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3호] 청춘을 지키는 기술이자 인생을 버는 길
청춘이 너무나 괴롭다면, 어쩌면 삶을 지키는 이 기술을 모르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청춘이라는 힘겨운 터널을 지나갈 때 나의 삶에 반복되는 후회를 끊어내고 싶다면, 자기 삶이 마음대로 되지 않은데 어찌해야 할지 모른다면, 반드시 이 기술을 익혀서 써야 합니다. 이 기술의 이름은 바로 책읽기입니다.
청춘은 수많은 일들을 겪고 여러 경험을 통해‘나’가 누구인지 알아야 하는 때입니다. 자신이 선 자리에서 벗어 나 세상 밖으로 나가 각양각색의 사람들과 어울리고 부대끼며 자신의 잠재성을 찾아내어야 하죠.“고생은 젊어 사서 한다 ”는 말도 나름 일리가 있는 이유입니다. 고생을 통해서 나는 나를 알아가니까요.
그러나 인간의 경험엔 한계가 있죠. 아무리 뛰어다니며 산전수전 겪었다손치더라도 세상 모든 걸 다 겪을 순 없고 다 알 순 없습니다. 오히려 그 고생 때문에 자신만의 우물을 만든 뒤 그 안에 폴짝 뛰어 들어가 개굴개굴 거릴 수도 있습니다. 기성세대들이 자기경험을 주절거린 뒤 적선하듯 건네는 충고를 받아본 청춘이라면 고개를 끄덕이겠죠. 책을 읽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꽉 막힌 기성세대들은 몸소 보여줍니다. 책을 놓는 순간 정신 줄도 놓쳐버리기 일쑤니까요.
따라서 기성세대처럼 되지 않으려면 지금 자신을 옭아매는 한계들을 훌쩍 뛰어넘어야 하는데, 발구름판이 되어주는 것 이 책입니다. 책을 통해 나는 사업가가 될 수도 있고 영웅호걸이 될 수도 있으며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 연인이 되기도 하고, 사회문제를 고민하는 지식인이 되기도 합니다. 책과 연결되는 순간, 나는 이전과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합니다. 청춘들이 부러워하는 이들을 보면 마치 짠 것처럼 하나같이 손에서 책을 떼지 않습니다. 세상에서 존경받는 사람들 가운데 책을 멀리한 사람 찾기란 취업 걱정 없는 젊은이 찾기보다 어렵습니다. 그들도 청춘과 마 찬가지로 독서를 통해 자신이 미처 몰랐던 세상을 만나고 그 과정에서‘자기 안에 수많은 나들’을 찾아내면서 그 가운데‘더 좋은 나’로 거듭난 것이죠.
그렇지만 모든 책이 다 좋을 순 없죠. 책마다‘영양가’가 다릅니다. 처음엔 여러 종류의 책들을 두루두루 읽어야 겠죠. 그러다보면 무엇이 더 필요한 지 자신이 판단할 수 있는‘내공’이 키 워집니다. 그냥저냥 유명인들의 책을 읽으면서‘지적허영’을 채우는 것보다 그런 이들이 전하는 뜻을 받아들여 내 삶에서 영그는 순간들이 찾아오는 것이 죠.
그래서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자기 계발서’와는 멀어집니다. 젊은이들은 주로 찾는 자기계발서들은 테두리 지어 진‘성공’을 향해 사회에서 시키는 걸 군말 없이 해내는 방법들을 늘어놓으며 이렇게만 하면 된다는데, 문제는 결코 그렇게만 해서는 행복할 수 없으며 그 렇게 살 수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자기 계발서에서 하란 것들이 안 되어서 책을 읽는 것인데, 자기계발서는 그게 문제라고, 그걸 하라고만 종알거립니다. 자기계발서를 암만 들여다봐도‘자극’ 은 좀 받지만 자기 삶엔 딱히‘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까닭입니다. 청춘에게 필요한 건 내 삶을 바꿔낼‘힘’이고, 이 힘은 인문사회서적과의 만남을 통해서 길러집니다. 한국사회는 또 세차게 변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로 읽어낼 수 있는데, 어떤 책이 인기를 끄는지를 봐도 대충 이나마 알아챌 수 있습니다. 그동안은『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 』『,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마시멜로 이야기』,『시 크릿』따위 책들이 많이 팔렸습니다. 이 사회가 불어넣는 욕망이든 대중들 스 로 원한 욕망이든‘부자 되기’에 온통 얽매어있었죠. 그러던 흐름이『삼성을 생각한다』,『정의란 무엇인가』,『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도가니』,『자기혁명』등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변화’를 젊은이들이 읽어내어야 합니다.
좋은 책을 읽어야만 자신의 삶을 되짚을 수 있고, 세상에서 심어준‘대박’이라든지‘인생역전’같은 환상들에 취하지 않은 채 한 순간 한 순간 자기 삶의 의미와 가치를 물으며 뜻 깊게 살 수 있는 심지가 생깁니다. 책과 부대끼며 세상을 돌아보고 생각을 닦은 사람만이 자신의 삶을 일으켜 세웁니다. 좋은 책이라는 벗을 옆에 두고 사귈 때, 삶의 발목을 잡는 우울과 다리를 거는 고통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얻습니다.
좋은 책에는 지은이의 잠 못 이루던 고민들과 힘들게 공부한 결과가 담겨있기 때문에 얼마의 돈으로 그것을 사는 건 세상에서 으뜸으로 남는 장사이자 적은 돈으로 가장 크게 누리는 사치라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인생을 살아보기, 평소에 안 하던 생각을 해보기, 책을 집어들 때 이뤄지는 놀라운 변신입니다. 한 마디로 책을 읽는 건 인생을 버는 일입니다.
이 가을, 책을 향해 손을 뻗으세요. 책 속에 지금 나의 고민을 풀어낼 지식 과 지혜가 스며있습니다. 무슨 책을 얼마나 읽었느냐, 딱 그 정도가 바로 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