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5호/교육탑] 의견이 ‘통합’되지 않은 교대 통폐합

국립사범대와 교육대 간 통합, 아직은 시기상조

2019-01-01     한수연 기자

최근 서울대와 경인교대가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교육계에서는 이 두 대학의 통합 논의에 대해 찬반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서울대와 경인교대는 통합에 대해 논의중이며, 통합으로 시너지효과가 얼마나 나올지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 교육관계자에 따르면, 협의하는 과정에서 통합 방안이 거론됐지만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진전은 없는 상태로 보인다.

◇ 서울대 “사범대가 경인교대를 인수·합병하는 방안으로…”
서울대는 서울대 사범대가 경인교대를 인수·합병하여 중·고등 교육과정뿐만 아니라 초등교육까지 담당하여 초·중·고등교육의 중심센터로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교육·연구의 시너지 효과 외에도 경인교대의 넓은 캠퍼스를 개발해 수익사업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수·합병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서울대가 법인화되면 단과대별로도 재정적 독립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서울대 사범대측은 “경인교대 인천캠퍼스는 글로벌교사 양성 캠퍼스로 만들고, 안양캠퍼스에는 교사들을 위한 기숙형 연수원을 지어 교육종합센터로 키워나가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인교대 인수에 관한 사항들은 공식적으로 이달 말 열리는 교수 정례회의에서 논의할 계획이다.

◇ 경인교대 “대학발전방안으로 서울대와 통합을…”
몇 년 전부터 경인교대는 살아남기 위해 대학발전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경인교대가 위기감을 느껴 대학의 장기발전방안을 논의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학령인구 감소다. 학령인구는 초등, 중등, 대학교에 다닐 연령대인 만 6세에서 21세까지의 인구를 의미한다.
특히 초등학교 학령인 만 6~11세 인구는 지난 2002년 419만1천명을 기점으로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여 지난해엔 300만명대 수준으로 줄었다. 내년엔 200만명대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학령인구 감소는 초등교사의 수요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초등교사를 양성하는 교육대학의 신입생수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경인교대의 경우 지난 2005년 970명의 신입생 수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660여명 선으로 300여명 가량 줄였다. 현 상황이 계속된다면 경인교대는 계속해서 입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국 교대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경인교대가 타 대학과의 통합에 관한 장기 발전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방안에는 ▲국립한경대, 한국재활복지대, 한국철도대 등과 경기도 거점국립종합대학으로 발전시키는 방안 ▲서울대 사대와 통합하는 방안 ▲수도권 교대와 연합하는 방안 등이 있다. 서울대 사대와 통합하는 방안에 대해, 경인교대 내부의 일각에서는 “일반 종합대학이 교원 양성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지 의문이다”라는 비판적인 입장도 있고, 서울대의 한 단과대가 경인교대를 인수 합병한다는 표현에 대해서는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경기도 거점 국립종합대학으로 성장하겠다는 장기적 목표 아래 경인교대는 올해 11월까지 통합 대상을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서울대와 경인교대의 통합논의가 활발하게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비슷한 통합 사례로 제주대-제주교대 간의 통합이 있었다. 그간 국립대간의 통폐합은 ▲강릉대-원주대 ▲부산대-밀양대 ▲충주대-청주과학대 등이 있다.

◇ 제주대-제주교대 통합, 2008년 평가서 3위…
2008년 3월 교육과학기술부가 제주대와 제주교대의 통합을 승인하며 총 3년간 225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3월 1일자로 통합된 ‘제주교육대학교’는 ‘제주대학교 초등교육과’라는 신분을 가지게 되었다. 현재 교대(제주대학교 초등교육과) 캠퍼스는 제주시 화북동 제주교대 캠퍼스를 그대로 활용해 제주시 아라동 제주대 캠퍼스와 함께 1대학 2캠퍼스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또, 통합이후 적정한 범위 안에서 교육대 학생들이 제주대 타 학과로의 전과를 허용, 다양한 진로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 두 학교간의 통합이 물 흐르듯 자연스레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통합과정에서 큰 진통이 있었다.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학교 당국의 일방적인 결정이었기에 과정에 있어서 비민주적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또, 통합결정에 반대하는 학생들은 단체로 장기간 수업을 거부하는 등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후 결국 제주교대는 제주대학교 ‘초등교육과’로 편입되면서 제주대는 국립대학 중 유일하게 초등교육을 전담하는 단과대학을 보유하게 됐다.
제주대학교가 제주교대를 흡수 통합하려 노력한 것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유치하기 위한 입지확장과 재정문제와 관련된 것이었다. 2008년 실시된 국공립 통폐합대학 평가결과, 제주교대와 합친 제주대(81.2점)는 전체 3위로 ‘교육대학의 미래에 관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매우 중요한 사례’라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두 학교 간 학생들의 의견은 통합되지 않고 있다.
교과부는 교원양성기관에 대한 구조조정 차원에서 그동안 여러 차례 국립 사범대와 교육대의 통합을 추진했으나 교원단체와 교육대 측의 반발로 실패했다.
이번 서울대의 경인교대 인수‧합병 추진에 대해서도 서울교대 등의 교육대학은 초등교육의 특수성과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며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