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9호] 기성회비 반환소송으로 국립대학 재정·회계법 대두
대학의 재정적 자율성 제고 기대되나, 무리한 수익 사업 진행 우려
발행 : 2014. 9. 15.
우리학교를 포함한 국립대학교(이하 국립대) 예산은 국고회계와 비국고회계로 나뉜다. 국고회계는 국가에서 전액으로 부담하는 예산을 말한다. 비국고회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성회계는 학생들로부터 걷은 기성회비를 말한다. 일반 국립대의 경우, 기성회계가 전체 예산의 약 45%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우리학교를 포함한 국립대에서는 기성회비를 등록금에 포함시켜 의무적으로 납부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원래 기성회비는 국고회계의 부담으로 미치지 못하는 긴급한 교육시설, 학교 운영 등을 지원하고자 자발적으로 꾸려진 기성회를 통해 학부모들이 후원의 성격으로 납부했던 예산이다. 즉, 그 납부를 의무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에 우리학교 및 서울대를 비롯한 국립대의 일부 학생들은 ‘부당하게 걷어진 기성회비의 반환을 청구하는’ 내용의 기성회비 반환소송을 제기하였다. 소송 결과 그간 국립대 기성회에서 기성회비를 학생들에게 의무적으로 걷어 부담시켜온 것이 확인됐고, 이에 법원은 기성회(피고)가 학생들(원고)에게 기성회비를 반환할 것을 판결하였다.
우리학교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역시 기성회비 반환을 원하는 학우들을 원고로 하고 우리학교 기성회를 피고로 하여 기성회비 반환소송을 진행 중에 있다.
◇ 기성회 파산
앞서 기성회비를 반환하라고 판결 받은 국립대들은 지금까지 학생들로부터 받아왔던 기성회비를 반환해줄 자금이 없다고 판단내리고, 기성회 파산을 검토하고 있다. 반환을 해주어야 할 의무는 명백하지만, 기성회를 파산시킴으로써 학생들이 반환받을 방법을 없앤 것이다.
그렇다면 기성회비 반환소송이 진행 중인 우리학교의 기성회의 상황과 기성회가 파산되면 기성회 파산 이후 대학 재정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알아보자.
먼저 비대위에서는 우리학교가 기성회 파산을 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하여 기성회비 전액반환이 아닌 200만원 소송을 진행했다. 이와 관련해 이슬기 비대위원장은 “(기성회의) 순세계잉여금(수납액에서 지출액을 차감한 잔액인 세계잉여금에서 명시이월금, 사고이월금, 계속비이월금, 국고 및 시도비 보조금 사용잔액을 제외한 순수한 세계잉여금) 규모가 기성회비 반환소송 예상 수요 인원인 400명 규모로 200만원을 반환하라고 청구해도 버틸만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비대위는 서울지방법원에 소장을 접수한 상태로 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설사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소송에 참여한 학우들이 200만원을 모두 받을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는 이유는 비대위에서 200만원이라는 적은 소송금액을 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학교 기성회의 상황에 따라 파산될 여지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성회가 파산된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기성회가 파산되면 실질적인 세 가지 문제가 파생된다. 첫째로 기성회에 속해있는 직원들의 대량 해고다. 둘째는 소송에 참여한 학생들이 정당한 배상을 받을 수 없다. 셋째로 기성회비로 충당해온 대학 예산의 45%가 사라진다. 이에 최근 국립대학 기성회비 반환소송에 따른 대책방안으로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이 대두됐다. 현재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은 국회에서 계류 중에 있다.
◇ 국립대학 재정·회계법 = 국립대의 재정독립? 무리한 수익사업 야기?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은 기성회 파산상태를 막기 위해 제시된 법안으로 기존에 기성회비를 내던 학생들이 법적으로 합당하게 기성회비를 낼 수 있게끔 구조를 마련해주자는 골자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이 가지고 있는 다섯 가지 중점사안이 있다.
첫째로 교비회계를 출연시키는 것이다. 대학의 일반회계와 기성회회계를 교비회계로 통합하여 운영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교비회계에는 일반회계와 비국고회계의 비율이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에, 비율의 변동이 있을 가능성을 내포한다.
둘째로 일반회계를 총액 출연하는 것이다. 기존의 국립대는 예산안을 정부에 제출하면 각 지출 명목에 맞게끔 금액을 지급받았다. 하지만 일반회계가 총액 출연하게 되면 정부는 예산의 전체를 대학에게 주고, 대학이 자유롭게 재정을 운영할 수 있다. 자본주의적 측면에서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지만, 특정 사업에 예산이 치우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셋째로 국립대학에 재정 및 회계의 운영에 관한 주요 사항을 심의 또는 의결하기 위하여 재정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이다. 재정위원회는 9명 이상 15명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교직원 및 재학생에 대한 비율이 명시되어 있지 않아, 학생위원이 0명이어도 법적인 문제가 없다. 즉, 학교의 재정과 관련해 학생의 발언권이 없을 위험이 높다.
넷째로 국립대에게 재정적 독립을 보장해준다. 이는 국립대도 수익사업을 할 수 있고, 차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이 재정을 무리하게 확보하기 위해 과도한 수익사업을 할 경우 국립대로서의 본질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
다섯째로 대학은 매년 남은 예산을 적립할 수 있다. 교육부가 대학에 지급한 예산 중 남는 예산을 가져가서 무리하게 지급된 예산을 다 쓰려고 했던 것과 달리, 예산을 절약할수록 대학에 이득이 생기는 것이다. 각 대학의 재정적인 독립을 보장해주지만, 이 또한 대학의 무리한 재정운용이 우려된다.
이와 같이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에는 현실적인 대학 재원 확보 방안은 물론, 과도한 수익사업을 규제할 대책의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기성회 파산의 대안으로 학생들이 기성회비를 낼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주기 위해 기성회비의 이름을 바꾸는 눈가리고 아웅식의 대안보다는 보다 건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