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7호/기획] 학생이 만들어가는 학교, 학생자치를 말하다
③ 우리학교 학생자치의 현주소는?
◇ ‘학생자치’의 의미를 관통하는 ‘학생의 주체성’
자치는 ‘저절로 다스려짐’ 그리고 ’자기 일을 스스로 다스림’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는다. 자치에 대한 두 가지 정의는 꽤나 상반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우리학교 학우들이 생각하는 학생자치의 의미는 무엇일까? 10월 26일부터 10월 30일까지 한국교원대신문에서 진행한 ‘학생자치 인식 및 참여에 대한 설문조사’ 중 ‘학생자치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에 답한 학우들의 의견을 통해 학생자치의 의미를 생각해보도록 하자.
먼저 학생자치를 ‘학생이 학교 운영을 주도하고 주체적으로 학교를 이끌어 가는 것’으로 바라본 의견이 있었다. 이는 구체적으로는 학생들이 직접 학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장서고, 학생들의 권리 보호와 편의를 위해 일하는 일련의 활동들을 포함한다. 학생이 중심이 되는 학교를 만들어나가는 가장 적극적인 모습으로 볼 수 있다. 학생자치의 이러한 의미는 학교와 직접 소통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대변하며 풍요로운 학교생활을 위해 고민하는 학생자치기구의 역할을 떠오르게 한다.
두 번째는 ‘민주시민으로서의 학생’에 초점을 맞춘 의견들이었다. ‘학생들이 학내 민주적인 의사소통 과정에 당사자로 참여하고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학생자치로 바라본 것이다. 학교 운영 과정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는 않지만, 학교의 주인으로서 투표권을 행사하고 학생총회에 참여하는 주체적인 민주시민의 모습에 주목한 것이다. 민주시민으로서의 학생이 가지는 의무 또한 드러났다. 학생이 학내 일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참여, 협조함으로써 학생자치기구와 같은 대표자가 진정한 대표성을 띨 수 있도록, 책임있는 개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학생자치를 단순히 학교와의 관계에 국한하지 않고 바라본 답변들도 있었다. 자치의 사전적 의미를 다시 살펴보자면 자치는 ‘자기 일을 스스로 다스림’을 의미한다고 하였다. 여기서 ‘자기 일’을 학교의 일뿐만 아니라 학생 개인의 일로도 해석하여 학생자치의 의미가 확장될 수 있다. 학생 개인의 일에서 시작하여 학교, 사회에서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행하는 모든 활동을 학생자치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즉, 학생자치란 학생이 학교 운영을 주도하고, 민주성을 발휘하고, 학교생활뿐만 아니라 자신의 일을 스스로 다스리는 것을 포함한다고 볼 수 있다. 세 가지 의미는 모두 학생의 주체성을 강조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학생자치가 어떠한 기능을 하고 어느 정도의 범위를 갖느냐에 따라 다양한 의미로 정의될 수 있지만, 학생이 주체가 된다는 것은 학생자치의 핵심으로 여겨지고 있다.
◇ 학생운동으로 타올라 현실로 사그라든 학생자치의 발자취를 따라서
본격적인 학생자치의 시작은 ‘학도호국단’이라는 학생자치훈련단체였다. 학도호국단은 반공사상교육과 조직적 활동을 통하여 투철한 민족의식과 국가관을 정립한다는 명목으로 1949년 9월에 결성되었다. 전국 각 대학에 설립되었고, 각 학교의 학생과 교직원을 단원으로 한 전국적 규모의 조직으로 출발하였다. 학도호국단은 당시 유신정권의 관리 하에 대학생들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었고 학생들은 4.19 혁명의 성공과 함께 학도호국단의 폐지를 강경하게 주장하였다. 결국 1960년 5월 학도호국단은 폐지되었고 논의 끝에 새로 만들어지는 학생자치제의 명칭을 ‘학생회’로 통일 하였다.
1980년대로 들어서며 군부독재 정권에 맞선 민주화를 향한 투쟁이 전국적으로 나타났다. 타오르는 민주화 운동의 중심에는 학생들이 있었고, 학생자치 활동은 학생운동의 형태로 활발히 피어났다. 수많은 대학생이 군부 정권에 맞서 한 목소리로 민주화를 외치며 기꺼이 희생과 헌신을 감수했다. 최초의 전국 단위 학생운동 조직이었던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이하 전대협)는 당시 고려대 총학생회장을 중심으로 각 대학 총학생회장단이 모이며 이루어졌다. 전대협의 뒤를 이은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은 전대협보다 확장된 형태로, 모든 대학 단과대 학생회장까지를 대의원으로 하여 발족했다.
