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8호/교육탑] 아직 이루지 못한 숙제, 유아교육의 공공성 강화에 대한 고민 계속되어야 해
지난달 29일,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은 ‘유치원’을 ‘유아학교’로 변경하도록 하는 유아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였다. 명칭 변경의 이유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유치원’의 ‘유치’라는 표현이 상대방의 언행이 ‘어리다’고 비하하는 의미를 포함한 일본식 표현이기 때문이다. 또한 ‘유치원’을 ‘유아학교’라는 명칭으로 바꾸어 공교육 체제 안에서 유아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교육기관이라는 정체성을 확실히 하고자 하는 취지도 명시되었다. 하지만 발의된 법률안에는 명칭 변경의 내용만 등장할 뿐, 유아교육기관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구체적인 대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한국교원대신문은 단순한 명칭 변경에 머물지 않고,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인 유아교육기관의 공공성에 주목하여 공공성 강화의 본질적인 목표인 유아의 교육권 보장, 그리고 공공성 강화를 위한 대책에 대해 다루어 보고자 한다.
◇ 공교육 밖 유아교육, 침해되는 유아의 교육권
올해 전국 국공립 유치원 취원율은 29.2%로 나타났다. 즉, 우리나라의 유치원생 10명 중 3명만이 국공립 유치원에 다니는 것이다. 국공립 유치원의 취원율이 낮다는 것은 국공립 유치원의 수가 부족함을 나타내고, 국공립 유치원의 양적 확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곧 유아가 제공 받는 교육의 질에서 격차가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동조합(이하 ‘노조’) 대변인은 “현재 유아교육은 공교육의 체제에서 벗어나 있으며 유아들은 어느 기관을 다니느냐에 따라 교육의 질적 편차를 겪기도 한다”라고 밝혔다. 2019년을 기준으로 하여 조사된 만 5세 유아의 학부모 부담금은 사립 유치원이 평균 217,516원으로, 11,911원인 국공립 유치원보다 18배가량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유아교육기구 한국위원회장 박은혜 교수는 "공사립 기관 이용에 따라 비용 격차가 발생하는데 이는 서비스 질 격차로 이어진다. 가난한 아이일수록 양질의 교육을 받아야 격차가 보상되는데, 지금은 가난한 아이일수록 나쁜 질의 교육을 받을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현재 우리나라 유아교육이 사적 영역에 큰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에 유아교육기관 각각의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없을뿐더러 부모의 경제적 지위에 따라 유아가 경험할 수 있는 교육의 차이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또한 국공립 유치원 취원율은 지역에 따라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2020년도 전국 시도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을 계산한 결과 대전은 19.5%로 전국 최하위를 기록한 반면 세종은 97.3%로 대부분의 유치원이 국공립 유치원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지역에 따라 유아가 공교육을 제공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달라지는 것이다. 노조 대변인은 “신도시나 인구수가 증가하는 곳에 국공립 유치원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나, 국공립 유치원의 양적 확대만을 위한 무분별한 증설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실질적인 수요를 파악하여 필요한 곳을 중심으로 국공립 유치원을 확대해야 하며, 지역의 차이가 교육 기회의 차이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유의해야 하는 것이다.
유아교육이 공교육의 체제 밖에 있는 상황의 위험성은, 사립 유치원 비리 사건을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 2018년, 일부의 사립 유치원에서 사적인 용도로 예산을 사용하는 비상식적인 행위가 적발되었다. 비리가 수면 위로 드러나자 일부 유치원에서 갑작스럽게 폐원을 하는 등 교육기관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 행동을 취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유아에게 돌아갔다. 이렇듯 유치원을 교육기관이 아닌 개인의 사업체로 여기는 인식을 바로잡지 못한다면 유아들의 안전하고 평등한 교육을 보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노조 대변인은 “유치원을 여전히 영리기관으로 생각하는 것은 유치원 또한 교육기관이며, ‘학교’라는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유아교육기관의 정체성을 확립하여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 유아교육기관 간 상호 보완적인 공존 필요해
국공립 유치원을 증설하여 양적 확보를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유아교육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사립 유치원과 상호 보완적인 공존을 이루어나가는 것 또한 필요하다. 정부는 사립 유치원의 법인화를 유도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등 사립 유치원을 공적 영역으로 흡수하여 유아교육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노조 대변인은 “현재 의무교육인 초·중·고등학교의 경우에도 공립이 더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다양한 사립학교에서 나름의 교육철학과 운영방식을 추구한다. 유치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국공립 유치원과 사립 유치원이 모두 교육기관으로서의 책무성을 함양하여 운영해나간다면, 유아의 교육권을 보장하고 유아교육의 다양성을 실현하는 데 함께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