계 시키는 [교육의 융합 및 확장]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비슷한 형태의 도서관으로 청주시에 있는 [기적의 도서관]을 살펴볼 수 있겠다. 이 도서관은 통상의 서책 중심의 도서관 기능에 체험과 좋은 강의를 통합시켜서 운영하여 학부모들의 상당한 호응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를 통하여 우리대학의 유․초․중등 융합교육의 우수교육 콘텐츠를 전파하는 계기가 될 것이고 학생들의 봉사 등을 통해 다양한 체험활동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런 형태의 도서관 운영에는 퇴직하신 교수님들의 강의를 재능기부 형태로 유치함으로서 깊은 연륜이 에비교사와 현직교사들에게 지속적으로 전달되고 공유되는 체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미래도서관은 시․도교육청과 각급학교를 교육정보를 통하여 연결시키는 기능을 가질 것이다. 교육관계자와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온라인이나 직접 방문을 통하여 우리 대학에서 연구된 자료와 축적된 한국교육의 다양한 경험을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하여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교육의 중심대학으로서 우리대학의 위상도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3. 사색과 예술이 있는 도서관
미래도서관은 대학 구성원들에게 인간사고의 결실인 학문과 자연 속에서 삶의 의미를 관조하고 예술작품들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우리대학은 교정이 비교적 넓은 편이나 사실상 지적인 자극과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은 교수에게나 학생에게나 모두 부족한 실정이다.
교수님들에게도 좁은 혼자만의 연구실에서 벗어나 동료교수 및 학생들과 학문과 예술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고 학생들도 학문과 예술을 내포하는 공간에서 느긋하게 삶의 가치를 사색하고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복합문화공간을 통해 인류의 문화유산을 쉽게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자유로운 환경에서 서로의 가치관과 장래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공간들을 조성해 갈 것이다.
4. 친환경 및 신경영 개념의 도서관
미래도서관은 운영비의 최소화를 위하여 태양광과 지열을 통한 냉난방체제를 갖추도록 설계에 반영하고 있다. 또한 옥상 층에는 정원을 조성하여 학업에 지친 학생들이 자연 속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계획이다.
사서의 역할을 확대하여, 기존의 도서관에서 머무르든 사서의 역할을 찾아가는 사서의 역할로 변화시켜 나갈 것이다. 예를 들면 이용자가 교육박물관의 자료를 이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사서는 이용객을 박물관으로 안내한다든지 실제로 박물관 자료와 도서관 자료를 통합하여 추천할 수 있는 역할을 감당하게 하는 것이다. 또한 대학원생들의 논문 지도에 있어서 지원 서비스를 사서가 담당하게 하여 도서관이 적극적으로 서비스하는 조직으로 변모시켜 나갈 것이다.
현재 서 있는 도서관 서쪽에 지어질 이 건물은 단순히 건물이 아니라 교수와 재학생, 동문 그리고 한국교육에 기여하는 모든 가르치는 분들의 총체적인 지성과 땀과 결실이 공유되고 재생산되는 장이 될 것이다.
이를 통하여 우리나라의 교육뿐만 아니라 세계의 교육에서 같은 시대를 살아가면서 경쟁하되 협력하며, 앞서가되 주위를 돌아볼 줄 알고, 성취하되 그것을 주위와 나눌 수 있는 마음이 넉넉한 사람을 길러내는 교육의 모습을 그려나가는 장이 되도록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새로운 도서관은 건물을 지으므로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교원대인의 지혜와 상상력이 함께함으로 실현되어가는 성장하는 나무와 같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