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8호] 교육학과 L교수, 조교 성추행 고발

학내 성문제대책위원회 진행과정 공개와 징계위원회 구성

2018-09-19     김지연 기자

지난 8월 4일 오후 4시 25분, 청람광장에 ‘미투’라는 제목의 글 한 편이 올라왔다. 교육학과 L교수에게 약 1년여간 지속적인 성추행을 당해왔음을 고발하는 글이었다. 고발 이후 우리학교는 L교수를 직무에서 배제시키고 학내 성문제대책위원회를 소집하였으며, 고발자의 고소장을 접수한 충북지방경찰청 역시 수사에 착수했다. 한 편 학생들은 대책위 조사 과정의 투명한 공개와 철저한 징계를 요구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L교수 사건의 전개 과정과 진행 상황을 살펴보았다.


◇ 지난달 4일 청람광장 통해 성추행 피해 고발
청람광장의 ‘아침햇살을 기다리며’ 게시판에 최초 고발 글이 올라온 것은 지난 8월 4일이었다. 글쓴이는 자신이 L교수의 조교였다고 밝히며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장례를 치르는 며칠간 학교를 비우는 것에도 혼이 났다”, “이동 시엔 모두 보고하게 시켰는데, 한 시간이 지난 후에도 되돌아오게끔 시키고 부모님과 이동 중이어서 어렵다고 하면 그동안의 조교비를 빼앗고 조교를 교체하던, 정말 왕과 같은 사람이었다”라며 L교수의 만행을 폭로했다. 고발자에 따르면 L교수는 대학원생들의 돈과 노동력을 착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성적 도구로 이용했다. 고발자는 약 1년여간 L교수에게 지속적인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발하며 “저는 결국 그 수치심과 분함을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어떤 것에도 집중할 수 없었고, 제 삶과 건강, 정신은 만신창이가 되었습니다.”라며 피해를 호소했다. 나흘 후 ‘저 또한 교원대 미투 해당 교수 성추행 피해자입니다’라는 추가 고발 글이 청람광장에 올라왔다. 추가 고발자 역시 “L교수는 ‘고등학교 교사나 할 걸 그랬다, 여고생들은 덜 여물었으니까’ 같은 말을 했던 사람이다”, “학부생들을 대상으로도 누구 예쁘지 않냐, 몸매가 좋지 않냐 그런 이야기를 해대던 사람이다”라며 L교수의 언행과 성추행을 폭로했다.


◇ 학내 성문제대책위원회 출범 

첫 번째 게시글은 청람광장 운영회칙 제20조 위반 및 특정 개인을 지칭할 수 있다고 사료된다는 이유로 게시 30여 분만에 관리자에 의해 삭제되었지만, 삭제 전 화면을 캡처한 사진이 퍼지면서 고발 내용은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고발 다음날인 8월 5일 조순묵 부총장은 청람광장을 통해 ▲L교수를 수업, 지도교수, 학과장 등의 직무에서 배제했음 ▲‘한국교원대학교 성문제 예방 및 대책에 관한 규정’에 따라 학내 성문제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구성했음을 공지했다. 대책위는 ▲접수된 사건에 대한 조사 ▲성문제 피해자의 보호조치 ▲가해자의 징계 요구 등을 심의 의결하는 기구로, 위원장은 입학학생처장, 부위원장은 성문제상담실장이 맡는다. 학생 2인, 직원 2인, 교원 2인이 선임직 위원으로 참여하며, 전체 위원의 과반수는 여성이어야 한다.

 

◇ 대책위 논의 과정 공개와 징계위 학생 · 전문가 참여 요구

대책위는 비밀 유지 서약 등을 통해 내부의 논의 사항이나 조사 내용을 외부에 철저히 비밀로 부쳤다. 9월 2일 확대운영위원회는 ‘한국교원대학교에 당신의 자리는 없다’라는 제목의 대자보에서 “통보받는 것이 아닌, 결정과정에 함께할 것이다. 비민주적이고 폐쇄적인 결정구조는 또 다른 균열만을 낳을 뿐이다”라며 대책위 논의 결과를 학생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할 것과, 징계 위원회(이하 징계위) 위원에 학생 및 전문가의 참여를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9월 4일 총학생회 역시 입학학생처장과의 면담에서 같은 것을 요구하였으나, 대책위의 조사 결과와 징계위의 구성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 교육학과 L교수 사건대책위원회 출범

