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0호] 경기도교육청, 이번 학기부터 9시 등교 도입
학생 건강권 보장되지만 의견 수렴 부족으로 아쉬움 남겨
발행 : 2014. 9. 29
최근 교육계는 각급 학교에 대한 ‘9시 등교’의 시행으로 떠들썩하다. 논란이 된 ‘9시 등교’의 시작에는 경기도교육청 이재정 교육감이 있다.
지난 6월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경기도교육감에 당선된 이재정 교육감은 ‘학생 중심의 교육’을 표방하며 여러 교육정책을 발표했다. ‘9시 등교’ 또한 ‘벌점제 폐지’ 등과 마찬가지로 교육감의 교육관에 부합하는 정책으로 시행됐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전격 시행으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 등 일부 교육단체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 9시 등교의 대두
9시 등교는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의 공약으로부터 나온 것이 아닌, 의정부여자중학교(이하 의정부여중) 3학년 학생들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의정부여중 3학년 학생들은 사회 수업으로 ‘학생들이 만드는 교육정책’ 시간을 가져 여러 가지 정책을 도출해냈다. 이 정책들은 경기도교육청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에 게시됐으며, 이 가운데 9시 등교가 있었다.
의정부여중 3학년 학생들은 ▲수면권과 건강권 보장 ▲청소년기의 과학적 수면 주기 ▲어른들과의 형평성 등을 들어 9시 등교를 건의했고, 이재정 교육감이 이를 수용해 각 학교에 권장하는 정책으로 마련하면서 9시 등교는 교육현장의 전면으로 대두하게 됐다.
◇ 9시 등교의 시행
학생들의 요청으로 시작된 9시 등교 정책을 경기도교육청이 이번 학기부터 각급 학교에 권장하면서, 지난 8월 29일 기준 경기도 내 초․중․고 2,250개 학교 중 88.9%인 2,001개교가 9시 등교를 시행하고 있다. 시행된 9시 등교 정책의 취지에 대해 경기도교육청 민윤 장학사는 “학생의 수면 시간을 확보해 (학생들이) 건강한 상태에서 학습에 집중하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아침자습 또는 0교시를 운영했던 때보다 적게는 15분에서 많게는 1시간 30분 정도 늦게 등교하게 된다. 수업은 9시 10분 경 시작되며 등교시간이 늦춰진 만큼 하교시간 또한 늦어진다.
9시 등교 정책의 시발점이 된 의정부여중 또한 이번 학기부터 9시 등교를 도입했다. 한 달 여 간의 시행 결과에 대해 의정부여중 조항권 교사는 “학생들의 아침식사 비율이 높아졌으며 아침 시간의 여유와 충분한 수면 시간을 확보했다”며 9시 등교로 드러난 장점을 설명했다. 그러나 조 교사는 또한 “9시 등교가 본래의 취지를 살리려면 학생들의 수업부담이 줄어야 한다”며 “학생들이 원했던 것은 9시 등교를 통한 수업시수의 감축이었다. 수업시수 감축 없는 9시 등교는 조삼모사가 될 확률이 높다”고 말해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급하게 진행된 9시 등교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의정부여중은 지난 8월 25일 학생과 학부모, 교사의 의견을 수렴해 9시 등교를 도입했으며, 맞벌이 부부의 자녀 등과 같이 이전처럼 학교에 일찍 등교해야만 하는 학생들을 위해 아침 도서관 개방, 상담실 진로 프로그램 등을 제공한다.
◇ 9시 등교에 대한 교육현장의 반응
경기도교육청의 권장에 따라 이번 학기부터 경기도 내 학교 5곳 중 4곳 이상이 9시 등교를 도입했지만 교육현장에 환영하는 분위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교총 김동석 대변인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법령에 따라 등교시간 자율권을 학교에 부여했는데 교육감 혼자 군사 작전하듯 등교시간을 사실상 통일시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하며 9시 등교에 대한 교총의 입장을 밝혔다. 김 대변인은 이어 “이에 따라 ▲날이 일찍 저무는 겨울철 학생 안전 문제 ▲일부 학생의 등교 전 PC방 출입 증가 ▲경기도 내 새벽반 그룹별 과외 등장과 같은 교육적‧사회적 폐해가 나타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9시 등교의 일률화는 즉각 중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교총의 지적에 대해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8월 보도자료를 통해 “(9시 등교는) 학교장의 권한이나 자율성을 침해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며 부정했다. 경기도교육청은 ‘9시 등교의 획일적 강제 실시는 교육감의 권한 남용’이라는 교총의 지적에 대해 “교육청이 발송한 공문에는 어디에도 강제성을 띠고 있지 않다”며 오히려 학교문화를 바꾸기 위한 자율적인 내용들로 구성돼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교총이 지적한 여러 문제점에 대해 경기도교육청은 “‘사교육의 부작용’ 등에 대한 우려는 학생중심이 아닌 학원중심의 생각이며, 학생을 교육공동체의 일원으로 보기보다는 지도 대상으로 바라보는 기존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며 의문을 표했다. 경기도교육청은 학생 안전 등 현실적인 문제점들에 대해 ‘세이프존’ 설치, 아침운동 프로그램 준비 등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 9시 등교의 실효성
이처럼 교육현장에서 9시 등교에 대한 입장이 상반되는 가운데, 9시 등교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 역시 일고 있다. 의정부여중 조 교사는 “9시 등교는 학생인권 측면에서 가장 기본적인 건강권과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한 첫걸음”이라며 9시 등교가 학생인권을 지키는 데에 실효성이 있다고 봤다. 조 교사는 이어 “이른 등교는 입시경쟁이 낳은 대표적인 폐해였다”며 “입시 경쟁 속에서 잊혀졌던 학생인권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교총 김 대변인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올해 1월 발표한 ‘2013 아동, 청소년 인권실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9시 등교 이전에도 아침밥을 먹는 학생의 비율이 약 76%에 달하며, 아침밥을 먹지 않는 이유도 ‘입맛이 없어서’와 ‘늦잠을 자서’라는 이유가 가장 컸다”고 말하며 9시 등교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학생들의 수면부족 이유로는 ▲TV시청 ▲채팅 ▲게임 등이 가장 커 잘못된 수면습관이 문제”라며 9시 등교로 조식권과 수면권 보장의 효과가 나타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 앞으로의 9시 등교
현재 경기도교육청의 9시 등교 정책에 대해 서울, 전라북도, 광주, 제주 등의 교육청에서도 등교시간 늦추기를 검토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민 장학사는 “앞으로 9시 등교의 실시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점들에 대해 ‘등교 전 사교육 방지 조례 제정’ 등의 보완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민 장학사는 “9시 등교는 단순히 등교시간의 조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공교육 정상화와 함께 우리 사회에 만연한 비정상의 정상화를 의도하는 것”이라고 정책 의도를 밝히며 9시 등교에 대해 지켜봐줄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