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2호/시는시일까] 일장춘몽

2018-11-14     박준홍(윤리교육·18)

나는 겨울이 어울려 하얀 것들을 거부했다

순수함 속에 까매진 나의 신발 자국을 새기고

조금 더러워진 회색이 나를 또 감추곤 했다

 

너는 겨울에는 불길이 필요하다며

스스로의 몸을 빨갛게 물들이곤 했다

붉게 달구어진 너의 몸 속에

나는 파묻혀 점점 흘러내린다

 

나는 녹아 구름 되어 가까워진 태양에

땀을 뻘뻘 흘린다

너는 내리는 빗속을 걸어가고

남들은 다 꽃이 핀다지만

나는 아직 멀었기에 우리는 겨울 속에 갇히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