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9호/독자의 시선] 20대가 투표를 해야하는 이유
4·11 19대 총선이 치러졌다.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정치인을 비롯해 유명 인사들의 투표율 이색공약들도 대거 등장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전국 평균투표율 54.3%로 이번 총선에서는 이 약속들을 실제로 보기는 어렵게 됐다. 그래도 18대 총선에서 투표율 46.1%가 나온 것과 비교하면 투표율이 많이 상승했다. 하지만 54.3%의 투표율을 보며 비단 '높다'라고는 할 수 없다. 유엔 산하 민주주의 선거 지원기구가 지난 2000년부터 2009년까지 10년간 OECD 회원국들의 집계 평균 투표율은 71.4%로 나왔다. 우리나라의 투표율은 OECD 30개 회원국 중 26위에 그쳤다. 이번 19대 총선 투표율이 18대와 비교하여 많이 상승한 것은 사실이지만, 투표율이 낮다는 것은 매우 창피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투표율이 혹자에게는 낮은 것이 유리하고 또 다른 혹자에게는 높은 것이 유리하다고 한다. 하지만 유권자 개개인에게는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지, 누구의 유·불리를 따지는 행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흔히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게 좋다는 이야기를 할 때 '반이 채워진 물 컵'을 비유한다. 부정적인 사고를 하면 '절반밖에 안 남았네'라고 생각하고 긍정적인 사고를 하면 '절반이나 남았네'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하지만, 투표율은 '절반이나'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투표권은 당연히 행사해야 할 권리이다. 가끔 투표를 안 하는 것도 권리가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건 권리가 아니라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다. 권리를 포기할 권리도 있다고 말하면 할 말은 없다. 대신 그 사람은 정치권을 욕하고 사회를 탓할 권리도 같이 포기해야 한다.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으면서 욕만 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행동이다. 불합리하다고 욕하는 세상을 바꾸고 싶으면 자신의 의사표시를 분명하게 하는 것이 옳다.
투표를 안 하는 이유를 뽑을 만한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간혹 있다. 이 점에 어느 정도 동의를 하는 바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투표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밥 먹을 때도 자신이 좋아하는 맛있는 반찬이 없다고 밥을 안 먹을 수는 없다. 덜 맛있는 반찬을 이리저리 섞어서라도 일단 밥은 먹어야 한다. 반찬이 맘에 안 든다고 밥을 안 먹는다면 굶어 죽는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누구를 지지하든, 누구를 찍든 무조건 투표는 해야 한다. 투표를 해야 정치인들이 정신을 차리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한 표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그렇게 모인 한 표가 거대해지면 반드시 세상은 바뀐다.
투표는 '국민의 신성한 권리이자 의무'라고 한다. 하지만 권리이자 의무이기 이전에, 투표를 해야 하는 이유가 분명히 존재한다. 그 이유는 우리 일상 자체가 정치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교육, 주거, 환경, 노후를 포함해 기름 값, 버스요금, 과자 값과 같은 우리 생활 속 아주 사소한 것까지도 투표로 바꿀 수 있다. 다시 말해,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도 필수적으로 투표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투표를 통해 부정부패를 척결할 수 있기 때문에 투표권을 모든 사람에게 주어지는 당연한 권리가 아니라, 4년에 한 번 올바른 사회를 만들기 위한 기회라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20대가 투표를 해야 하는 이유가 존재한다. 투표를 통해 20대가 존재한다는 걸 기성세대가 명확하게 인식해야 기성세대개 20대를 존중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투표율과 존재감은 정비례한다. TV프로그램의 시청률이 정치로 치면 '투표율'에 해당한다. 만약 20대의 시청률이 배제되거나 소홀히 취급된다고 생각하면 20대를 위한 프로그램을 아무도 만들지 않을 것이다. 세상에서 20대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서라도 투표는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다. 사실, 한 며으이 20대가 투표를 한다고 해서 세상이 확 바뀌진 않는다. 하지만 바로 그 한 명의 20대만큼은 확 바뀐다. 늘 평가만 받넌 수동적 존재에서 세상을 당당하게 평가하는 능동적인 주체로 말이다.
19대 총선에서 서울지역 20대 유권자들의 투표율이 인천과 경기 20대 투표율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다는 기사를 보았다. 지난 해 치러진 서울 시장 재보궐 선거를 통해 박원순 시장을 배출한 뒤 "투표하면 바뀐다"는 학습효과를 치렀다는 분석이 으뜸이다. 특히 박 시장이 서울 시립대 학생들의 반값등록금을 취임하자마자 성사시키고, 얼마 안 가 서울시 비정규직 1054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보며 투표하면 바뀐다는 확신을 심어줬다는 것이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택해야만 한다. 그래야 최악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악을 막기 위해서는 정치에, 세상에 관심을 가져서 더 훌륭한 후보에게, 우리의 권리를 더 보장해주는 후보에게 투표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여당에게 투표하든, 야당에게 투표하든 그것은 유권자의 몫이다. 다만 투표는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이고, 투표를 통해 더 나은 사회를 구현할 수 있으므로 자신의 투표권을 헛되이 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