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호/문화탑] 나는 독재자다

문화로 보는 독재체제 형성 과정

2018-12-11     노준용 기자

‘언리미티드 빠와(unlimited power)!!!'라는 대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스타워즈 팬이라면 모를 수 없는 이 대사는 영화 스타워즈3에서 사실상 흑막의 역할을 한 사람이자 시리즈 전체에서의 흑막인 팰퍼틴의 대사이다. 팰퍼틴은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방해하는 적을 공격하면서 외친다. “언리미티드 빠와!!!” 그렇게 자신의 정적을 제거한 뒤에 그는 제국의 황제가 된다. 염원하던 ’언리미티드 빠와!!!‘를 얻은 것이다. 하지만 그가 원하던 ‘언리미티드 빠와!!!’를 얻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그는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는 온화한 겉모습을 가진 채 행동하였지만 뒤에서는 치밀하기 그지없는 뒷공작을 통해서 황제로 등극할 수 있었다. 그는 도대체 어떤 방법을 통해서 은하 제국의 지배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일까? 비단 영화 스타워즈 뿐만 아니라 독재자가 나오는 다른 문화매체들에서도 대체로 비슷한 과정을 통해서 독재자가 등장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step1 구시대 비판
독재자가 등장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의 일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독재라는 것은 기존의 권력을 몰아내고 한 개인이 권력을 차지하는 것이다. 그렇기 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존 권력을 몰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구시대에 대한 비판을 통해서 자신의 일을 합리화 하고 기존의 권력을 몰아내어 그 위치를 자신이 차지하는 것이다. 스타크래프트1에서 볼 수 있는 대관식 동영상에서 아크튜러스 멩스크는 다음과 같은 말을 역설한다. “우리가 공통된 역사 속에 사소한 투쟁으로 서로 싸우고 갈라져 있는 동안” “개인과 국가 사이에서 오랫동안 일어났던 불화와 결합을 끝낼 때입니다.” 이렇게 대관식에서 그는 자신이 등장하기 전의 시대는 사소한 다툼과 투쟁이 항상 있던 시기라고 말하며 그동안 이루어져 왔던 일에 대해서 비판한 뒤 그는 황제에 등극한다. 구시대가 힘든 시절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가 않다. 그저 구시대가 힘든 시절이라고 ‘규정’되고 사람들에게 ‘인식’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step2 외부의 위협
스타워즈에서는 클론전쟁이라는 것이 등장한다. 클론전쟁은 은하공화국과 분리주의 연합 사이에 약 3년 반 동안 진행되었던 범은하계적 전쟁을 말한다. 겉으로만 본다면 공화국과 공화국에 대해 불만이 많은 이들이 싸움을 벌인 평범한 내전으로 생각될 수 있다. 그런데 사실 영화를 살펴보면 이것은 모두 팰퍼틴 한 사람이 인위적으로 주도한 계획이었다. 팰퍼틴은 공화국에서는 의회의 최고의장으로, 연합에서는 시스 군주로서 활동하며 전쟁의 강약을 모두 조절했다. 독재자는 외부의 위협이 있으면 이를 강화하거나 확대하고 없으면 인위적으로 만든다. 왜냐하면 외부의 위협이 생겨난다면 내부의 단결력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외부의 위협을 통해서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는 불안감이 생성되고 그 과정 중에 자신의 불안을 해소해줄만한 사람을 마음 속에 그리기 시작한다.

step3 위협을 이겨내기 위한 단결, 단결을 위한 독재 합리화.
사람들은 외부의 위협이 만들어 졌기 때문에 자신과 비슷한 위치에 있는 내부의 사람들과 단결한다. 그리고 그 단결력이 강화되는 중에는 절차와 규칙이 무시되기 십상이다. 왜냐하면 ‘위급’한 상황이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단결하지 않은 사람은 ‘배신자’라고 낙인찍히기 쉽다. 그리고 그 점을 독재자가 파고든다. 독재자는 물리력이나 강제력을 이용하든 혹은 적법한 절차를 통해서든 정치적으로 발언권을 얻는다. 물론 독재를 얻는 과정은 혼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때문에 사회 내부 곳곳에 자신의 추종자들을 심어 놓는다. 그리고 위기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단결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 단결을 위해서 이루어지는 자신의 독재를 합리화 한다. 스타워즈에서 팰퍼틴 의장이 공화국을 제국으로 바꾸면서 황제로 등극할 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의 안전과 지속적인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공화국은 첫 번째의 은하계 제국으로 재편될 것입니다. 안전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위해서” 이러한 발언을 할 때 추종자들은 박수치고 많은 사람들도 함께 박수친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하지도 않은 채 자신을 위협해서 구원해줄 사람들을 환영하면서 말이다.
물론 이러한 과정 중에서 옳고 그름을 판별하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것은 덤이다. 올바르게 균형을 잡으려고 하거나 사실을 알리려고 하면 독재자나 혹은 추종자들은 이러한 시도들을 외부의 위협 속에서 내부의 혼란을 유발하는 잘못된 것으로 몰아붙쳐 자신의 독재체제를 더욱 확고히 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올바른 생각을 듣거나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다수의 사람들이 행동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하며 편한 방식대로 아무 생각 없이 독재자의 생각에 동조하고 권력을 위임한다. 자신들의 행동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지 모른 채 말이다. 스타워즈 영화에서 그 결과는 24년간의 공포정치였다.
스타워즈에서 제국이 선포될 때 아미달라의 대역 역할을 맡았던 키이라 나이틀리는 이렇게 말한다. “이게 민주주의가 말살되는 방식인가요? 우레 같은 갈채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