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2호] 서른, 잔치는 끝났다

2015-02-04     조한욱(역사교육) 교수

발행: 2014. 11. 3.

 한국교원대학교의 개교 30주년 기념행사가 도처에서 화려하고 성대하게 거행되고 있다. 30년 세월의 바람서리를 견디며 우리 학교가 한국 교육의 든든한 한 축으로 우뚝 솟은 것은 동문과 교직원을 포함해 학교와 관련된 모두가 함께 축하해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이 기념행사가 성립된 과정이나 작금에 한국교원대학교가 처한 현실을 직시하노라면 우리가 이 잔치 분위기에 도취해 있는 것이 과연 온당한 일인지 의문을 넘어 당혹한 심정까지 든다.

  주지하다시피 현재 본교는 재정 형편이 열악하여 학교 구성원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야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성회계의 편성 과정에서 총장의 지시사항이라는 이유로 심의 과정도 거의 거치지 않고 본교로서는 거액을 배정하여 여러 행사들이 현재진행형으로 완료되어가고 있다. 과시하기 위한 일회성의 외화내빈을 위해 내실을 다지기 위해 사용될 수 있는 예산이 집행되어야 했는지, 현재 부실 재정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하는 총장 및 본부 임원들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지금 한국교원대학교는 법석을 차려놓고 야단을 부릴 처지에 있지 못하다. 오히려 반성하는 분위기에서 자숙하고 있어야 한다. 전 국민이 생중계로 시청했던 전 교육부장관 후보자의 인사 청문회는 마치 한국교원대학교가 교육 비리의 온상인 것처럼 온갖 질타를 받도록 만들었다. 그런 비리가 횡행하도록 연구 윤리에 대한 의식이 부재하는 장소라는 대중적인 인식은 아마도 가까운 시일 내에 사라지기 어려울 것이다. 이곳에 몸을 담고 있다는 것만으로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했고, 대학의 교원들이 모두 그런 것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다는 타교 교수들의 비아냥거림에 몸 둘 바를 몰라야 했다.
  그 인사 청문회의 당연한 논리적, 행정적 귀결로 이루어진 국정감사는 또 다시 우리의 부끄러운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학생회관 보수비용을 총장실 확장 이전 비용으로 전용한 비리가 학생들의 분노를 자극했다면, 국립대학교의 수장으로서 편향된 역사관을 전파하고 돌아다니는 총장에 대한 국감장의 질타는 의식 있는 국민의 정의감을 일깨웠다. 총장의 자격으로 그럴 수는 없다는 수차에 걸친 학내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자행된 총장의 행동에 대해서 국감장에서의 사과와는 별도의 사과가 교내의 구성원들에게 전해져야 한다.
  도취할 것도 없는 지난 30년이었다. 과연 한국교원대학교는 상생을 위한 참된 교육이 설 수 있도록 어떤 역할을 해왔던 것인가? 오히려 교육부의 경쟁적 발상을 묵종하는 기관이 아니었던가? 잔치는 끝났다. 아니, 열리지 말아야 했다. 다가올 30년과 그 너머에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교육의 전망을 열어놓을 수 있을 것인지 치열하게 반성하며 대안을 모색해야지만 우리는 ‘한국’의 ‘교원’을 양성하는 ‘대학교’로서의 명칭에 걸맞은 위상을 확립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