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8호] 우리학교 교수들, 세월호 관련 시국선언에 동참
우리학교 사상 최초의 교수 시국선언
발행: 2014. 6. 2.
세월호 침몰 사건이 발발한 때로부터 약 한 달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세월호 사건에서 비롯된 규탄적인 시국선언들이 공표되고 지위고하를 막론한 여러 유형의 사람들이 집회를 열었다. 국가 구성원들에게 큰 충격을 안기며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확실한 개선 방향을 가늠할 수 없는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학교 교수들도 한데 모여 자신들의 목소리를 냈다.
◇ 시국선언문을 공표하게 된 배경
지난 달 13일, 청와대 게시판에는 전국의 교사 43명이 실명을 걸고 세월호 사고의 책임을 물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교육부는 바로 다음날 각 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이들 교사들이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다며 명단과 경위를 제출하라고 지시했을 뿐만 아니라 이들 43명과 더불어 대중 교사선언에 동참한 15,853명에 대해 신원파악 및 징계조치를 하겠다고 알렸다. 교육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한 행위가 국가공무원법 제65조 정치운동의 금지와 제66조 집단행위 금지 규정을 위반해 징계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사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행위조차 부당하게 저지당하는 국가적 분위기 속에서 용기 있게 책임을 물어 징계의 대상이 된 이들 43명의 교사들 중에는 우리학교 출신 선배들도 있다. 이번 시국선언과 관련해 조한욱(역사교육) 교수는 “개인적으로 이름까지 기억하는 교원대 출신 교사가 명단에 포함돼 있는 것을 보고선, 우리가 가르쳤던 아이들에게 최소한의 바람막이라도 돼주어야 하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에 비슷한 뜻을 보이는 교수들과 뜻을 모았다”며 선언을 공표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이자 구체적인 배경을 밝혔다.
◇ 시국선언문 공표의 구체적인 방법
선언문은 조한욱 교수 외 60명의 교수들이 뜻을 모아 공표했으며 지난 달 27일부터 수합해 28일에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이하 민교협)에 전달했다. 시국선언에 동참하게 된 이유에 대해 남운(독어교육) 교수는 “생명과 정직을 경시하는 탐욕집단이 저지른 '대참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서명하였다”고 알렸으며 김영훈(지리교육) 교수는 “국정원 선거 개입을 비롯해 이후의 세월호 사건에 이르기까지 여러 국정 사안들에 대해 국민과 소통하지 않고 물리적인 처방만 내세우는 이 정부에게 누군가는 ‘아니다’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며 동참하게 된 배경을 전했다. 우리학교 교수들 중에 민교협의 구성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민교협을 통해 선언문을 공표한 이유에 대해 조한욱 교수는 “민교협이 선언문 공표와 같은 일에 익숙하며 전국의 모든 매체에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연락을 해 도움을 받게 됐다”며 그 계기를 설명했다. 현재 우리학교 교수들의 시국선언문 공표는 청주MBC와 한겨레를 비롯한 여러 언론사들에 의해 보도된 상태이다. 복지관, 인문과학관, 종합교육관 등 우리 학내의 주요 장소 20곳에도 시국선언문을 담은 대자보가 붙었으며 학생들이 직접 가져가 읽을 수 있도록 곳곳에 유인물이 배포됐다.
◇ 우리학교의 특성이 드러난 선언문
우리학교 교수들의 시국선언문은 특별히 다른 선언에서 다루지 않았던 부분들에 주안점을 두고자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세월호 사건의 피해자로써 교사와 학생들에게만 초점을 맞추는 것에 주목해, 이 참사로 인해 피해를 입은 다른 유형의 사람들 그리고 살아남은 자의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생존자들 역시 언급해 첫머리가 작성됐다. 또한 시국선언을 공표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된 교육부의 교사 색출 요구와 크고 작은 사회악을 외면하며 비판을 경시하는 교육부에 순응하는 대학의 현실에 대한 통렬한 비판으로 이어져, 교수들 자신이 교육해나갈 방향에 대해 제시했다. 또한 글의 말미에는 다섯 개의 조목으로써 서명 교수 일동이 대통령과 정부에게 요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현직 교사로 일하고 있는 박해원(불어교육·99) 학우는 “일선 학교에서도 당장 색출을 위해 여러 명이 나와 감사하고 있는 상황이라 분위기가 굉장히 좋지 않다. 이러한 안타까운 상황 속에서 교수님들의 성명서가 발표돼, 학교생활에 치이는 와중에서도 더욱 관심이 가 선배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 든다”며 교수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 시국선언 5개 항과 서명 교수들
시국선언문 말미에는 서명 교수들이 대통령과 정부에게 요구하는 내용으로써 ▲공명정대한 진상조사 기구 구성과 책임자에 대한 엄벌 ▲실종자의 수색과 유족들과 관련 피해자들의 치유를 위한 노력 ▲해경 해체와 같은 미봉책이 아닌 근본적 대책 마련 ▲시국 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에 대한 징계 시도 중단 ▲유가족을 사찰하는 야만적인 행태에 대한 사죄 등 5개항이 명시돼 있다. 시국선언문에 동참한 교수들은 강태호, 권민재, 권순회, 권정화, 김경용, 김경철, 김경한, 김기대, 김미숙, 김영훈, 김왕규, 김은숙, 김종우, 김주휘, 김지경, 김진근, 김찬국, 김한별, 김한종, 김혜원, 남상준, 남운, 류제헌, 민경훈, 박도영, 박병기, 박선웅, 박정원, 박종률, 박현선, 박형우, 변미혜, 손준종, 송호정, 심현섭, 엄기형, 유진은, 이건남, 이경화, 이동주, 이민부, 이병인, 이병희, 이용기, 임리라, 임수만, 임영무, 장수명, 전경준, 정광순, 정필운, 조민식, 조재순, 조한욱, 주명철, 최새은, 최숙기, 최용규, 한정길, 허병기, 허수미, Judy Yin으로 총 62명이다.
이제껏 교원대 교수들의 시국선언의 전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시국선언문 공표는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대해 시국선언문의 제안자이자 초안 작성자인 조한욱 교수는 “여태까지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오히려 최초로 한 게 부끄럽다는 생각도 든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교원대 교수들의 정의감과 양심이 살아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됐고, 교수들이 앞으로 더 크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는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