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7호] 눈을 감은 채 내면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
발행: 2014. 05. 18.
지난 2010년 1월부터 현재까지 서울 신촌 버티고타워 9층에서 ‘어둠속의 대화’상설 체험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전시의 주최는 '엔비전스'로서, '장애인 고용 증가'란 취지로 2009년 설립된 '일자리 제공 형' 사회적 기업(기업의 영리성과 자선의 사회성을 통합한 새로운 개념의 기업)이다.
전시의 목적은 보는 것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보이지 않는 세계를 체험하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전시는 빛이 차단된 암흑 속에서 8명이 한 팀으로 구성돼 전문가이드(로드마스터)의 인솔 하에 90분 간 진행된다. 어둠속에서 숲속, 횡단보도, 과일가게, 보트, 카페와 같은 장소를 로드마스터의 안내에 따라 이동한다. 이곳에서는 시각이 제한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다리가 장애물에 걸리기도 하고 인접 팀원과 부딪히는 경우도 발생한다. 시각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평소보다 많은 대화를 통해 자신이 잘 걷고 있는지에 대해 인접 팀원들과 끊임없이 확인한다. 전시에 대해 관람객 이혜진(인천·29) 씨는 “처음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답답하고 긴장됐지만, 처음 본 팀원들이 많이 의지가 되어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시를 안내하는 로드마스터는 모두 시각장애인으로 구성돼 있다. 이는 시각장애인 고용창출 효과 뿐 아니라 체험자로 하여금 그들이 인지하는 세상과 그들의 다양한 감각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손혜림 로드마스터는 “대부분의 관객은 로드마스터가 적외선 안경을 쓰고 안내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로드마스터는 모두 시각장애를 갖고 있다. 관객의 키를 판단하기도 하는데, 이는 관객의 목소리가 발생하는 지점이 높아 그 사람의 키를 예측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전시에서의 경험을 통해 관람객은 시각장애인을 바라보는 편견을 바꿀 수 있다. 일반적인 학교 교육에서는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일방적으로 도와줘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준다. 하지만 어둠속에서 비장애인은 시각장애를 가진 로드마스터의 도움을 받아 움직인다. 이 과정을 통해 비장애인도 장애인의 도움을 통해 장애인이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아야 된다는 사회적 인식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