1980년대가 학생운동 중심 학생자치의 전성기가 될 수 있었던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하였다. 먼저 1980년대 대학진학률을 잠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시 40%를 밑돌던 대학진학률은 그들에게 ‘대학생’이라는 정체성을 부여하였고 사회를 변혁시키는데 앞장설 지식인으로서의 책임감을 갖게 하였다. 또한 독재정권이라는 뚜렷한 외부의 적의 존재가 그들이 부당함에 맞서 투쟁하고 독재 정권 타도라는 단일한 목표를 갖도록 하였다. 그 외에도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인해 대학생들에게 양질의 일자리가 보장되었고 그들은 취업이나 졸업이 아닌, 변화를 맞이할 내일을 위해 모일 수 있었다.
마침내 1987년, 6·10 민주항쟁의 성과로 6·29 민주화 선언이 발표되었고 한국 사회에 점차 민주주의가 정착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던 학생운동의 구심력은 자연스럽게 약화되었다. 하지만 학생운동이 쇠퇴한 결정적인 원인은 IMF 외환 위기였다. 외환위기 이후에는 명문대학의 졸업생조차 취업을 걱정하게 되었다. 대학을 온전히 졸업해도 취업이 어려운 시대가 도래하였고, 대학생들에게 열정과 관심을 쏟을 다른 대상이 나타난 것이다. 또한 대학 진학률이 점점 증가하며 대학생의 지위는 사회의 ‘엘리트’에서 ‘평범한 20대 청년’으로 전락했다. 이와 같은 여건과 더불어 사회 전반에 개인주의가 팽배해지며, 학교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고민에 동참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학생들은 점차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다. 시간이 갈수록 대학은 취업을 준비하기 위한 공간으로 여겨졌고, 학생자치에 대한 무관심과 소극성이 만연해지며 학생자치는 힘을 잃어갔다.
◇ 무관심과 소극성 속 위기의 학생자치
이러한 흐름이 이어져 현재, 대학 내 학생자치에는 비상등이 켜졌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학생자치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자치는 학생의 자발적인 참여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그 주체인 학생이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원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 바로 총학생회 투표율이다. 지난해 12월, 고려대는 투표 인원이 정족수인 학생 구성원 1/3을 채우지 못하여 학생회장을 선출하지 못했다. 당시 고려대 총학생회 선거 투표율은 22.18%였다. 저조한 투표율로 인해 선거가 무산되는 것은 고려대뿐만 아니라 대학 학생자치 전체를 아우르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애초에 후보자가 없어 총학생회선거가 무산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1년째 공석으로 남겨진 서울대 총학생회는 올해 하반기 후보 모집을 진행했지만, 후보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아 선거가 무산되었다. 결국 서울대 총학생회장 자리는 다음 학기까지 비게 되었고, 단과대학생회장 연석회의가 계속해서 업무를 대신하게 되었다. 총학생회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연석회의와 같은 총학생회 대행 기구가 출현하는데, 문제는 이러한 기구는 말 그대로 잠시 총학생회의 업무를 맡아 처리하므로 총학생회의 역할을 온전히 해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단과대, 과 학생회 상황도 다르지 않다. 후보자가 없어 선거가 무산되거나 투표율이 저조하여 선거기간을 연장하는 모습은 이미 평범한 선거 풍경이 되었다. 이처럼 학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고 기꺼이 나서는 이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현 상황은 대학 학생자치의 위기를 절실히 실감하게 한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학생자치는 운영에 있어서도 허탈함과 무력감을 나날이 느끼고 있다. 많은 대학에서 학생자치 운영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거론되는 것은 ‘제정’이다. 교육부에서 ‘자율경비 선택납부제’ 권고 조치가 내려짐에 따라 등록금을 낼 때 자동으로 납부되었던 학생회비, 언론활동비 등에 대한 납부 여부를 학생이 선택하게 되었고, 이와 동시에 학생회비 납부율이 현저히 감소했다. 이는 학생자치 차원의 자발적인 행사, 사업 진행에 큰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저조한 학생회비 납부율은 학생자치 단체들이 학교에 대한 의존도를 높인다는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학생자치기구라고 할지라도 재정이 외부에 의존해 운영된다면 그만큼 자유로운 활동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학생회비 납부의 필요성을 학생들에게 설득할 수 없다면 이는 공허한 외침이나 다름없다. 학생들이 학생회비 납부에 대해 자발적인 참여 의사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학생자치기구의 또 다른 책임이자 과제로 남아있다.
