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8호/보도] 우리학교 온라인 커뮤니티 현실을 돌아보다
학내 구성원, 온라인 커뮤니티의 문제점을 인지하며 이를 개선할 의지 있어
한 대학생이 학내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여러 차례 자신의 힘든 심경을 토로하는 글을 올렸다. 글에는 악플이 쏟아졌고, 지난 10월, 결국 그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우리학교는 ‘청람광장’과 ‘에브리타임’이라는 두 가지 온라인 커뮤니티가 있다.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에 대한 문제의식이 떠오르는 지금, 우리학교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 실태는 어떨까?
◇ 설문 조사 방법
한국교원대신문은 11월 10일부터 11월 12일까지 3일간 우리학교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 항목은 ▲게시글·댓글 신고 및 미신고 이유 ▲사이버폭력 경험 및 목격과 그에 따른 대처방법 ▲학내 커뮤니티 이용 및 관리 개선방안 등으로 구성했다. 설문에는 총 135명(▲학부생 95명 ▲대학원생 27명 ▲학부 또는 대학원 졸업생 3명 ▲강사 1명 ▲교직원 6명 ▲교수 3명)이 참여했다.
◇ 불쾌함을 느껴도 신고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는 학교 구성원들의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가능케 하지만, 그 과정에서 불쾌감을 유발하기도 한다. 청람광장은 74.1%, 에브리타임은 50.4%의 응답자들이 불쾌함을 느낀 것으로 드러났다. 그 이유(청람광장)는 ‘욕설 및 비방, 인신공격’이 66.7%로 가장 많았고, ▲혐오발언(65.9%) ▲정치적 편향성(51.9%) ▲루머(38.5%) ▲사이버불링(26.7%)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에브리타임에서 불쾌함을 느낀 이유는 ▲욕설 및 비방, 인신공격(32.6%) ▲혐오발언(30.4%) ▲루머(25.2%) ▲정치적 편향성(19.3%) ▲사이버불링(17.8%) 등으로 나타났다. 청람광장과 상위 5개의 순서는 달랐지만 불쾌함을 느낀 이유는 같았다.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 중 불쾌함을 느낀 비율은 절반을 넘었다. 불쾌감을 느낀 이유들의 상위 목록, 특히 ‘욕설 및 비방, 인신공격’, ‘혐오발언’은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모습이다.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의 바람직하지 못한 이용 실태가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청람광장에서 불쾌함을 느꼈음에도 신고하지 않은 비율은 80%에 달했다. 응답자들은 ▲대응할 가치가 없어서(36.3%) ▲귀찮아서(31.9%) ▲신고해도 바뀌지 않을 것 같아서(28.9%) 등의 이유로 신고를 하지 않았다. 교육정보원 청람광장 관리자는 “연평균 30건 정도의 신고가 메일, 전화, 또는 직접 방문을 통해 들어온다. 경찰서에서 수사 협조를 요청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한 “신고 유형은 개인정보 유출, 명예훼손, 비방, 루머 등이었다”고도 덧붙였다. 신고 비율이 실제로도 낮았고, 그 유형도 불쾌함을 느낀 이유와 유사했다. 에브리타임도 마찬가지다. 게시글이나 댓글의 신고 비율은 20%였지만 신고하지 않은 비율은 46.7%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에브리타임에서 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는 ▲대응할 가치가 없어서(20.7%) ▲귀찮아서(17%) ▲신고해도 바뀌지 않을 것 같아서(12.6%) 등이었다. 우리학교 구성원들은 게시글이나 댓글에 문제가 있음을 인지해도 그 대응은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시적인 신고는 드러나지 않는 가운데, 보이지 않는 불쾌감이 발생하고 있었다.
◇ 피해자, 목격자 모두 사이버 폭력을 ‘무시’했다
‘사이버 폭력 경험 및 목격과 그에 따른 대처 방법’에서는 응답자 전체 중 청람광장과 에브리타임에서 사이버폭력을 직접 경험한 비율은 상대적으로 적었다(▲5.9% ▲8.1%). 하지만 사이버폭력을 목격한 비율은 각각 ▲48.9% ▲28.1%였다.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사이버폭력은 발생하고 있었다. 청람광장과 에브리타임에서 사이버폭력을 경험한 응답자들은 ‘게시글 및 댓글을 무시’(▲8.9% ▲8.9%)한다고 가장 많이 답했다. ‘신고’(▲2.2% ▲8.1%)한다는 응답도 일부 있었다. 청람광장과 에브리타임에서 사이버폭력을 목격한 응답자들도 대체로 ‘게시글 및 댓글을 무시’(▲44.4% ▲22.2%)한다고 답했고, ‘신고’(▲4.4% ▲15.6%)한다는 응답이 일부 뒤를 이었다. 앞서 불쾌감이 신고로 이어지지 않는 모습은 사이버폭력 경험자나 목격자들이 게시글 및 댓글을 무시한 것과 연관된다. 그리고 이러한 무시가 사이버폭력 발생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존재한다. 온라인 인권침해 방지와 안전한 커뮤니티를 위해, 학내 구성원들이 올바른 사이버폭력 대처 방법에 대한 인식과 공유가 필요한 상황이다.
◇ 우리학교 온라인 커뮤니티,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이 바람직하게 이루어지고 있는가’라는 물음에는 ▲보통이다(50.4%) ▲그렇지 않다(23.7%) ▲전혀 그렇지 않다(8.1%)로 다소 부정적인 입장이 나타났다. 응답 이유에는 ‘익명이어서 서슴없이 폭력적 발언을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정보 습득 등의 순기능도 있어 ‘보통이다’가 우세한 것으로 추측된다.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 관리가 바람직하게 이루어지고 있는가’에는 ▲보통이다(42.2%) ▲그렇지 않다(31.1%) ▲전혀 그렇지 않다(17%)로 부정적인 입장이 나타났다. 특히 응답자들은 청람광장의 경우 관리가 잘 되지 않는 느낌을 받는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관리자가 게시글이나 댓글을 삭제하기 때문에 괜찮다는 의견도 있었다. 청람광장 관리자는 “수시로 모니터링을 하여 회칙을 준수하지 않는 게시물에 대해서는 중립성을 지켜 조치를 취하고자 노력한다. 현재 내부 운영진이 없고 관리자만 있어 한계가 있다”고 말하며, 관리 상황을 설명했다.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의 바람직한 이용 혹은 관리를 위해 필요한 장치나 개선방안’에 대한 물음에는 대체로 ▲신고 게시물의 즉각적이고 엄격한 처리 ▲이용자 의식 개선을 통한 자발적 정화 노력 등이 제시되었다. 우리학교 구성원들은 충분히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의 문제점에 공감하고, 이를 개선하고자하는 의식이 있었다. 청람광장 관리자는 “우리학교 학생들은 예비교사로서 미디어리터러시를 길러 주체적으로 정보를 판별하여, 배려하고 존중하는 커뮤니티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스스로가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에 대해 성찰하고, 윤리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구체적인 방법을 함께 모색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