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3호] 정치의 예능화, '나꼼수'
'나는 꼼수다'의 명과 암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가 굉장한 인기를 끌며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다.‘나꼼수는 팟캐스트(Podcast)에서 한국 최고의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인‘손석희의 시선집중’을 제쳤고, 한국 프로그램으로는 독보적 1위였던‘두시탈출 컬투쇼’마저 한참 뒤로 밀어냈다. 지난 8월 중순에 는CNN, ABC 등 미국의 주요 미디어를 제치고 세계 1위에 등극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치·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프로그램인 나꼼수가 이렇게 큰 인기를 끌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야사와 뒷담화가 인기있는 이유
역사에서는 정사(正史)와 야사(野史)라는 것이 존재한다. 정사가 정통적인 역사 체계에 의하여 서술된 역사를 의미하는 것 이라면 야사는 정사에 상대하는 의미로서 민간에서 사사로이 기록한 역사를 말한다. 그런데 사실 역사를 배우다 보면 정사의 내용보다 야사의 내용이 더 머릿속에 기억에 남는 경우가 많다. 정사의 경우 딱딱한 서술 문체에 지루한 내용으로 인하여 재미 없다는 느낌을 받기가 쉽지만 야사의 경우 우리 주변의 이야기이고 쉽게 공감을 가질 수 있는 내용이 많으며 서술 자체가 알기 쉽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것이 뒷담화이다. 그 이유는 뒷담화를 통해서 사람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때문이다. 뒷담화를 통해 자신이 깔아내리려는 대상보다 스스로 우월하다고 믿고 싶어하고, 더 나아가 공감대를 형성하여 무리 안에 내가 있다는 소속감을 느끼려고 하는 것이다.
‘나꼼수'는 야사의 서술 방식과 뒷담화의 내용을 통해서 인기를 끈다. 나꼼수는 아무런 기획 없이 아이템만 정해 놓고 준비한 자료만 가지고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 신나고 유쾌하게 정치·사회적 이야기를 하는 방송이다. BBK로 시작하여 남 북정상회담과 관련한 돈봉투 사건, 부산저 축은행 사건, 반값 등록금 문제, 무상급식 논란, 4대강, 농협사태, 인천공항 민영화 논란, 그리고 故 장자연 사건까지 다루지 않는 시사 아이템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나꼼수’의 방송 내용은 사람들이 흔히 어렵게 생각하는 정치·사회적 이야기를 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형식이 없다. 그저 4명의 출연자가 마음대로 이야기 한다. 서로 더 많이 발언을 하기 위해서 싸우기도 하며 때로는 출연자의 웃음소리가 너무 커서 발언이 들리지 않기도 한다. 마치 주변 친구에게 편안하게 아무 내용과 형식을 갖추지 않고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다.
이렇듯‘나꼼수’는 사람들이 어렵게 생각할만한 내용도 대중의 언어로 표현함으로써 사람들이 거부감을 갖지 않게 한다. 흔히 사람들이 생각하는‘높으신 분들’이 나와 대중의 언어를 통해 라디오로 방송하니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이다. 그와 더불어 현 대통령을 뒤에서 비판함으로써 듣는 사람들에게 쾌감을 일으키고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그리고 그 내용이 사실과 소설사이의 경계에 위치하여 있기 때문에 사 람들은 더욱 더 관심을 가진다. 결국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이러한‘재미'가 나꼼수의 가장 큰 인기의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야사와 뒷담화가 위험한 이유
야사가 정사가 될 수 없는 이유는 민간에서 내려온 역사이기 때문에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뒷담화가 위험한 이유는 뒷담화는 돌고 돌아서 결국 자기자신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야사를 보고 그것이 진짜 역사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역사와 다른 경우도 많다. 어느 청취자는‘김어준 총수의 말을 성경 다음으로 믿는다’라며 입장을 밝혔는 데 이는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나꼼수 역시 팩트(fact)와 픽션(fiction) 그 사이에서 이야기를 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청취자들이 올바른 판단 기준을 가지고 비판적인 청취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진중권은 트위터에“나꼼수 17회 청취평: 닭장 속에서 닭들이 부흥회 하는 분위기. 닭들의 컨디션은 좋아 보입디다. 덕분에 잠시나마 유쾌했습니다. 딴지 김어준이 제일 웃기더군. 이 친구, 황우석 때도 비슷한 부흥회 했었지 아마?’라며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이렇듯 나꼼수의 가장 위험한 요소는 사실관계의 왜곡을 통한 진영논리와 대중논리 그리고 이중잣대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나꼼수’25회에서 문재인 이사장이 출현했을 때 그들이 비판하는 대통령을 찬양하는 언론과 마찬가지의 방식으로 문재인 이사장을 띄워주는 모습을 보였다. 뒷담화가 돌고 돌듯이 결국 자신들도 자신의 뒷담화 내용과 똑같이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나꼼수는 대통령의 꼼수를 알려주는 방송일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어떠한 해결책을 제시해 주지 않는다. 단지 그저 현 정치 상황을 풍자할 뿐이다. 그러나‘나꼼수’열풍이 불 만큼 나꼼수를 통해서 사람들의 정치적인 관심이 높아졌으며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나꼼수’팀도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행동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