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호] 알코올 너란 녀석
‘술이 훌륭한 사람을 더 훌륭하게 만들었다는 일은 없고, 어리석은 사람은 술로 인해 점점 더 어리석어질 뿐이다.’ 라는 동양 속담, 서양의 신화에 등장하는 술의 신 디오니소스가 있듯이 술은 인류의 역사만큼 오래되었다.
오늘날 함께 마시는 술 한 잔의 즐거움을 생활과 문화의 일부가 되었지만, 폭력과 중독의 약물로 비난받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술 한 잔에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술이 긴장을 풀어주는 묘약이고, 사랑을 키우는 매개체로 작용한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은 술자리에 나가서 전에 보았을 때 그저 그렇다고 느꼈던 사람이 술을 마시고 나니 더욱 예뻐 보이거나 멋져 보이는 경우를 경험한다.
과연 술 속에는 어떤 것들이 있기에 이처럼 상대방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일까?
앞에서 언급한 상대방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경우를 가리켜 ‘비어 고글 이펙트’라 한다. 이는 배리 존스라는 교수에 의해 불리어진 말인데, 배리 존스 교수는 실제 사람들에게 실험을 하여 비어 고글 이펙트를 확인하였다. 알코올이 흡수되면 우선 식도를 타고 장으로 내려갔다가 뇌에 흡수된다.
알코올은 뇌에 아주 잘 흡수된다. 알코올이라 말하는 것은 주로 에탄올 이라는 분자를 말한다. 에탄올은 탄소와 산소, 수소 원자들로 구성되어 있는 굉장히 작은 크기의 분자다. 이것의 가장 큰 특징은 물과 기름은 물론 지방에도 용해가 잘 된다는 점이다. 게다가 머리 부분에 소량의 전하까지 띠고 있어서 인체에 쉽게 흡수되고, 우리 몸 구석구석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
뇌에 흡수된 알코올은 뇌 세포를 자극한다. 이런 알코올의 자극에 특히 활발하게 반응하는 곳은 보상회로이다. 우리 뇌의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보상회로는 식욕, 성욕 등 생존에 필요한 욕구가 충족되면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을 분비해 쾌락을 느끼게 해준다. 알코올이 보상회로를 자극하는 동안 우리는 이성을 더 매력적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이때는 평소에는 그 자체만으로는 보상회로를 자극하지 못할 만한 자극에도 우리의 뇌는 알코올로 이미 자극을 받았기 때문에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즉 상대방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술이 몸속이나 뇌 속에서 없어지면 그 자극으로는 이성에 대한 호감을 못 느끼게 되는 상태로 돌아온다. 따라서 술을 마셨을 때 느꼈던 호감은 술에 의해서 나타난 뇌의 착각 현상인 것이다. 더 나아가 지나치게 많은 양의 알코올은 착각을 넘어 판단력까지 마비시킨다. 우리가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이유는 대뇌의 전두엽이 우리를 적절히 통제해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몸에 알코올이 흡수되면 전두엽은 제 기능을 잃기 시작하고, 술의 양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전두엽이 마비되어 자제력을 잃어 무절제한 행동에 빠져든다.
인생을 살다보면 여러 사람들과 같이 술자리를 갖게 되는 경우가 많고 또 사교적인 활동을 위해 이런 자리는 필요한 경우도 많다. 하지만 술 마시는 사람들을 보다 보면 자신이 술을 많이 마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하다가 술에 취해 몸을 망가뜨리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술에 취한 그들의 무절제한 행동은 추해보이기까지 하다. 술을 마시면서 사람들과 어울려 즐기는 것은 좋지만 부모님이 만들어 주신 소중한 자신의 몸도 생각해가면서 즐겨야 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