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6호] 나는 너를 잘 모른다
발행: 2014. 5. 6.
새 학기가 시작 된지 어느 덧 4주가 흘렀고, 날은 따뜻해져 봄이 왔다. 목련이 봉오리를 만들고 산수유의 노란 꽃이 수업가는 길을 수놓는다. 새내기 미리 배움터부터 시작된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도 더 이상 초면이 아닌 구면이 되어 그 관계가 꽃피워지고 있다. 대면식을 통한 선후배들과의 만남, 분위기에 휩쓸려 술자리에서 합석이 된 만남, 조별모임을 통한 만남 이러한 모든 만남이 신기하고 재미있을 때가 바로 지금인 것이다. 대학생활을 해본 모두에게 새내기 때의 3월은 만남과 추억의 연속이다. 하지만, 2학년 혹은 더 고학년이 된 지금 대부분의 그 인연들은 길에서 마주치면 인사하기도 껄끄럽고 어색한 사이가 되어 버렸다. 이 경험은 대학생활 특히나, 좁고 좁은 교원대에서 대학생활을 한 학생이라면 누구나 겪고 있고 겪었을 과정이라 생각한다.
나 또한 새로운 만남이 주는 재미에 취해 새내기 시절 동아리를 네 개나 가입하고 이 자리 저 자리 끼어가며 ‘인맥’을 챙겼던 1인 이었다. 내 자신 만을 챙기기에도 벅찬 것이 현실인데 이 수많은 인연들과 연을 이어가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였다. 결국, 하나 둘 어색한 사이가 되어 핸드폰에 저장된 수많은 번호 중 정작 연락 할 수 있는 사람은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처지가 되었다. 회의감을 느낀 나는 언제라도 나에게 다가와 내 편이 되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을 사귀기로 하였고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하지만, 그 결과도 좋지는 못했다. 그 좋은 사람들에게도 자신의 삶이 있고 언제나 내 곁에만 있어 줄 수는 없었으니까. 이는 그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이기도 하면서, 나와 모든 점에서 맞는 사람은 존재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좋은 인간관계의 전략이 아니라고 본다.
그렇다면, 학기 초의 즐거운 만남, 그 이후의 관계를 어떻게 이어갈 수 있을까? 미국 사람들은 지나가다 눈이 마주치면, 아예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웃으며 “hey”, “how are you doing?” 이라는 말을 건네고 지나가곤 한다. 기본적으로 그들은 우리 모두가 친구라는 인식이 있고 존댓말이 없어 서로에게 편하게 다가갈 수 있어 이러한 일이 가능하다. 우리나라 문화에서 초면관계에 이렇게 하기는 힘들지만, 적어도 한번 인연이 닿았던 사람이라면 반갑게 인사하고 지나가보자. 인사를 할 때 어색한 “안녕”이라는 한마디보다는 “어디가?”, “밥은 먹었어?”라는 서너마디 정도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인사말을 상황 적절하게 건네는 것이 짧게나마 교류를 하게 된다는 점에서 더욱 좋다. 어색함은 상대방과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데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같은 수업을 듣거나 룸메이트가 되거나 하지 않는 이상 한 번 만났던 상대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게 되어 더 이상 접점이 없는 관계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 인연들을 놓치고 싶지 않다면 만날 때 마다 한 두마디라도 날씨나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대화를 나눠라. 그렇다면 비록 서로 어떤 사람이고 무슨 관심사를 가지고 살아가는지 모를 지라도 상대는 웃는 얼굴로 인사하며 말을 건네오는 너에게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며 너의 소소한 대화에 응해 줄 것이다. 이런 상호작용과정에서 반가운 인사는 어색함이 싹트지 않게 해줄 것이고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 시켜 줄 것이다. 물론 간혹 싸늘한 눈빛을 보내며 어색한 미소로 지나가는 사람들이 없지는 않다. 이들을 대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다음부터 부담없이 신경쓰지 말고 살아가면 된다. 상처 받을 필요도 없다. 이 사람들은 너의 사람이 애초에 아니었고 일회적인 만남이었을 뿐이다. 민망한 웃음과 함께 웃어 넘기도록 하자.
이 과정도 결국 형식적 인간관계만 유지시키는 것이고 진정한 내 사람을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내가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진정한 친구가 있다는 것은 더할 나위없이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사람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어떻게 모든 이들과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을 만큼 교감을 나누고 사귈 수 있겠는가. 상대방을 잘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어색한 미소로 형식적으로 그들을 대한다거나, 무시하고 지낸다면, 어색한 관계는 더욱 늘어날 것이고 자신의 인간관계만 더 꼬이게 된다. 그들에게 많은걸 기대하지 말고 그저 반가운 존재로서 그들을 받아 들여라. 언젠가 그들이 우연찮은 기회로 진정한 친구로 다가올 수도 있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건 ‘나는 너가 누군지 잘 모른다. 그런데 너를 만나는 일 자체가 반갑다.’를 내면화 시키는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