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5호] 작은 목소리가 더 잘 들린다

생생 정보통-아이들과 소통하기 다섯 번째

2018-10-14     고남숙(흥덕고등학교 교사)

 

“작고 진지하고 차분한 교사의 말에 아이들은 더욱 집중하고 진지해진다.”

 

30명이 넘는 어른들에게 그것도 그 어른들의 관심 대상이 아닐 수도 있는 내용을 전달했을 때 모든 사람이 잘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그것은 말하는 사람의 착각이다. 어른들도 여러 명이 있는 곳에서 집중해서 잘 듣기가 어려운데 호기심이 많고 관심이 분산되기 쉬운 우리 아이들에게 집중해서 듣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또한 요즘아이들은 미디어에 익숙해져서 큰 소리와 자극적인 영상에만 반응을 보인다.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소리가 사람의 목소리보다 더 익숙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은 선생님의 말을 잘 듣지 못한다. 몇 해 전에 학급 급훈을 ‘잘 듣기’로 정하고 틈만 나면 듣기에 대해 강조했었다. ‘상대방이 말할 때는 들어야 하고 그 다음에 내가 할 말을 해야 한다. 선생님과 너희들이 동시에 말하면 내 이야기가 잘 전달되지도 않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알아들을 수도 없다. 효과적인 말하기를 위해서는 먼저 잘 듣는 것이 중요하다. 잘 들어야 잘 말할 수 있다’ 등 참으로 많이도 이야기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일년을 마무리하면서 담임선생님이 가장 강조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우리반 42명의 학생 중 60% 정도만이 잘 듣기라고 답했다. 이것이 우리 아이들이다. 우리는 이런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받아들여야 상처받지 않을 수 있고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잘 듣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아이들이 내 말을 무시하는 것 같고 내 말에 따르지 않는 것 같다고 화를 낼 것이 아니라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내가 찾은 방법은 선생님의 목소리를 작게 하는 것이다. 잘 듣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작게 말하는 것!!! 어쩌면 듣게 하는 것을 포기한 것 같지만 작고 진지하고 차분한 교사의 말에 아이들은 더욱 집중하고 진지해진다. 작년부터 수업에서 그리고 학급에서 나의 목소리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떠드는 아이들, 잘 듣지 않는 아이들에게 더 큰소리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더 작은 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아이들은 교사의 작은 소리를 듣기 위해 더 조용해지고 아이들도 함께 더 작게 말하기 시작했다. 상대방이 큰 소리로 말하면 그보다 더 큰 소리로 말해야 들린다고 심리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선생님의 큰 목소리는 아이들을 더 큰 목소리로 말하게 하고 더 들뜨게 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에는 수업시간에 교사가 일방적인 강의식으로 수업하는 것보다는 그룹활동을 통해서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진지한 그룹활동을 위해서도 조용히 하라고 지시하는 것보다 작은 소리로 말하도록 교사가 작은 소리로 지시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교사의 작은 목소리에서 아이들은 더 잘 듣기 시작하는 것 같다.

그리고 여러 번의 지시에도 잘 듣지 못하고 산만한 아이들에게는 교사도 감정표현을 정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선생님은 너희들이 잘 듣고 혼란이 없었으면 해서 정성을 들여 이야기했는데 너희들이 집중을 잘 해주지 않아서 실망스럽고 선생님의 이야기가 잘 전달이 안돼서 너희들에게 피해가 될까봐 걱정되는구나’라고.. 이렇게 말하면 우리 아이들은 자신이 집중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반성하고 잘 들어야겠다고 다짐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우리 아이들은 선생님의 간절한 충고나 조언에 변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일년을 이야기하고도 변화되지 않을 수 있는 게 우리 아이들이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아이들을 만나야 상처받지 않고 인내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지도할 수 있다. 올 한해 내가 담임하는 아이들이 내 손에서 내 사랑 안에서 자랐으니 좋게 변화됐다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어쩜 우리가 아이들과 충돌하는 원인일 수도 있다.

날카롭고 흔들림 없는 단호함, 잔잔하면서도 지키지 않는 인내심, 작은 목소리로 호소력 있게 말하는 진지함이 지금을 사는 교사에게 더욱 요구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