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4호/교육칼럼] 학종은 SKY 캐슬 대입제도?

2019-02-18     이예림

올해 가장 인기 있는 드라마였던 ‘SKY 캐슬’이 종영을 맞이했다.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쓰앵님”,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등 다양한 유행어를 남겼고 패러디 열풍이 불기도 했다. 대한민국에는 그야말로 SKY 캐슬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SKY 캐슬의 인기비결 중 하나는 우리나라의 입시 현실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었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드라마는 광적으로 대학입시에 매달리는 학부모와 기계처럼 공부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잘 보여 준다. 현재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과 한국의 치열한 입시 제도를 경험해 본 사람들에게 이런 장면들이 공감을 산 것 같다.
드라마 속의 한서진은 자신의 딸 예서를 서울의대에 보내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을 고용하여 딸의 성적, 스펙 등 모든 것을 관리하도록 한다. 김주영은 예서를 서울의대에 보내기 위해 라이벌인 혜나를 전교 회장 후보에서 탈락하도록 만들어 예서가 전교 회장이 될 수 있도록 만들거나, 시험지를 빼돌려 좋은 성적을 거두게 만드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내가 주변에서 SKY캐슬 이야기를 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소리가 “현실이 드라마보다 더 하대”라는 말이었다. 대치동에 가면 드라마보다도 더욱 드라마틱한 현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경제력 상위 1%의 사람들은 입시 코디네이터를 고용하여 자신의 자녀가 좋은 대학, 좋은 직업을 얻도록 만드는 일이 현실에서도 비일비재하다. 실제로 많은 입시업체에서 동아리, 학교생활, 교내대회에서 가짜 인재를 만들고 있다. 그리고 이는 권력의 세습처럼 경제력의 차이에 따른 학벌의 세습이 이루어지게 만든다. 충분한 경제력이 없고 부모의 지원이 미약한 학생은 비교적 뒤처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학생부 종합전형의 존폐여부를 논하고 있다. 일명 ‘금수저 전형’, 최근에는 ‘SKY 캐슬 전형’이라고 불리며 권력 세습을 반복하는 이 전형을 없애고, 오로지 성적으로만 입시 결과가 좌우되는 정시가 가장 공평하다고도 말한다.
학생부 종합전형은 생활기록부에 외부 스펙을 반영하던 기존의 제도를 폐지하고 예전의 입학사정관 전형을 계승하여 만든 제도이다. 학생부 종합전형의 본래 취지는 점수로만 평가할 수 없는 종합적인 영역을 정성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성적의 높고 낮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통해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사고와 실천의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그렇기에 고등학교에서도 학생의 특기를 살리는 다양한 활동들을 제공한다. 학교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해당 분야에 두각을 드러내어 낮은 내신, 불리한 가정환경임에도 선발될 수 있다. 자신의 전공희망 분야에 관심이 있는 만큼 다양한 활동을 통해 경험을 쌓으면서 전문성을 높일 수 있고, 대학의 입장에서도 적합한 수학능력을 갖춘 인재를 선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나는 학생부 종합전형의 긍정적인 효과를 본 사람 중 한 명이다. 사교육 열풍 속에서도 집안 형편이 좋지 못해 학원, 인터넷 강의, 과외 없이 공부했다. 성적이 특출나게 좋은 편은 아니지만, 고등학생 3년 내내 윤리교사라는 꿈만 바라보고 생활기록부를 가꾸어 나갔다. 교육학 동아리, 교육신문 자율 동아리 활동을 통해 교육에 관심이 있음을 드러냈다. 나아가 매학기마다 멘토-멘티 프로그램을 통해 친구들을 가르치며 교사의 꿈을 구체화했다. 다른 과목은 엄청 잘하지는 않더라도, 윤리 과목만큼은 높은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글짓기 소질을 살려 각종 교내대회에서 입선하였고, 모범적인 태도로 선생님들에게 칭찬받는 학생이었다. 자기소개서도 학교생활 내에서 있었던 경험을 토대로 담임 선생님의 피드백을 받아가며 작성했다. 그 결과 내가 바라고 관심을 가졌던 윤리교육과에 입학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학생부 종합전형은 특정 분야에 재능과 관심이 있는 학생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전형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부 종합전형은 좋은 취지에서 도입된 것이지만, 사람들은 그 빈틈을 파고들어 부정적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평가 방법이 성적만을 따지지 않기 때문에 주관적이라는 단점이 존재하고 그렇기에 평가의 진실성을 판단하기 힘들다. 그리고 학교 측이 상위권 학생들에게 생활기록부 실적을 돋보이게 해줄 교내 수상을 몰아준다는 ‘학생부 몰빵’이 일어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그야말로 입시 비리의 온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부작용이 있다는 이유로 학생부 종합전형을 폐지해야 한다기보다는 이 입시제도의 본래 목적을 되살리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최근에는 학생부 종합전형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생활기록부에서 교내 수상경력과 자율동아리 활동, 소논문 실적을 빼는 방안을 확정했다. 물론 이 요소들을 제외시킨 만큼 학생의 경쟁력을 파악할 수 있는 다른 요소를 개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학생부 종합전형의 본래 취지에 맞게 명확한 평가기준과 제도적인 규제를 통해 폐단의 고리를 끊어야 하며, 배움의 기회가 간절한 사람에게 적합한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