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8호/사설] 코로나19로 빼앗긴 캠퍼스에도 봄은 오리라

2020-04-06     한국교원대신문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단백질 덩어리에 불과한 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과 삶의 방식을 뿌리째 흔든지 한 달이 넘어가고 있다.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는 초유의 사태로 화사한 꽃들로 가득한 캠퍼스에 활기찬 모습으로 오가는 학생들을 보지도 못한 채 지난 3월을 보내었다.
모든 일이 끝이 있듯이 금번 코로나19 사태도 지나가겠지만, 우리들에게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들을 남기고 있다. 향후에도 코로나19와는 또 다른 모습의 새로운 위험들이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경험했듯이 신종 위험은 국지적·단기적인 현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로 보다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심각한 경제·사회적인 피해를 수반하는 복합재난의 양상으로 앞으로도 장기간 우리의 일상을 위협할 것이다.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생물학적 위험은 아무리 인류의 과학이 발전되어도 여전히 이를 사전에 예방하기 어려워 우리를 더욱 패닉 상태로 몰아갈 것이다. 책에서나 보았던 ‘위험사회(risk society)’라는 추상적 개념을 코로나19를 통해 위험이 지배하는 일상이 어떠한지 나아가 그러한 사회가 얼마나 처참한 모습인지 뼈저리게 알게 되었다.
코로나19 감염을 가급적 차단하기 위해 등장한 ‘자가 격리’, ‘사회적 거리’라는 낯선 용어가 요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비일상적인 삶의 단면을 나타내고 있다. ‘인간(人間)’이란 한자어에도 드러나듯이 우리는 서로 기대고, 밀접한 상호 관계를 통해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다. 요즘 같이 어려운 때일수록 보다 서로 의지하고, 서로에게 버틸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는 진정한 인간사회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어쩌면 감염병 위험이 지배하는 사회의 가장 무서운 공포는 인간의 근본가치를 위협함으로써 소중한 윤리와 사회 질서를 붕괴시키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카뮈는 소설 페스트에서 감염병이 확산되면서 외부와 차단된 도시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묘사하였다. 위험에 맞서는 자, 포기 또는 탈출하려는 자 등을 통해 인간의 부조리한 본성을 비판적으로 분석하였다. 다행히도 소설의 결론은 인간의 부조리에도 불구하고, 종국에는 페스트를 극복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내용으로 마무리된다. 우리도 코로나19 사태에서 부조리한 인간상을 일부 드러내기도 하였지만 치열한 자기희생적인 다수의 노력을 통해 이겨내고 있다.
저명한 정책학자인 윌다브스키는 안전을 위한 핵심으로 ‘예견(anticipation)’과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언급한 바 있다. 앞으로도 코로나19와 유사하거나, 보다 치명적인 신종바이러스가 창궐할 우려가 높은 상황을 충분히 예견하고, 빠른 시간 내 백신 개발 등 효과적인 과학기술적 노력과 함께 대응 매뉴얼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빠른 시간 내에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정상적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높은 수준의 회복탄력적 역량을 필요로 한다.
금번 코로나19 경험은 우리에게 전례 없는 심각한 고통과 피해를 가져다주었지만, 동시에 귀중한 교훈을 남겼다. 특히, 교육에 몸담고 있는 우리에게 새로운 위험에 대응하는 학교교육의 변화된 역할 및 기능과 관련한 논의를 진지하게 전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보다 더 심각한 감염병을 경험할 미래세대들이 이에 맞서고 이겨낼 수 있는 위험 대응 역량을 키우도록 현재 학교교육의 초점도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미래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필요한 기본역량이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 검토를 통해 학교교육의 중핵으로 자리잡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직 걸음마 단계이지만 영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위험교육(risk education)’이란 개념을 학교교육에 접목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어떠한 위험에서도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의 육성이야말로 미래의 위험사회를 살아가야 하는 세대를 위한 가장 주요한 학교교육과제라 할 것이다. 미래의 주역이 될 학생들을 감염병 등 다양한 위험으로부터 보호되어야 하는 객체로만 보는 소극적 관점에서 미래 위험에 맞서는 주체로 육성하는 적극적 관점으로의 전환은 우리 학교교육이 당면한 시대적 책무인 것이다. 우리나라 학교교육의 중추 역할을 담당하는 한국교원대학교의 구성원으로서 나날이 심각해져 가는 위험들에 대응할 수 있는 학교교육에 대한 고민을 같이 해 보아야 할 시점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