우리나라 대학의 학생자치는 위기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우리학교의 학생자치는 잘 이루어지고 있을까? 이에 대한 학우들의 생각은 어떠한지 설문조사를 통해 알아보았다. 설문에는 ▲1학년 30명 ▲2학년 22명 ▲3학년 13명 ▲4학년 4명 ▲기타 3명이 참여했다. 설문 결과, 우리학교 학생자치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질문했을 때 참여자 72명은 ▲매우 그렇다 4명(5.6%) ▲그렇다 35명(48.6%) ▲보통이다 25명(34.7%) ▲그렇지 않다 7명(9.7%) ▲전혀 그렇지 않다 1명(1.4%)의 분포를 보여, 대체로 긍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긍정적인 의견(매우 그렇다, 그렇다)을 가진 학우들에게 그 이유를 물었을 때, 대부분 총학생회장단 및 중앙집행국(이하 ‘총학’)을 중심으로 우리학교 학생자치를 평가했다. 답변의 내용은 ▲총학의 적극적인 의견 수렴 ▲투명한 활동 내용 ▲빠른 소식 전달 ▲총학과 대학본부 간 적극적인 의사소통 등이었다. 반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학우들은 주로 학생자치에 대한 학우들의 관심 및 참여 부족을 지적했다. 올해 학생회의 활약으로 우리학교 학생자치는 희망을 품고 나아가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낮은 학생회비 납부율 ▲낮은 투표율 ▲과 학회장단 기피 현상 등 여전히 되짚어야 할 점들이 남아있다. 이번 기획에서는 우리학교 학생자치에서 개선해야 할 점을 짚어보고 앞으로 우리학교 학생자치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려 한다.
◇ 우리학교 학생회비 납부율 낮아 … 절반을 넘지 못한다
학생들이 학생자치에 얼마나 관심을 보이고 참여하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 중 하나가 학생회비 납부율이다. 총학생회칙에 따르면 우리학교의 모든 학생은 총학생회의 회원으로 회비를 자발적으로 납부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학교 학생회비 납부율은 높지 않다. 2019년도 1학기 학생회비 납부율은 39.3%%, 2학기는 26.6%였다. 올해 1학기 학생회비 납부율은 47.4%로 지난해보단 높아졌지만, 납부율이 학부 재적인원의 절반조차 넘지 못했다. 그럼에도 현재 학생회비 납부율은 5년 전보다 더 낮아졌다. 당시 상·하반기 평균 학생회비 납부율은 ▲2015년 50.3% ▲2014년 53% ▲2013년 59%로 높은 수치는 아니지만 간신히 절반은 넘긴 상황이었다.
이렇게 납부된 학생회비는 학내 자치기구 및 단체들이 추진하는 각종 사업으로 쓰인다. 학생회비 납부율이 높아질수록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복지와 혜택이 많아질 수 있다. 김우진 총학생회장은 “학생회비 납부가 사실 학우들이 가장 쉽게 보여줄 수 있는 학생사회에 대한 관심일 수 있다. 그런데 지금 학생회비 납부율이 높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들어온 학생회비에 맞춰 사업을 준비하기 때문에 기존 사업들을 진행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지만 현재 학생회비 납부율로는 새로운 사업을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라며 낮은 학생회비 납부율로 인한 어려움을 설명했다.
◇ 학생자치의 구심점, 총학을 들여다보다
우리학교 학생자치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긍정적인 의견을 가진 학우들은 총학의 활동과 성과를 근거로 우리학교 학생자치를 평가했다. 그만큼 학생자치에서 총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학생자치의 구심점이라고 할 수 있는 총학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무엇일까? 설문에 참여한 학우 중 61명(84.7%)은 학생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로 ‘학생과 대학 간 중간자 역할(학생 의견 수렴과 대학본부로의 전달 및 협의)’를 꼽았다. 학생자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을 때, ‘학생’이 ‘주도적으로’ 혹은 ‘주체’가 되어 참여·결정·해결해나가는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인 것을 고려해보면 학생이 수동적으로 혜택을 누리는 복지 사업보다는,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대학본부로 전달하고 협의하는 학생과 대학 간 중간자 역할이 더 강조될 만하다. 총학이 학생의 의견을 대변할 수 있는 이유는 총학을 이끄는 총학생회장단이 학생의 손으로 직접 선출되어 대표성을 띠기 때문이다. 그만큼 총학생회장단 선거가 중요하다.
최근 5년 사이, 총학생회장단의 선거를 돌아봤을 때 학생의 참여가 적극적이라고 말하기엔 어려워 보인다. 2015년에는 개표 결과 투표율이 41.39%로, 투표자가 학부 재적인원의 과반을 넘지 못해 투표 기간이 하루 연장되었다. 연장선거 후에도 투표율은 52.71%로 여전히 높지 않았다. 이후 1년간의 공백기를 거친 뒤, 2017년에는 연장선거 없이 50.73%의 투표율이 성립되어 ‘새로고침’ 선본이 당선됐다. 다시 1년간의 공백기를 거쳐, 올해 보궐선거를 통해 54%의 투표율로 ‘리본’ 선본이 당선되어 현재 총학으로 활동하고 있다. ‘새로고침’이 당선 직후 인터뷰에서 ‘연장투표 없이 하루 만에 선거가 성사된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한 것을 되뇌어보면, 순조로운 선거가 당연하게 다가오는 분위기는 아님을 알 수 있다. 학생들의 더욱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다.
