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4호] 책 읽기의 방법 - 메모를 어떻게 해야 할까? (3)
맛있는 글쓰기, 말랑말랑 독서
지난 호에서도 강조한 것처럼, 메모하기는 학과 공부를 위해 읽는 전공 서적의 내용을 효과적으로 이해하고 기억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런데 메모하기가 주는 도움 중에서 빠뜨려서는 안 되는 것이 요약문을 작성하는 데 주는 도움이다. 책 읽기만을 강조하는 경우에는 요약문 작성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책 전체의 내용을 종합적이면서도 비판적으로 이해하는 데에 요약문을 작성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일도 드물다. 그러므로 책을 읽었다면 스스로 요약문을 써 보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요약문을 작성하게 하면 그 책을 진짜로 읽었는지, 읽었더라도 얼마나 깊이 있게 읽었는지를 쉽게 알 수 있어서 독서 과제를 확인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기에 좋다. 우리 대학 학생들도 수강할 때 요약문 쓰기 과제를 받는 일이 있을 텐데, 이것을 효과적으로 능숙하게 완성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요약문 작성하기는 사회적 요구가 매우 높은 기능이자 능력이기 때문이다. 나중에 교단에 서 보면 알겠지만, 어떤 교사라도 요약문을 작성하는 능력은 꼭 필요하다. 사실, 지금까지 책을 읽는 방법으로 밑줄 긋기와 메모하기를 다루어왔지만, 이 방법들의 지향점은 요약문 작성하기에 있었다고 보아도 좋다. 대학 이상의 공부는 독서 그 자체가 목적인 경우보다는 쓰기 위해서 읽는 경우가 더 빈번하고 자연스럽다.
메모하기는 요약문을 작성하는 데 기여하는 정도가 매우 크다. 밑줄 긋기도 요약문을 작성하는 데 기여하지만 글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내용을 밑줄로 표시해 둘 수는 없으므로 요약문 작성의 관점에서 보자면 밑줄 긋기는 한계가 있다. 메모는 지금 읽고 있는 글에 없는, 글을 읽으면서 떠오른 어떤 아이디어까지도 반영할 수 있으므로 좋은 요약문을 작성하는 훌륭한 자료가 된다.
요약문을 작성할 때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읽은 글에서 핵심 문장이나 주제 문장을 명확하게 확정하기 어려울 때이다. 설명문을 읽었다면 제목처럼 글의 주요 내용을 알려주는 단서를 흔히 발견할 수 있지만, 대학생들이 읽어야 하는 책이나 글에는 이러한 단서가 명확하지 않을 때가 있다. 이럴 때 독자는 반드시 메모를 통해서 그것을 ‘구성’해서 넣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지난 호에서 강조했던 네 번째 메모의 방법적 원리이다.
그런데 이러한 메모를 효과적으로 하려면 다른 한 가지 독서 방법을 먼저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효과적인 메모를 위해 먼저 적용해야 할 독서 방법은 ‘질문하기’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질문은 글을 읽는 독자가 스스로 마음 속으로 떠올린 질문이다. 유능한 독자일수록 이 질문이 많고 다양하다. 글을 읽는 능숙한 독자의 머릿속을 들여다 볼 수 있다면, 아마도 우리는 호기심 많은 어린이처럼 매우 많은 질문을 쏟아내는 독자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독자가 이렇게 질문을 던지는 것은 글의 내용을 더 깊이, 그리고 더 폭넓게 이해하기 위한 목적 때문이다.
독자가 던지는 질문은 그 시기에 따라 읽기 전, 읽는 중, 읽은 후로 구분할 수 있다. 또한 그 질문은 관련 대상에 따라 글의 내용에 관련된 질문, 필자와 관련된 질문, 독자 자신과 관련된 질문, 독서의 맥락에 관한 질문으로 구분할 수 있다. 시기에 따라 질문을 구분한 것은 독서 행위를 기준으로 하여 범박하게 구분한 것이지만, 질문을 던지는 시기에 따라 질문의 내용이 조금씩 달라진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질문의 구분은 관련 대상에 따른 구분이다. 유능한 독자라면 반드시 떠올렸을 법한 질문들이 바로 이 목록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글 내용에 관련된 질문은 내용의 추론·비판·해석 등과 관련된 모든 질문을 포괄한다. ‘다양한 문화의 형성’이라는 제목을 보고 떠올린 ‘어떤 문화가 다양하다는 것이지?’와 같은 질문이 이에 속한다. 이후에 이어질 내용을 예측하는 질문, 내용과 내용의 연결을 시도하는 질문, 내용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비판을 제기하는 질문 등도 글 내용 관련 질문에 포함된다. 필자와 관련된 질문은 필자에게 대화를 시도하듯이 궁금한 것을 묻는 질문이 속하고, 독자 자신에게 하는 질문은 독서 과정을 점검하고 조정하는 질문이 속한다. ‘이 내용이 나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는 거지?’, ‘너, 지금 이해를 잘 하고 있는 거니?’ 등과 같은 질문이 이러한 예에 속한다. 독서 맥락에 관한 질문은 독서의 목적 등을 확인하는 질문을 말한다.
이러한 질문을 떠올린 독자는 이에 대한 답변을 마련하게 되는데, 그 답변이 바로 메모의 주요 내용이 된다.
내용에 관한 메모와 생각이나 느낌에 관한 메모도, 독자가 구성해서 넣어야 할 메모도 질문에 대한 답을 마련하는 과정을 통해서 효과적으로 완성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성공적인 요약문 작성과 효과적인 메모 작성을 위해 마음껏 질문을 떠올리면서 글을 읽어보기로 하자. 이를 통해서 유능한 독자, 능숙한 필자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