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5호] 희망을 디자인하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지난 24일 강연회 성황리에 마쳐

2019-01-01     차현아 기자

지난 24일 교양학관 101호에서는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의 강연회가 있었다. 약 40여 명의 참석으로 진행된 이번 강연회에서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현실과,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가져야 한다’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한국교원대신문에서는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의 강연회 내용을 정리하여 소개한다. /보도부

제가 서울에서 대부분의 활동을 하는데요. 이번에는 저희가 이렇게 희망열차라는 이름으로 전국을 순회하며 직접 지역사회의 많은 분들을 만나 뵙고 있습니다. 이번 주는 충청지역을 돌면서 희망을 전달하고 있는데, 오늘은 한국교원대에서 여러분들을 만나뵙게 되었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 정말, 찢어지게 가난했습니다. 덕분에 자연의 위대함을 온몸으로 느끼며 살 수 있었습니다. 봄이 오면 어느덧 만물이 새롭게 피어나고 나비가 날고, 또 어느 순간 꽃이 지고 잎이 떨어지면 가을이 오는 것을 느끼며 자유롭게 들판을 뛰어다니며 자랐습니다. 이런 환경덕분에 지금도 이렇게 건강하고 생각이 젊죠. 저의 성장배경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자연의 위대함이 주는 상상력과 감수성 덕분에 이렇게 건강하게 자랐고, 중심에서 생각지 못한 희망을 찾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제 인생을 바꾼 또 하나의 계기는 제가 감옥에 있을 때인데요. 그때 제가 감옥 안에서 맞닥뜨린 시대의 어젠다라고 할까요. 시대정신과 시대의 요구를 직접 만날 수 있었죠. 자연과 감옥, 그 원시적이었던 경험이 저의 젊은 시절을 바꿔놓게 되었습니다. 저를 만나게 된 여러분들은 이제 지금부터 운명이 바뀌게 될 겁니다.
일단 저는 ‘줄을 잘서라’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인생은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직접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하고 소통하러 ‘줄을 서러’ 가야 합니다. 모두들 교사가 되고 싶죠? 안정적인 직장으로서 선생님을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거고, 아이들에게 무한한 사랑과 생산력을 주기 위해서도 그럴 거고요. 저의 경우는, 젊은 시절에 많은 경험과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인생의 교훈과, 삶의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인권변호사로서, 후방에서 계속 있었다면 이렇게 많은 분들과 만나며 희망을 찾는 역할을 못했겠죠. 그래서 이렇게 전방에 나서서 직접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얼마나 행복합니까. 이런 가치를 추구할 수 있으니까요. 20대 청춘들 얼마나 불쌍합니까. 모두들 대기업이니 공무원이니 하나의 꿈만 바라보고 살잖아요. 젊은이들이 꿈조차 꿀 수 없는 그런 비참한 상황입니다. 물론 세상이 어렵긴해요. 하지만 그렇게 쉽게 사람이 굶어죽습니까. 새들도 저렇게 하늘을 자유롭게 날면서도 안 굶어죽잖아요. 월급 많이 받고 아파트 좋은데 사는 게 고작 인간이 꿀 수 있는 꿈입니까. 이웃과 함께 더불어 잘 살자는 꿈을, 왜 우리는 꾸지 않습니까? 안 굶어 죽습니다. 저도 이렇게 살이 뒤룩뒤룩 찌잖아요.
변호사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나니, 제가 가지고 있던 여러 채의 집을 하나하나 팔게 되었습니다. 근데 저도 잘 곳이 있어요. 아이러니하게도 제 집이 없어지고 나니 전국 방방곡곡에서 저보고 쉬고 가라네요. 세상에서 작은 것을 버리면, 작은 것만 얻고요. 큰 것을 버리면 크게 얻습니다. 많이 나누고 세상과 함께 더불어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맨날 돈만 벌고 경제성장만을 바라보며 힘들게 살고 있습니다. 많이 성장했죠. 근데 지금도 우리 사회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습니까? 단전 가구만 해도 수십 만 세대입니다. 부자나라가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비극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잘 사는 사람과 못 사는 사람과의 격차가 커지고 소통이 안 되고 사회 갈등이 커지고 있죠.
돈 벌겠다는 욕심이 우리 아이들, 젊은이들의 창의력을 갉아먹습니다. 좀 더 다양한 삶의 방향으로 이끌어야 하죠. 이런 책임은 누구에게 있겠습니까? 우리가 변해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 삶의 목표 자체를 바꿔야죠. 우리는 교사 될 사람들이잖아요. 우리 말 하나하나가 아이들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저도 초등학교 5학년 때 선생님이 공부잘한다고 칭찬 한마디 해주셨는데, 그 이후로 공부도 열심히 하고 전교회장까지 하게 되었죠. 고등학교 1학년 선생님이었던 강승식 선생님도 정말 위대한 선생님이었습니다. 덕분에 저뿐만 아니라 많은 학생들을 올바른 길로 이끄셨습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진심입니다. 신뢰라는 것, 그것이 사람을 움직이는 거고요. 교사가 신뢰를 보여주면 누군가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교사가 이 사회에서 정말 필요한 사람들이죠. 많은 아이들에게 용기와 새로운 생각을 싹틔울 수 있는 지혜를 주십시오. 교사가 되실 여러분들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분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