한편 L교수가 소속된 교육학과에서는 ‘한국교원대학교 교육학과 L교수 사건대책위원회(이하 사건대책위)’가 구성되었다. 위원장 김선유(교육학·16) 학우는 “학교에 와서 예상보다 조용한 학내 분위기에 조금 놀랐다. 그게 사람들이 아예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목소리를 모을 기구가 없어서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개강총회 때 이렇게 조용히 넘어가서는 안 된다, 관심을 다시 모으고 대학에 압력을 넣어야 한다는 논의를 통해 사건대책위를 구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총 14명의 교육학과 학부생으로 이루어진 사건대책위는 9월 3일 게시한 ‘우리는 교육학과 L교수 사건 에 침묵하지 않겠다’라는 대자보를 통해 ▲L교수는 자신의 언행과 잘못을 밝히고 책임질 것 ▲대책위는 사건을 철저히 조사할 것 ▲징계위는 대책위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확실히 징계할 것 ▲교내에서 일어난 권위에 의한 위력 행사 및 성폭력 사건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할 것을 주장했으며,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 sns를 활용한 손글씨 해시태그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사건대 책위원 이정하(교육학·16) 학우는 “‘다함께 싸우 면 아무도 다치지 않는다’라는 현수막을 본 적이 있는데, 많이 공감되었다. 이건 교수를 대상으로 하는 운동인데, 교수라는 지위가 주는 압박감을 그나마 가장 적게 받는 대상은 학부생이다. 그러니 우리가 다함께 싸우면 아무도 다치지 않고, 잘못한 사람이 벌을 받아서 사회 정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연대와 참여를 부탁했다.

 

◇ 총학생회, 징계 과정 공개 요구 집회 열어

총학생회는 3차 대책위가 열린 지난 13일 집회를 열었다. 총학생회는 카드뉴스를 통해 “학생의 징계위원회 참여는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지 않다. 징계 결정 과정에서 학생은 어떠한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으며 징계가 결정된 이후로도 마찬가지다”라고 상황을 설명하며 집회를 통해 학생들의 요구를 전달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집회 시작 시간인 오후 2시 40분에 대학본부 앞에 모인 학우는 7명에 불과했다. 집회에 참가한 학우 들은 “우리들은 알고 싶다, 징계 과정 공개하라”라는 구호를 외치며 징계위의 논의 내용을 공개 할 것을 요구했다. 집회를 진행한 이선화(국어교육·17) 학우는 “여기는 무엇보다 교육을 생각하고 공부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인데, 이곳에 우리가 조심해야 하고 눈치 봐야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정말 수치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라며 분노를 표현했다.


◇ 대책위 활동 종료, 징계위 구성 예정

대책위는 8월 6일, 21일, 그리고 9월 13일까지 총 3차에 걸쳐서 열린 뒤 활동을 종료하였다. 대책위원인 총학생회장은 13일 학생총회에서 “대책위 9명 만장일치로 성추행, 성희롱, 성폭력, 공 무원 품위 유지 의무 위반 관련 부분으로 엄중한 징계를 요청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학교의 징계 권자인 총장이 경징계를 내릴지 중징계를 내릴지 결정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징계를 내릴지 징계위원회가 결정한다. 대책위에서 결정된 바가 있어도 징계위가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징계 수위가 달라질 수 있고, 현재 상황에서는 징계위에 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 피해자가 학생인데 학생들이 자신의 의견이나 권리를 대변할 수 없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징계 요구 외에 추가적인 사항으로 학내 위력에 관한 전수 조사를 진행하는 것, 징계위 규정 개정,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라는 결과를 전했다. 대책위의 조사 결과와 징계 요청을 바탕으로 징계위가 구성되어 실질적인 징계를 결정할 예정이나, 구체적인 논의 계획과 구성 인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사안에 대한 학교 구성원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13일 집회 자유발언에서 이정하 학우는 말했다. “제가 학교에 입학할 때 선배들이 저를 비롯 한 동기들한테 우리 과에 조심해야 할 어른들이 몇 명 있는데 누구누구를 조심해라,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저는 학교에 조심할 사람이 있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학내의 후배들이 조심해야 할 어른이 없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용기를 내어 이야기한다면 죄 없는 사람이 숨고 망설이는 일도 적게 일어날 거예요. (...) 저희는 절대 이 사안에 대해 침묵하지 않을 것이고, 14년도에는 잘 넘어갔지만 이번에는 절대 못 넘어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