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4호/보도] 테니스장 시설관리원의 교수 갑질 신고 사건

심의위, '갑질 불인정' 의결

2020-09-14     황인하, 이희진, 김현정 기자

2019년 9월 26일, 우리학교 테니스장 시설관리원 A씨가 총무과에 갑질 신고서를 제출했다. 이에 1차 갑질 심의위원회가 열렸다. A씨는 해당 신고를 취하했다. 그 해 11월, 한 공문이 4대학에 공개 발송되었다. 4달 후 A씨는 2차 갑질 신고를 했다. 이후 세 차례의 심의위원회가 열렸고, ‘갑질 불인정’으로 최종 의결이 났다. A씨는 이 사건을 고용노동부에 진정했다.

 

◇ 1차 갑질 신고, 어떻게 이루어졌나

시작은 지난해 9월 24일이었다. 이날 테니스장 정문 앞에서 A씨, 당시 4대학 행정실장, 체육교육과 교수 네 명이 모여 클레이코트 테니스장 관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A씨는 대화 가운데 교수들로부터 인격 모독적인 폭언을 듣고 부당한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교수들이 자신을 무시하는 말을 하고 혼자서 할 수 없는 업무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틀 뒤인 9월 26일, A씨는 네 명의 교수를 대상으로 총무과에 갑질 신고서를 제출했다. ‘개교 35주년 나라사랑 음악회’가 열리는 10월 30일에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건을 공론화하겠다고도 밝혔다. 7월 1일에 채용되어 근무한 지 두 달가량이 지난 시점이었다.

당시 제4대학 학장을 맡았던 B 교수는 체육교육과 교수들에게 A씨와 원만한 대화를 나눌 것을 권유하였다. A씨도 교수들의 사과를 원했다. 이에 네 명의 교수 중 두 명이 A씨를 찾아가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A씨는 “왜 교수 두 명만 오는지 모르겠다”며 “현장에 있던 교수들이 다 같이 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고, B 교수는 나머지 교수들에게 A씨의 뜻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그 후 나머지 두 교수 역시 A씨를 찾아가 대화를 나누었고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교수들과 대화를 마친 A씨는 갑질 신고를 취하했고, 기자회견은 열리지 않았다. 그렇게 1차 사건이 마무리되는 듯하였다.

 

◇ 공문으로 시작된 2차 갑질 신고

2019년 11월 26일, 체육교육과에서 ‘테니스장의 효율적 사용 및 관리를 위한 요구사항 제출’ 공문을 제4대학으로 공개 발송하였다. 공문의 내용은 테니스장 사용이 가장 빈번한 ▲체육교육과 ▲교수테니스회 ▲직원테니스회 ▲종합교육연수원 ▲학생 및 대학원 테니스회의 요구를 수합하여 만든 시설관리원의 업무에 대한 13가지 요구 사항이었다. 2020년 3월 20일, A씨는 공문 발송과 관련하여 총무과에 2차 갑질 신고를 했다.

공문의 13가지 항목 중에는 ▲관리원의 근무 시간 조정 ▲샤워실 및 화장실 청결 유지 ▲비 온 뒤 클레이 코트에 정기적인 롤러 작업 요망 등의 내용이 있었다. 체육교육과 교수 등은 이들 내용을 공문에 포함한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첫째, A씨는 유연근무제로 오전 8시에 출근해서 오후 5시에 퇴근해 왔다. 그런데 테니스장 이용자가 몰리는 시간은 A씨가 퇴근한 이후였다. 이에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A씨가 10시에 출근하고 7시에 퇴근하거나 원칙대로 9시에 출근하여 6시에 퇴근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둘째, 테니스장에 있는 샤워실과 화장실이 불청결하게 방치되고 있다. 이를 청결하게 유지해줄 것과, 특히 남자 샤워실의 청결을 꼼꼼히 점검해달라고 요구하였다. 셋째, 비가 온 뒤 클레이 코트에 정기적으로 롤러 작업을 해주지 않으면 코트의 반발력이 제대로 유지되지 않아 원활한 이용이 어렵다. 따라서 비가 온 뒤에는 정기적으로 롤러 작업을 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하지만 A씨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우선, 유연근로제는 근로자가 결정할 사항임에도 이를 무시하고 부당하게 지시하였다. 다음으로, 전임자는 관리하지 않던 샤워실을 자신이 직접 관리하고 있음에도 이용자들의 책임 의식이 전혀 없다보니 관리가 어렵다. 마지막으로, 롤러가 부식되어 있어 제대로 사용하기 어렵다.

