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호] 삶을 보고 세상을 보다

세종문화회관에서 'LIFE 사진전' 개최

2015-02-02     방정은 기자

발행 : 2013. 11. 11

지금처럼 다양한 미디어가 없던 시절, 사진은 글과 함께 사람들의 눈과 귀 역할을 했다. 한눈에 들어오는 사진이 주는 강렬함은 대중을 선동하기도, 한 예술가의 영감이 되기도 했다. 과거의 생생한 현실이었던 사진은 이제 빛이 바랜 과거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은 한 시대, 혹은 한 개인의 인생을 관통한다. 우리는 사진을 보며 그 이면의 이야기를 읽어낸다.
세종문화회관 전시회관에서 지난 9월 6일부터 오는 11월 25일까지 개최되는 LIFE사진전은 사진에 담긴 각자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LIFE사진전은 1936년 설림된 사진전문 잡지인 라이프에 실린 사진을 바탕으로 구성된 사진전이다. 이 전시에서는 전쟁의 아픔, 평범한 일상의 아름다움, 시대를 풍미한 스타, 세상을 변하게 한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사진을 통해 생생하게 과거를 보여준다. 전시는 크게 PEOPLE, MOMENTS, IT'S LIFE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 PEOPLE
알베르트 슈바이처와 찰리 채플린 사이에 공통점을 찾으라면 무엇이 있을까. 아프리카의 성자인 슈바이처는 뛰어난 헌신가이자 자신이 어떻게 해야 존경을 받을 수 있는지 아는 탁월한 연출가였다. 한 예로 그는 기자와의 인터뷰 전에 “질병과 싸우느라 시간을 내기 어렵다”며 환자가 있는 건물로 뛰어갔다가 잠시 후 돌아와 인터뷰를 했다. 그 결과 그와 아프리카는 더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 찰리 채플린은 희극을 통해 사회의 어두운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던 뛰어난 배우였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라는 유명한 말처럼, 그는 희극 속에서 미국의 어두운 단면을 고발하고자 했다. 광대의 모습을 하고 웃고 있는 찰리 채플린과 아프리카에서 진지한 모습을 하고 있는 슈바이처의 사진은 얼핏 어울리지 않는 듯 보인다. 하지만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보여주는 점에서 둘은 공통점을 가진다.
이 외에도 PEOPLE 주제의 전시에서는 희대의 정적인 아돌프 히틀러와 뮌스턴 처칠, 김구와 이승만 등의 인물을 통해 시대를 관통하는 두 인물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석한다. 또한 이외에도 마릴린 먼로, 로버트 프로스토 등, 시대를 풍미한 예술과들과 스타 등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영감을 주는 인물들에 대한 설명 역시 엿볼 수 있다.

◇ MOMENTS
전쟁의 순간, 존경받는 한 인물의 장례식 현장, 인간이 처음으로 달에 발을 디딘 순간 등, 인간의 역사 속에는 인상 깊은 ‘순간’이 존재한다. 냉혹한 전쟁 속에서 아기를 구해 나오는 군인의 사진은 전쟁이라는 잔인함 속에도 인간애가 존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탱크를 뒤에 두고 동생을 등에 업은 어린 소녀의 사진에서는 말하지 않아도 가슴 아픈 시대의 무게를 느낄 수 있다. 어린 소녀가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당시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소녀에겐 찰나의 순간이었을 사진은 무거운 시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진가들은 그 순간을 기록한다. 진실을 기록하기 위해서든, 선동하기 위해서든, 그들이 남긴 사진은 모두 기록이 되어 지금의 우리에게도 보여진다. 그 기록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혹은 더 나은 미래를 기록하기 위해서 과거의 사진을 보는 것은 중요하다.

◇ IT'S LIFE
앞선 전시에서 스타의 사진, 전쟁터의 사진 등 크고 묵직한 주제들을 다뤘다면 ‘IT'S LIFE'에서는 좀 더 가벼운 주제를 다룬다. 소년과 소녀가 입맞춤을 하는 사진은 앞서 탱크 앞에서 사진에 찍힌 어린 소녀와는 다소 대조적이다. 그러나 그런 가벼운 순간 역시 삶이다. 희로애락과 유흥과 노동으로 한 평생을 산 평범한 사람의 인생 역시 마릴린 먼로의 인생만큼 값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