올해 보궐선거 끝에 선출된 ‘리본’ 총학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를 설문조사를 통해 알아보았다.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설문참여자 중 무려 80.6%가 ‘리본’의 운영에 만족한다고 답변했다. 그 이유를 물었을 때, 많은 학우들이 ‘리본’ 총학의 신속한 대응과 학생 의견 수렴 및 대학본부와의 소통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고 답변했다. ‘리본’이 자체적으로 세 차례에 걸쳐 진행했던 월간평가에서도 운영 전반에 대한 평가는 5점 만점에 평균 4.45점으로 점점 점수가 높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1년간의 공백 후, 다시 학생자치의 희망을 보여준 ‘리본’이 남은 임기에도 학생사회의 희망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라본다.
◇ 과 학생자치와 학회장단 ‘기피’ 현상
총학을 통한 의견 개진이나 전체 학부생을 대상으로 한 회의나 행사 참여보다도 우리에게 더 맞닿아있는 학생자치가 있다. 각 학과의 학생자치다. 설문으로 각 과의 학생자치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는지 물었을 때, ‘보통이다’라고 답변한 학생이 40명(55.6%)이었다. 각 과의 학생자치가 얼마나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물었을 때도 ‘보통이다’라고 답변한 학생이 38명(52.8%)이었다.
설문의 답변처럼 과 학생자치가 전체적으로는 ‘보통’일지 몰라도, 과 학생자치가 가지고 있는 큰 문제점이 하나 있다. 바로 학회장단 기피 현상이다. 설문을 통해 각 과 학회장과 부학회장에게 그 구성 방식을 물었을 때, 참여하지 않은 두 학과를 제외하면 총 22개 학과 중 5개 학과가 ‘제비뽑기(사다리 타기 등)’을 사용해 학회장단을 구성했다. 학회장과 부학회장 총 28명의 답변자 중 학회장단에 자원한 사람의 비율은 19명이다. 이 결과만 보면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자원이라고 해도, 일부 학과에선 자발적인 자원이라고 하기에 어려운 구석이 있다. 모 학과의 부학회장은 “매년 이맘때쯤이면 학회장단 관련해서 일종의 눈치싸움이 벌어지는 것 같다. 우리 과 같은 경우에는 작년에 학회장 단 자원자가 아무도 없어서 어떻게 뽑을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많이 이루어졌었다. 결국 아무도 자원하지 않아서 종강총회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때에 급하게 자원했던 기억이 난다”며 학회장단에 자원하기를 꺼리는 분위기를 설명했다. 교육학과 학회장 민소정 학우는 “요즘에는 공동체적 가치가 중요시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학과에서 진행하는 일에 관심을 많이 안 가지기도 하고 학회장단 기피 현상도 나타나는 게 아닐까 싶다”라며 “매번 자원자가 안 나와서 결국 폭탄 돌리기를 하는 꼴이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공동체적 가치와 더불어 학생자치에 대한 관심도 점차 줄어드는 대학의 분위기에서는 대표자의 자리는 기피할 폭탄이 된다. 그 인식 자체를 바꾸기엔 시간이 걸리겠지만, 적어도 그 자리가 무작위로 누군가에게 강요되는 방식은 시급히 변화해야 한다. 학생자치가 지닌 의미의 핵심은 학생의 주체성이지 그저 구조와 직책만 유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학교 학생자치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위에서 지적했던 ▲낮은 학생회비 납부율 ▲낮은 투표율 ▲과 학회장단 기피 현상 등과, 여기서 언급하지 못했던 ▲단과대학학생회의 오랜 궐위 ▲언론출판협의회의 궐위 등의 문제도 함께 개선해나가야 한다. 또한, 설문에서 우리학교 학생자치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물었을 때 많은 학생들이 답변했던 것처럼 ‘학생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더 필요하다. 감염병관리위원회에 학생 위원을 포함하거나 총장직선제에서 학생 투표 비율을 높이는 등 학교 결정에 학생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실현해야 한다.
학생자치가 나아갈 방향은 제시되었다. 그러니 지금의 학생자치에 만족하지 말고, 더 나은 방향으로 치열하게 흘러가려는 학생들의 노력과 참여가 필요하다. 이번 기획이 그 발걸음 중 하나가 될 수 있기를, 이 글을 읽는 학생들의 관심과 참여를 더욱 촉구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