A씨는 13가지의 항목이 1차 사건 당시 문제가 되었던 부분과 연속선 상에 있으며 관리원 업무에 대한 부당한 지시와 보복 의도가 담겼다고 인식한 것으로 파악된다. ▲제4대학장 및 행정실의 관리하에 필요한 모든 부분에 대해 근로를 하고 있음에도 직무 관련성이 없는 체육교육과 교수들이 요구사항을 전달한 것 ▲근로계약서 등에 명시되어 있지 않은 부당한 업무 지시 요구를 4대학에 공개적으로 발송했다는 것 ▲1차 갑질 신고를 취하하였음에도 공문을 보낸 것은 1차 갑질 신고에 대한 보복성 행위라는 것이 A씨의 입장이다.

‘2019년 제5회 대학회계직(경비원, 미화원, 시설관리원) 채용시험 공고문’에 명시된 시설관리원의 업무는 ▲본교 교육과정에 따른 실기 및 이론 수업 여건 조성 ▲체육시설 개선 및 유지 보수를 위한 제반 행정업무 수행 ▲학교 및 시설 이용자의 수요에 적합한 이용 환경 조성 ▲기타 학교 사정에 따른 체육시설 이용여건 조성 업무이다. 업무 범위는 제시되어 있지만, 구체적인 업무 사항이 무엇인지에 관해서는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다.

이처럼 업무 범위가 모호한 상황에서, 전임 시설관리원이 수행했던 업무와 A씨가 근무를 시작하면서 진행된 업무 사이에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시설관리원이 해야 할 업무에 대해 양측이 기대한 바 역시 차이가 있었다. 체육교육과에서는 4대학 측에 시설관리원의 업무 범위를 명확하게 해달라며, 전임자의 업무를 포함한 여러 단체장의 공통적인 의견을 모아 13가지 안을 제출하였다. 체육교육과 C 교수는 “메일이나 카톡으로 공문 사항을 전달하고, 각 단체들의 동의를 받아 요구사항을 구성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공문에 대한 회신은 없었다. 이후 2020년 3월 20일, A씨는 총무과에 2차 갑질 신고서를 제출했다.

 

◇ 갑질심의위원회, ‘갑질 불인정’ 의결

2차 갑질 신고 접수에 따라 지난 5월 21일 갑질심의위원회가 개최되었다. A씨 측은 위원 중 한 명이 교수 테니스회 회원이라는 점을 들어, 해당 위원을 배제하지 않으면 심의에 참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A씨 측은 퇴장했고, 결정된 바 없이 위원회는 파행되었다.

위원회가 파행되자 학교 측은 고문 변호사에게 위원 구성과 관련한 조언을 구했다. 변호사는 위원 배제는 위원회에서 결정할 일이며 위원 구성을 이유로 A씨가 심의에 참여하지 않으면 불참한 상태에서 의결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답변했다. 이에 위원회는 해당 교수를 제외한 위원들끼리 논의를 거친 뒤 배제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위원장이 외부 인사이고, 특정 위원의 의견이 그대로 반영되는 구조가 아니라 모든 위원의 의견이 합치되어야 결론이 날 수 있는 구조라는 게 그 이유였다. 해당 교수가 테니스회 회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제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 6월 16일에 갑질심의위원회가 다시 개최되었지만, A씨 측은 이전에 말했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며 참석을 거부하였고 또다시 파행되었다. 학교 관계자는 당시를 회고하면서, “변호사 자문 결과를 토대로 A씨가 불참한 상태에서 의결할 수도 있었지만 A씨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고자 심의 연기를 결정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A씨는 7월 14일에 마지막으로 열린 갑질심의위원회 역시 같은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고, 위원들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 사건을 ‘갑질 불인정’으로 최종 의결했다. A씨 측은 결정에 동의할 수 없다며 현재 이 사건을 고용노동부에 진정한 상태이다. 학교 관계자는 “모쪼록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원만히 해결되기를 바란다”면서 “학교 내에서는 종결된 사건이지만 경과를 계속 지켜보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