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9호]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제품, DIY
성장세에 맞는 제도 갖춰져야
발행 : 2014. 9. 15.
얼마 전 A씨는 친구에게 선물을 받고 의아했다. 기대하며 열어 본 선물 박스에는 곰인형이 아니라 천과 바늘이 들어있었기 때문이었다. A씨가 받은 선물처럼 소비자가 직접 만들어야 하는 제품이 최근 제조업계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구매와 소비의 과정에 제작이라는 단계가 추가된 DIY는 이제 단순히 제품의 의미에서 벗어나 여가와 취미의 기능까지 담당하고 있다.
◇ DIY(Do-It-Yourself)란?
DIY란 Do It Yourself의 약어로 내게 필요한 소품을 내가 직접 만드는 것을 뜻한다. 제작뿐만 아니라 제품을 수리하거나 장식하는 것도 DIY에 포함된다. 엄밀하게는 소비자가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스스로 만들 수 있도록 한 상품이나 이러한 상품을 판매하는 점포를 말한다.
DIY는 제2차세계대전 이후 영국에서 물자부족, 인력부족의 상황 중에 자신의 일은 자신이 해야 된다는 사회운동에서 유래됐다. 이 당시 전쟁으로 파괴된 도시를 재건하면서 주택 수리와 개선에 관한 정보지 『DO IT YOURSELF』가 발간됐다. 그 후 이 문화는 서구 각국으로 퍼져나갔다. 1950년대에 미국에서 처음으로 DIY 상품이 출시되었고 1988년에 우리나라에도 도입되어 첫 DIY 상품이 출시됐다.
◇ 완제품 대신하는 DIY 제품
DIY의 장점은 내가 직접,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제품을 만들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기성품으로는 내 생활패턴에 꼭 맞는 제품을 찾을 수 없었다면 DIY를 통해 이를 보완할 수 있다. 이밖에도 비용 절약이나, 만드는 과정에서 느끼는 보람도 들 수 있다.
개인 카페에서 DIY체험을 겸하고 있는 신현민(청주·43) 씨는 “DIY가 비록 당장에 완제품을 사는 것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완제품보다 완성도가 떨어지는 결과물이 나온다고 해도, 만드는 과정에서 얻는 즐거움과 완성한 후의 만족감으로 이를 감내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DIY 팔찌 판매업체 카디노 대표 강민정(청주·27) 씨는 “이전에 완성된 팔찌를 판매했을 때보다 사람들이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DIY 팔찌를 판매하면서 소비자의 연령대가 다양해졌다”며 “아이들이 종종 생각지도 못한 완성품을 내놓으며 엄마에게 선물한다고 할 때에는 나도 배우는 것이 많다”고 말했다.
◇ 관련제도 미비
DIY의 단점도 무시할 수는 없다. 아직 국내 시장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지 오래되지 않은 제작문화라는 점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이 있다. DIY 소비자는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기 때문에 개개인마다 제품에 관한 지식과 제작 능력에 차이가 있다. 그러나 현시점의 DIY 제품들은 대부분 단순한 제작 매뉴얼 이외의 다른 정보나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DIY와 관련된 규제도 부실한 실정이다. DIY 제품은 완제품이 아닌 원재료로 분류되기 때문에 품질 관리나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실제 많은 소비자들이 이러한 제도의 미비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지만 이를 하소연할 제도조차 미흡한 실정이다.
◇ 확대되는 DIY 시장
국내 DIY 시장은 연 20% 이상의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여가시간 증대, 인건비 상승, 소비자의 절약의식 등의 배경에 나만의 개성 표현과 비용 절약이라는 장점이 더해져 실속형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악세사리 ▲홈패션 ▲가구 시장에만 머무르지 않고 ▲간식 ▲ICT ▲여행 등의 다양한 시장에서 ‘DIY 열풍’이 불고 있다. 아이스크림 제조기나 천연수 제조기는 이제 대형마트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제품이 됐다. 또한 전문가나 전문 업체에 맡기지 않고 사용자 스스로 ICT 제품·서비스를 자유롭게 창출하는 ICT DIY도 등장했다. 여행을 갈 때마다 고려할 사항이 많아 힘들었던 소비자는 여행 인원, 원하는 테마와 코스만 간략히 생각하자. 여행 DIY를 이용하면 나머지는 전용 상담사가 알아서 해결해 줄 것이다. 이밖에 DIY를 기부와 연결시키는 사업도 등장해 예술문화기부가 이뤄지고 있다.
바야흐로 생산과 소비의 경계가 명확했던 과거와 비해 현재에는 이 둘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이제 생각이 창작으로 이어지는 DIY(Do It Yourself) 문화가 본격 도래 중에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