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7호/컬처노트] 해리포터는 '동화'가 아니다

2020-11-02     김금비 기자

※해리포터 줄거리를 모르는 분에게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 동심을 일깨우는

이마에 번개 모양 흉터를 지닌 마법사 소년 해리는 우리 머글 세계에서도 유명합니다. 해리포터를 읽은 이후로, 저는 아직도 호그와트 입학 통지서가 날아올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해리포터를 읽으면서, 혹은 영화를 보면서 9와 3/4 승강장에서 열차를 타고 호그와트에 가는 상상을 한 적이 있나요? 지팡이를 휘두르면서 주문을 외워 본 적이 있나요? 오늘은 가볍지만은 않은, 해리포터 속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 사랑은 가장 강력한 마법

이 작품에서는 선악 갈등이 두드러집니다. ‘선’으로 대표되는 ‘해리’와 그의 조력자 덤블도어, 론, 헤르미온느 등, 그리고 ‘악’으로 대표되는 ‘볼드모트’와 그의 추종자 말포이, 벨라트릭스 등이 있지요. 이 두 집단이 나뉘는 기준은 바로 ‘사랑’입니다. 사랑을 아는 해리와 사랑을 모르는 볼드모트. 해리는 태어날 때부터 사랑이라는 마법으로 보호 받았고, 그 덕분에 볼드모트로부터 살아남았습니다. 호그와트에서 평생의 친구 론과 헤르미온느를 만나 우정이 무엇인지 깨달았고, 교수님들은 해리를 무척 아끼지요. 특히 스네이프 교수는 해리의 어머니 릴리를 죽는 순간까지 사랑했고, 그 사랑을 해리에게 온전히 줍니다. ‘주인공이니까 당연해’가 아닙니다. 영웅 해리포터는 혼자서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는 사랑, 믿음, 우정으로 성장한 존재입니다.

반면 볼드모트는 사랑의 묘약으로 태어났습니다. 사랑의 묘약은 상대방을 속여 사랑에 빠지게 조종하기 때문에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을 이끌어 낼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볼드모트는 평생 사랑을 모르지요. 사랑하지 못해 공감을 모르고, 공감을 모르기에 믿음도 우정도 알 수 없습니다. 그의 생애를 알게 되면, 미워할 수만은 없는 악당이기도 합니다. 사람이라면 당연히 느낄 수 있는 것들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그가 날리는 살인 저주는 결국 ‘사랑’에 집니다. 사랑은 진실로 강력한 마법이었던 것입니다.

 

◇ 주인공만 성장하지 않는

해리포터를 여러 번 읽으며 조연의 성장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해리의 친구 ‘네빌 롱바텀’의 변화는 놀랍습니다. 그는 실수 연발에 겁쟁이지만, 점차 성장합니다. 1편 마법사의 돌에서는 밤에 몰래 기숙사를 빠져나가 위험한 모험을 하려는 해리 무리를 막아서고, 5편 불사조 기사단에서는 덤블도어의 군대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칩니다. 7편 죽음의 성물에서 볼드모트는 죽은 척한 해리를 데리고 호그와트로 입성하며, 해리가 죽었으니 모두 자신에게 복종할 것을 명령합니다. 하지만 네빌은 따르지 않고 용기를 보여줍니다. 되려 그와 맞서면서, “오늘 우리는 해리를 잃었지만 해리는 아직 우리와 함께 있어요. (중략) 해리의 심장은 우리를 위해 뛰고 있다고요. 모두를 위해서요! 아직 끝나지 않았어!”라고 외치며 진정으로 용감한 사람만 꺼낼 수 있는 그리핀도르의 검을 꺼냅니다. 마침내 네빌은 가장 마지막으로 남은 호크룩스 내기니를 제거하지요. 덕분에 해리는 볼드모트와의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움츠러들었던 네빌이 용감한 사람으로의 성장해냈을 때의 느낌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7개의 시리즈가 전개되며 해리뿐만 아니라 그의 동료들, 나아가 책을 읽는 우리들도 성장했음을 느낍니다.

 

◇ 우리가 해리포터에 열광하는 이유

해리포터가 20년 넘게 사랑 받는 이유는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있기 때문입니다. 해리포터는 판타지 세계에서 다소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는 사랑과 우정, 그리고 용기에 대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그리고 우리를 성찰하게 합니다. 영웅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모두 함께 성장해가는 이야기. 주인공의 도덕적 선택과 용감한 실천으로 거머쥔 선의 승리. 이는 우리에게 큰 카타르시스를 줍니다. 마법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로 풀어낸 이야기 속에 철학적 메시지가 담겨 있었던 것이었죠. 해리포터의 시간은 2017년 9월로 끝이 납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해리포터의 시간을 공유합니다. 해리포터는 단순히 아이들을 위한 판타지 동화가 아닙니다.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잊지 못할 뭉클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살면서 이 책을 한 번은 읽어볼 것을 추천합니다. 이 글이 마법사 세계에도 전해지길 바라며, 여기서 이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