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3호] 산속으로 떠난 여행
대학원 총학생회에서 주관하는 행사들은 모두 만족도가 높다는 소문을 들은터라 나도 다음에는 대학원총학생회에서 행사 공지하자마자 바로 신청해야지 하고 있었는데.. 마침“산속으로 떠난 여행”이라는 제목의 속리산 등반대회 공지가 떴다.
7월에 발빠르게 신청해 두고 나서는 여름 지나고 까마득히 잊어버렸다가 8월말 개강하고 나서 수강신청하랴 다시 적응하느라 분주하던 때에 친절하게 보내준 속리산 등반대회 관련 문자를 보고나서야 속리산 산행 신청한 기억을 떠올렸다. 문자 받은 후 설레는 맘으로 9월 7일을 기 다리게 되었다.
가기 전부터 집합시간, 장소, 준비물, 도착 예정시간 등을 문자로 꼼꼼히 보내주며 행사를 진행하고 준비하는 운영진들의 세심한 배 려와 준비성에 감동의 물결이 시작되었다.
9월7일 수요일 아침 일찍 기숙사에서 준비하고 나설 때 마음은 벌써 속리산으로 향해 있었다. 9월이긴 하지만 여름의 끝자락이 묻어 있는 듯 아침부터 덥고 땀이 났다.
8시50분 학생회관 앞에 대기하고 있는 학교 버스에 타자마자 상냥한 인사를 나누며 아침 못 먹은 이들을 위해 맛있는 참치김밥과 산행하면서 먹을 사과, 간식 등을 골고루 넣은 봉투를 하나씩 나눠주는 총학생회 임원진들의 정성에 감동하고 있는데 또 이번 등반대회에 산행을 지도해주시는 최병순 교수님은 큰 비닐 봉투에 2개에 가득 담은 고급 샌드위치와 빵을 나누어 먹으라며 주신는게 아닌가? 또다시 감동이 밀려왔다.
학교를 빠져나와 상주시 화북면 쪽의 길로 올라가는 등산로로 가는동안 1시간 반 정도 차로 달린 것 같다. 차에서 내려 교수님이 앞장서시고 끼리끼리 얘기나누며 산길을 걷기 시작했다.
대학교 3학년 때 속리산 문장대를 다녀온 이후로 처음 왔으니 24년정도 지났나보다.
대학시절, 속리산에서 탠트를 치고 자다가 새벽에 비오는 소리에 탠트를 걷고 급히 산길, 돌길을 내려와 법주사를 근처로 지나온 기억 이있다. 그곳을 24년만에 다시 오게된 것이다. 어떻게 변했을까 궁금해 하며 산을 오르는 데 같은과 미주샘과 연주샘과 함께 대학원 이야기,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며 오르다가 함께 산행을 하게 된 샘들과도 인사를 하며 서로 이름도, 삶도 나누기 시작한다.
대학원 강의를 같이 들어서 아는 분들도 있 었고, 산에 와서 처음으로 알게 된 컴퓨터과 은정샘은 이야기를 나눌수록 공통점이 많아 산행하는 내내 친구가 되었다. 조금 오르기 시작하니 가파르고 경사진 산 행로가 계속된다.
앞장서던 선두 그룹들은 교수님과 얘기나누며 잘도 올라간다. 부럽다 부러워... 난 덥기도 하고 땀도 주루룩 나고 숨도 차고... 근데 오늘 날씨가 무늬만 9월이야.
가뿐 숨을 몰아쉬면서도 연신 재잘 재잘 수 다를 떨며 산을 오르는 사람, 혼자서 나무도 보고 주변도 보며 올라가는 사람, 그냥 가야하기 때문에 산을 오르는 사람, 그저 앞사람 뒤만 따라 올라가는 사람, 올라가면서 물도 마시고 아침에 나눠 준 간식도 중간 중간 챙겨먹으며 에너지 보충하면서 오르는 사람, 새로운 사람과 만나서 이야기 나누며 서로 친구되어 오르는 사람, 입을 꼭 다문채 한 발 한 발 옮기는 신중한 사람...
우리네 사는 모습도 백이면 백 모두 다르듯 이 산을 오르는 모습도 참 다양하다. 산은 이런 다양한 각 사람들을 언제나 품어 주고 받아주는 포용력이 있어 좋다. 덥고 지칠 때 쯤 선두그룹에서 잠시 쉬어가 자며 산행로 근처에 멈춰섰다. 땀이 송글송글 ,발그레해진 얼굴 ....사진 몇 컷 찍고 각자 산길에 자리를 잡고 휴식을 취 하려는데 교수님은 배낭에서 시원하게 얼려오 신 물통을 주시며 나눠 마시라고 하신다.
게다가 또 뭔가를 주섬주섬 꺼내시는데 통에 손수 깍아서, 먹기좋은 크기로 담아오신 아삭한 사과... 그 사과를 한 쪽씩 받아 먹으면 서 또 다시 감동의 도가니...
우리는 그냥 속리산 산행한다고 몸만 왔건 만, 교수님은 이미 산에 대한 예의, 인간에 대한 예의, 배려하는 마음을 미리 준비해서 오신 것이다. 역시 산을 사랑하는 사람은 다르다. 知者樂水 仁者樂山 (지자요수, 인자요산) 이라는 옛말이 생각난다.
잠시 휴식을 마치고 좀 더 오르니 문장대라는 큰 돌이 보인다. 기념 인증샷 한 컷씩 남긴 후 또 하늘과 통하는 통로같은 가파른 계단을 따라 오르니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사방이 탁트인 시원한 풍경과 파란 하늘, 시원한 바람까지...
내려오는 길은 뭔가 해냈다는 성취감 때문 일까 산을 오를 때와는 전혀 딴판으로 더 자신있고 한결 여유로운 발걸음이다.
법주사쪽으로 내려오는 길은 자연관찰 코스로 잘 꾸며져 있어 생태 체험학습의 장으로 손색없이 가꾸어져 있었다. 옛날 대학시절 봤던 법주사 모습과는 너무나 많이 바뀌어 있었다. 산길이 거의 끝나는 곳에 송이버섯 파는 아줌마가 지나는 우리에게 송이를 찢어 참기 름에 찍어먹어 보라고 권한다. 입안에서 버섯 향이 찐하게 퍼져 산행의 여운처럼 향그럽게 맴돌았다.
버섯파는 아줌마의 애절한 눈빛에 마지막 남아있던 버섯 몇 바구니를 몽땅떨이로 사서 내려오면서 훈훈하고 정겨웠던 속리산 산행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3시쯤 되었을까 속리산 근처의 식당에서 동 동주 한잔에 버섯 전골과 갖가지 산나물반찬 으로 늦은 점심을 대신하며 산행 뒷얘기로 이 야기 꽃이 핀다.
9월 초순이라 덥긴했지만 속리산의 여유로 움과 인간에 대한 배려를 배우며 흡족한 마음 으로 돌아온 감동 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