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5호] 책 읽기의 방법-메모를 어떻게 해야 할까? (2)

박영민 교수의 맛있는 글쓰기, 말랑말랑 독서

2018-10-14     박영민 교수

지난 호에서 메모하기의 방법적 원리 두 가지를 설명하였는데, 지면이 부족하여 미처 다루지 못한 원리가 더 있으니 이번 호는 이것으로부터 시작하기로 하자. 이번 호에서 설명하는 내용은 이전에 설명했던 원리에 이어지는 것이므로, 앞의 두 가지 원리가 기억나지 않는다면 얼른 이전 호를 살펴보는 게 좋겠다.

메모하기를 할 때 적용해야 할 세 번째 원리는 내용에 관한 메모와, 생각이나 느낌에 관한 메모를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메모의 유형을 내용에 관한 것과 생각이나 느낌에 관한 것으로만 구분하면 다소 극단적인 면이 있고 다른 메모를 배제하는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메모의 유형을 명료하게 파악하는 데에는 오히려 도움이 된다. 메모의 이 두 가지 유형을 구분해서 이해해 두면 메모하기를 좀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내용에 관한 메모는 글에 언급되어 있는 주요 내용만을 간추려 정리한 것을 말한다. 글에 언급된 내용만을 포함하므로 내용에 관한 메모에는 글에서 다루지 않은 것은 포함되지 않는다. 관련이 있더라도 글에서 언급한 것이 아니라면 내용에 관한 메모에 포함될 수 없다. 생각이나 느낌에 관한 메모는 글을 읽으면서 또는 글을 읽은 후에 떠오른 독자의 의견이나 아이디어를 정리한 메모를 말한다. 물론, 글을 읽으면서 형성된 정서나 감정 등을 담은 메모는 이 메모로 분류된다.

메모는 글의 내용을 효과적으로 파악하고 이해하고 기억하는 데 도움을 얻기 위한 장치이므로 내용에 관한 메모와 생각이나 느낌에 관한 메모가 뒤섞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이 두 가지 유형의 메모가 뒤섞이면, 글을 읽고도 사실과 의견을 구분해 내지 못하는 것처럼 정확한 이해와 기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내용에 관한 메모 위에 생각이나 느낌에 관한 메모를 덧붙일 수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이 둘을 구분해서 메모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효과적이다. 그렇게 해야 독자인 ‘나’의 ‘의견’이 어디까지이고 필자가 글에서 말한 ‘사실’이 어디까지인지를 변별할 수 있다.

두 가지 유형의 메모 중에서 생각이나 느낌에 관한 메모는 책을 읽은 독자의 관심이나 수준, 태도 등에 따라 차이가 크게 난다. 생각이나 느낌에 관한 메모라고 했지만, 필자가 글에서 제시하는 내용에 대해 독자로서 동의, 거부, 옹호, 비판 등의 목소리를 반영해 내는 것도 이 유형의 메모를 통해서이고 필자의 의견이나 주장에 더하여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 넣을 수 있는 것도 이 유형의 메모를 통해서이다. 당연히 독자가 각각 가지고 있는 개성이나 특성도 이 메모를 통해서 드러난다. 그래서 최근의 독서이론가들은 독자의 능동적 역할이 잘 드러나는 이 둘째 번 메모를 더 중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내용에 관한 메모와 생각이나 느낌에 관한 메모를 구분하는 효율적인 방법을 이 두 가지의 메모를 할 때 글자의 색깔을 달리하는 것이다. 밑줄 긋기를 설명할 때도 색깔로 밑줄을 구분하면 효과적이라고 했었는데, 그와 비슷하게 내용 메모의 색깔과 생각 메모의 색깔을 달리하면 이 둘이 뒤섞이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하나는 쉽게 지울 수 없는 펜을 사용하고, 다른 하나는 쉽게 수정할 수 있는 연필을 사용할 수도 있겠다. 내가 아는 지인은 두 가지의 메모를 구분하기 위하여 생각이나 의견을 적는 메모는 반드시 ‘덧붙이는 메모지’, 일명 포스트잇에 한다. 메모하는 공간이 다르니 글자의 색깔을 달리하는 것보다도 더 근본적인 구분법이라고도 볼 수 있을 듯하다. 덧붙이는 메모지를 사용하는 이유는 자신의 의견을 한 곳에 고정시켜 두지 않고 책의 이곳저곳으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의견을 이리저리 옮겨서 참조할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책이 두툼해진다는 점, 자칫 생각이 담긴 그 메모지를 말짱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다.

메모할 때 적용해야 할 네 번째 원리는 글에 생략된 내용이나 누락된 내용을 보충하는 메모를 추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글을 쓰는 필자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핵심 문장이나 주요 내용을 명확하게 드러낼 뿐만 아니라 사진, 그림, 도표 등을 인용해서 체계적인 설명을 시도한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여러 가지 장치를 더 넣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의도를 가지고 그것을 명확하게 드러내지 않을 때도 있고, 서술하는 내용의 특성상 그것이 잘 드러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래서 글에는 필연적으로 온전히 채워지지 않은 공백, 내용이 긴밀하게 맞물리지 않는 균열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메모를 할 때에는 이러한 공백과 균열을 보충하여 이해한 결과도 반영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글의 내용을 효과적으로 파악하고 이해하고 기억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메모의 기능을 충족할 수 있다.

지금까지 다루어 온 메모하기의 원리는 잘 몰랐던 것일 뿐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마음먹고 조금만 노력하면 쉽게 터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원리를 바탕으로 하여 메모하기를 시도해 봄으로써 좀 더 능률적인 독서, 효과적인 독서, 성공적인 독서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러한 독서의 결과는 나중에 좋은 요약문 쓰기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