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3호] 종례신문

2018-10-13     고남숙 흥덕고등학교 교사

두 번째로 부임한 학교는 남자중학교였다. 남자중학교에서의 첫해~ 어 쩜 그렇게 아이들이 차갑던지.. 따뜻하고 다정다감한 남자아이들도 있었을 텐데 워낙 차가운 아이들이 많았던 지라 그해 일년, 마음 고생을 많이 했다. 그래서 다음 해는 아이들을 좀잡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통제와 잔소리로 시간을 지내다보니 11월쯤 되었을 때 내가 너무 신경질만 부리는 야단만 치는 머리에 뿔난 담임 선생님이 되어있다는 것을 알게 되 었다. 그 순간 내 모습이 왜이렇게 싫던지. 그래서 고민 고민을 하다가 인터넷에서 이런 저런 것을 찾다보다 종례신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학급의 여러 가지 일들을 신문으로 만드는 것이다. 종례신문에 글로 내 마음을 표현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말로 하려다가도 글로 쓰면 생각이 정리가 되고 좀 더 좋은 말, 좋은 생각을 전하게 되는 것 같아서 순간적으로 나오는 화보다는 마음속에 있는 아이들을 생각하는 진심을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시작한 종례신문을 통해서 아이들과 소통하는데 즐거움을 느꼈고 아이들이 정말 기다리는 종례신문이 되었다. 학교에서 있던 일을 시시 콜콜 이야기하지 않는 아이들의 부모님들께서도 종례신문을 통해서 학급 일을 알게 되어 좋아하셨고 아들이 집에서 돌아오면 가방에서 종례신문을 먼저 찾는다는 부모님도 계셨다.

때로는 부모님께 전달하고 싶은 글도 신문에 쓰면 전달력이 대단했다. 일 년을 잘 만들어서 학년이 올라가는 날 또는 졸업하는 날 책으로 엮어서 주면 1년의 역사가 생생하게 살아 있는 좋은 추억이 된다. 매일매일 종례신문을 만드시는 선생님도 계시고 일주일에 1~2회 만드시는 분도 계신다. 하지만 종례신문을 받아 본 아이들의 반응, 부모님들의 반응이 워낙 좋아서 매일매일 쓰고 싶은 욕심이 생기게 되는 것 같다. 기다리는 독자 가 있다는 것은 글 쓰는 이를 춤추게 한다.

종례신문의 제목이나 코너 제목은 아이들의 의견을 듣거나 선생님의 톡 톡 튀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더욱 좋다.‘웃음 가득 today,‘2학년 5반의 happy day,‘3학년 7반의 feel so good’ 등은 종례신문 제목이었고 코너제목 으로는‘담임샘’s diary’,‘칭찬합니다’,‘좋은 글’,‘스피드 종례’,‘2학년 5반의 he & she’등이 있다.

‘담임샘’s diary’를 통해서 학급에서 있었던 다양한 사건들을 때로는 위트 있게 때로는 진지하게 전달하고‘스피드 종례’에서는 각종 전달사항들을 적어서 잔소리를 줄여준다.‘칭찬합 니다'에는 작은 일이라고 칭찬거리를 찾아서 소개하고 학급에 칭찬 도우미를 둬서 담임선생님이 관찰하지 못한 칭찬거리를 제보하게 한다. 우리 아 이들은‘칭찬합니다’에 몇 번 나오는 지 체크할 만큼 칭찬을 기대한다.‘2 학 년 5 반 의 h e & s h e ’를 통해서는 학급 아이들을 소개한다. 이 코너에 나는 언제 소개될까 선생님이 어떻게 써주실까 아이들은 기대하며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