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호/교육칼럼] 당신의 우리나라는 어디인가요?

2019-05-27     김동건 기자

나는 다문화 대안학교에서 중도입국청소년에게 고등 검정고시 사회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한번은 학생들에게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우리나라는 어디인가요?”라고 물어보았다. 아이들 모두가 자신이 원래 살던 나라를 이야기했다. 한국을 말한 아이는 한명도 없었다. 중도입국청소년은 외국에서 태어나 사회화 과정을 거쳤다. 이로 인해 한국에 오기 전에 살았던 나라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중도입국청소년에게 검정고시 공부를 가르칠 때 종종 난감한 상황이 생기곤 한다. 내가 말하는 우리나라는 대한민국인데, 아이들은 자신이 살던 나라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다.

 중도입국청소년은 결혼이민자가 한국인 배우자와 재혼하여 본국의 자녀를 데려온 경우와 국제결혼가정의 자녀가 외국인 부모 국가에서 성장하다 재입국한 경우의 청소년을 일컬어 부르는 말이다. 중도입국청소년 중에는 서류 미비로 한국학교에 편입하지 못하거나, 한국어가 서툴러 정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학교에 다니지 않는 학생들이 많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정규 학교에 가지 않고 다문화 대안학교에서 검정고시 준비를 하고 있다.

 나와 같은 고민을 했던 봉사자 친구가 지난 3월 가수 인순이 특강 때 아이들에게 우리나라를 어떤 방법으로 이야기해야 하는지 물어보았다. 그 질문에 인순이가 준 답변은 아이들에게 우리나라는 대한민국을 말한다고 공감대를 형성하라는 것이었다. 한편으로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중도입국청소년이 직면한 상황 때문이다. 한국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해도, 중도입국청소년이 우리나라를 한국으로 인식하지 못하게 된 것은 우리 사회가 그들을 대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고민해보았다.

 중도입국청소년은 교육 사각지대에 있다. 앞서 이야기했다시피 증빙서류 미비로 공교육에 진입조차 못하는 경우도 많고 설령 진입하더라도 언어, 정체성, 교육비 등 여러 가지 어려움으로 학교를 포기하는 비율이 높다. 중도입국청소년의 학업 포기율은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로 가면서 급격히 늘어나는데, 16세 이상 중도입국청소년의 경우 70% 이상이 학업을 포기한다는 통계가 있다. 이들 대부분은 검정고시를 준비하거나, 취업한다고 한다. “중도입국청소년 중 니트(NEET) 비율은 37.7%로 일반 청소년 집단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를 보인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교육부는 다문화 가정 자녀라는 범주에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다문화 청소년과 외국에서 사회화 과정을 거친 중도입국청소년을 함께 묶어 보고 있어 중도입국청소년에게 필요한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중도입국청소년은 매년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때이다.

 

니트(NEET): 학생도 아니고 직장인도 아니며 직업 훈련을 받지도 구직 활동을 하지도 않는 사람(Not in Employment, Education or Trainn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