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8호/오늘의 청람] ‘탈가족화’ 트렌드 속에서 가정교육의 방향은?
오늘날 우리 사회엔 탈가족화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2019년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저출산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20대 10명 중 5명이 ‘결혼할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 2019년 통계청 인구동향조사 결과는 이러한 인식변화를 잘 반영한다. 조사에 따르면, 천 명당 혼인 건수는 4.7, 가임여성 1명당 출산율은 0.918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렇듯 전통적인 가정형태를 부정하는 탈가족화 트렌드 속에서 가정교육은 어떠한 방향을 지향해야 할까? 이에 대한 의견을 묻기 위해 최슬기(가정교육·20) 학우를 만나보았다. 최슬기 학우는 ‘학생들의 생활 자립 능력을 기를 수 있는 실천적 활동 중심 수업’을 제안했다.
◇ 최근 한국 사회에서 비혼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예비교사로서 이러한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현상에 대한 나의 개인적인 의견이 어떻든, 교사에게는 가치중립이 요구된다.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비혼을 마냥 비난하거나 부추기는 행위는 교사로서 옳지 않다. 그러므로 미래 교사로서 나는 이 현상 그 자체보다는 현상의 원인에 집중하고 싶다. 나는 학생들이 비혼주의의 원인이 되는 사회문제와 그 너머에 있는 그릇된 이데올로기들을 자각할 수 있기를 바란다.
◇ 가정과목에서는 결혼, 부모됨 등 가정생활과 관련된 내용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행 교육과정에서 가정과목은 이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길 바란다.
가정과목의 내용을 구성하는 5요소는 의생활, 식생활, 주생활, 소비생활, 그리고 가정생활이다. 중학교 교육과정에선 의식주, 소비생활과 더불어 가정생활 내용을 균형 있게 다루고 있다. 반면에 고등학교 일반선택 교육과정에서는 여섯 단원 중 다섯 단원에서 가정생활 내용을 다루는 식으로 가정생활 부분에 좀 더 비중을 두고 있다. 고등학교 가정생활 1단원에서는 사랑과 결혼, 부모됨의 준비 등의 내용을 다루는데, 이 부분이 오늘 주제와 관련 있다.
◇ 현행 가정교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쉬운 점이나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현행 고등학교 교육과정이 너무 추상적인 이론에만 치우친 것 같아 아쉽다. 가정교육의 목적은 학생들의 생활 자립 능력을 키워주는 것인데, 생활 자립 능력은 사색보다는 실천을 통해 길러진다. 그러므로 나는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가정생활 부분이 의식주, 소비생활 부분과 균형을 맞추며, 이론보다는 실천적 활동 중심으로 수업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생활 자립 능력 개발을 위한 실천적 활동 중심 수업은 비혼주의 트렌드를 잘 반영하는 동시에 이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먼저 생활 자립 능력은 어떠한 가정이든 모두 중요하기 때문에, 다양한 가정형태를 존중하는 현재의 트렌드를 잘 반영한다. 또한, 생활 자립 능력 계발은 양성 평등한 가정문화 형성에 기여함으로써 비혼 현상의 해결책이 된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선 남성보다 여성에게 가사 부담이 치우친 경향이 있지만, 실천적 활동 중심 가정 수업을 통해 남성의 가사 능력을 배양한다면 남성도 가정 내에서 가사 활동을 활발히 할 수 있을 것이다.
◇ 탈가족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현 상황을 볼 때, 앞으로 가정교육은 어떠한 방향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탈가족화와 전통적인 가치관이 충돌하는 현 상황 속에서 가정교육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목표는 ‘가족 개혁’이라고 생각한다. 이 말은 탈가족화를 지향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가족 개혁이란,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그릇된 이데올로기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이를 비판하고 개혁하고자 할 때 이루어진다. 이것은 가정 밖이 아니라 내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다. 가족 개혁을 통해 학생들은 이데올로기의 노예가 아닌 자율적으로 가치관을 탐색하는 삶의 주체로서 살아갈 수 있다.
◇ 미래에 가정교사로서 교단에 선다면, 가정생활과 관련된 내용을 수업에서 어떻게 가르치고 싶은가?
이론적인 지식보다는 실천적인 활동 위주로 수업을 구성하고 싶다. 가정교육은 학생들의 생활 자립 능력을 길러주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의식주, 소비생활 부분과 다르게 가정생활 부분은 다소 이론 중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경향이 있어서 실천적 활동과 연관 짓기는 조금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가정생활 내용을 실제 사례와 연관 짓거나 토론을 하는 식으로 수업을 구성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 탈가족화의 바람을 정면으로 맞아 변화한 한국 사회에서, 미래의 가정교과가 가질 의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가정교육의 목표는 자율성과 도덕성을 겸비한 현명하고 성숙한 가족 구성원을 기르는 것이다. 이 목표가 교육 현장에서 잘 실현된다면, 학생들은 현숙한 가족 구성원이자 가정 내 그릇된 이데올로기를 비판하는 성숙한 사회구성원으로서 기능할 수 있다. 급격한 변화로 인해 이질적인 가치관이 충돌하고 세대 간의 갈등이 깊어져 가족 구성원들이 가족 피로를 겪는 현대 사회 속에서, 가정교육은 자유롭고 정의로운 가족 개혁을 통해 사회에 이바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