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2호/지금 만나러 갑니다] 스포츠를 사랑해서 여자친구가 없는 ‘스포츠 카투니스트’
김근석(샤다라빠, 스포츠 카투니스트)
샤다라빠(본명 김근석)는 자신을 웹툰 작가라고 소개하지 않는다. 자신은 그저 ‘스포츠 카투니스트’라고 소개한다. 그가 연재하는 만화만 해도 샤다라빠의 ‘풋볼 다이어리’, ‘골닷컴툰’, ‘제멋대로 성남빠’, ‘꼴데툰’ 등 총 7곳에서 스포츠, 게임과 관련된 만화를 연재하고 있다. 다음이나 네이트 등의 주요 포털사이트의 스포츠 카툰란을 찾아가면 그의 만화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굳이 인터넷 사이트뿐만 아니라 SBS예능 프로그램인 ‘자기야’나 ‘영웅호걸’에도 참여하였다. 우리나라 스포츠팬, 혹은 게임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은 그의 이름을 들어 보았을 것이고, 그의 만화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성남과 대구의 경기가 있던 날, 탄천종합운동장에 찾아가 그를 만나 보았다.
그를 처음 보았을 때 그가 그린 만화에서 작가 자신을 뜻하는 통통하고 귀여운 연보라색 고양이 캐릭터와는 달리, 삭발한 머리에 왼손엔 문신을 한 후덕한 풍채가 눈에 띠었다. 만화 속 작가 캐릭터가 고양이인 이유에 대해서 묻자 그는 단순히 “그리기 쉬워서”라고 답하였다. 그의 모습은 마치 롯데 감독 양승호와 닮아 보였다. “초기에는 양승호를 닮았다는 말이 싫었습니다. 그때는 롯데가 너무 성적이 나빴거든요. 지금 롯데가 잘하잖아요. 감독님이 너무 좋아요.”라고 말하는 그는 역시 뼛속까지 스포츠팬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가 응원하는 프로축구팀은 성남 일화이며 프로야구팀은 롯데 자이언츠이다. 전라남도 해남 출신인 그가 어떻게 성남 일화와 롯데 자이언츠를 응원하게 되었을까? “본래 저도 해태 타이거즈를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해태가 기아로 바뀌면서 유니폼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그래서 어떤 팀을 좋아할까 고민하고 있다가 아는 형 때문에 처음 야구장에 가게 되었는데, 그 때 본 팀이 롯데 자이언츠였습니다. 그래서 처음 본 팀을 계속 지금까지 응원하게 되었어요. 성남 일화 역시 제가 좋아하는 선수가 팀에 뛰게 되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지금까지 쭉 응원하고 있습니다.”
축구팀으로서 우승은 많이 했지만 팬의 수는 적은 성남 일화와 야구팀으로서 우승은 적게 하였지만 팬이 많은 야구팀 롯데 자이언츠를 동시에 응원하는 팬의 기분은 어떠할까? “스포츠 팀을 응원하면서 2가지 기쁨이 있다고 생각해요. 응원하는 팀이 승리를 하면서 얻을 수 있는 기쁨과 그 응원하는 팀이 승리하든 패배하든 함께 응원하는 것 그 자체에서 얻을 수 있는 기쁨, 저는 두 팀을 응원하면서 그 두 가지 즐거움을 동시에 누렸습니다.”
샤다라빠는 스포츠 광이라고 할 정도로 스포츠에 몰두한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인 성남 일화, 롯데 자이언츠, 또한 해외축구 역시 빼먹지 않고 본다. 축구에 대한 그의 관심은 K리그 에만 그치지 않고 K3리그, 해외리그 등의 리그에도 미친다. “K3리그는 선수들이 몸을 아끼지 않아서 좋아요. 며칠 후에 요미우리와 한신의 경기를 보러 일본에 가서 직접 관람할 생각입니다.” 최근드러난 스포츠 승부조작에 대해서 질문하자 그는 강력하게 비판하였다. “그것은 스포츠 정신을 팔아먹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팬들을 바보로 만드는 처사죠. 돈 몇 푼 벌겠다고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정말 옳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스포츠를 사랑해서일까? 그는 2005년 이후로 지금까지 여자친구가 없다고 한다. 여자친구가 없을 정도로 스포츠를 좋아하는 그가 어떻게 스포츠 만화를 시작하게 되었을까? 그의 대답은 간단하였다. “내가 보려구요. 제가 축구 만화를 처음 그리기 시작할 때에 야구와 관련된 만화는 존재했지만 K리그와 관련된 축구만화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축구와 관련되어 즐길 만한 컨텐츠가 없다는 생각에 그리게 되었습니다. 처음 축구만화를 그렸다는 점에서 스포츠 카투니스트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포츠팬들 사이에서는 샤다라빠가 그린 만화에서 칭찬한 팀이나 사람은 꼭 다음에 지거나 나쁘게 된다는 ‘샤다라빠의 저주’가 유명하다. 그렇기에 어느 스포츠팬들은 제발 자신이 응원한 팀이 샤다라빠의 만화에 나오지 않기를 기도한다. 그는 “그거 다 유언비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맞는 것도 있는데 왜 틀린 것만 사람들이 기억하는지 모르겠어요”하지만 유언비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맞는 것이 많다. 그가 최근 연재했던 만화 꼴데툰에서 칭찬한 이용훈 투수는 바로 다음 경기에서 최다실점을 하였다. 이러한 것들은 스포츠팬들에게 또 하나의 볼거리와 즐거움을 가져다준다.
“9회말 2아웃이라고 네이트에 한 번 연재하고 종료된 만화가 있는데 그 만화를 그리는 데 3일이나 걸렸어요. 저는 본래 하루 만에 만화를 그리거든요. 3일씩 걸려서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은 웹툰 작가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스포츠를 통해 만화를 그리는 스포츠 카투니스트지요. 앞으로도 계속 할 수 있다면 할 수 있는 데까지 스포츠를 즐기면서 만화를 그리며 살고 싶어요.”
인터뷰 장소는 성남 일화의 서포터즈 ‘울트라스’가 모이는 장소였다. 본래 경기 시작 2시간 전에 다같이 모여서 술을 마신 뒤에 경기 응원을 나선다고 한다. 인터뷰 도중 서포터즈들 간의 대화를 들으며 성남 일화 팬들의 마음, 한 스포츠팀을 응원하는 팬들의 열정을 느낄 수가 있었다. 샤다라빠도 이 울트라스의 일원 중 한 사람이었다. 다 같이 성남 일화의 머플러를 매며 요새 성남 일화가 부진한 성적에 대해 화를 내지만 기어코 경기장에 다시 찾아가 경기를 보는 그의 모습은 진정한 스포츠팬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