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0호] 미쳐버린 세포, 암의 이해와 극복

생활과 질병

2018-03-25     구민정 기자

보건복지부가 ‘2009년 국가 암 등록 통계’를 발표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제 수명까지 살면서 암에 걸릴 확률은 36% 정도로, 약 3명 가운데 1명이 평생에 한번은 암과 맞닥뜨린다고 한다. 한국은 국가암관리사업이 본격적으로 확대된 2000년 이후 현재까지 암 발생률은 연평균 3.4% 정도의 지속적인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반면 2005년부터 2009년까지 발생한 암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62%로, 1990년대와 비교할 경우 생존율이 뚜렷이 증가했다고 한다. 암 환자 80만 시대에 적을 알고 싸워야 이길 수 있듯이, 인류 최대의 질병인 암을 제대로 알아야 하는 것은 이제 현대인의 필수교양이라고 할 수 있다.
암은 유전자의 병, DNA가 미쳐서 일어나는 병이다. 일반적으로 세포 증식은 유전자의 명령에 의해 규칙적으로 일어나며, 착란을 일으키는 일은 없다. 세포 증식 자체는 세포가 살아 있는 한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며 정상적인 생리 과정이다. 세포가 어느 한도 이상으로 증식하면 세포는 스스로 죽음을 택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으므로, 암이 되지 않는 한 세포가 무한히 증식하는 일은 없다. 세포 증식을 그렇게 조절하는 유전자에 이상이 생겨서 정상적인 사이클을 벗어나는 병이 암이다.
항암제는 크게 세포를 죽이는 ‘살세포약’과 ‘분자표적약’으로 나눌 수 있다. 살세포약은 본래 독가스에 뿌리를 둔 독극물 자체다. 요컨대 암세포 자체를 죽인다. 그러나 암세포만 죽이기는 힘들고, 정상 세포까지 많건 적건 죽이므로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 분자표적약은 시그널 패스웨이를 선택적으로 막아보자는 발상에서 나온 약이다. 이는 일시적으로는 잘 듣지만, 효력은 일정 기간뿐이다.
암은 왜 이렇게 끈질길까? 생물 진화의 초기 단계에는 지구에 산소 자체가 희박했다. 생물이 바다에서 뭍으로 올라온 초기에는 물과 뭍을 오가는 양생류 생활을 했는데, 그때는 산소를 그리 충분하게 획득할 수 없었을 것이라 추정된다. 그런 상황에서 HIF-1이 작동한 스위치 가운데 하나가 혈관신생인자였던 것이다. HIF-1과 혈관신생인자는 모두 암에게 가혹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을 주고, 온갖 치료법에 의한 공격에도 견뎌내고 살아남는 강인함을 주었다. 또한 암은 혈액순환이나 림프순환을 통해 전이가 되어 끈질기다. 또한 암 치료 후에 완치되었던 환자에 암이 다시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암의 원인이 명확히 알려지지 않은 현실에서 완전 예방은 어려운 형편이지만, 다만 현재까지 알려진 위험요인을 가능한 한 피하고 암 발생을 억제하는 요인을 살려 나가는 1차 예방과, 조기 진단 및 조기 치료로 장기생존율을 추구하는 2차 예방이 있다.
1차 예방 가운데에서 흡연이 암의 단일 위험요인으로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모든 사람이 흡연하지 않는다면 남자에서는 전체의 30%, 여자에서는 15%의 암 발생 빈도가 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폐암 발생 빈도가 줄 것이며, 구강암‧식도암‧인후암‧방광암 등도 줄 것이 기대된다.
또, 1차 예방으로 황색 또는 녹청색 채소는 비타민 A와 C를 많이 함유하고 있어 항암효과가 있다는 것이 실험통계상 인정되어 있으므로 신선한 채소를 섭취할 것을 권장하고 있고, 고지방 음식은 대장암‧유방암‧자궁체부암 등의 발생 빈도를 늘리므로 저지방 음식을 권장하고 있다. 2차 예방은 위암의 경우는 위내시경과 상부위장관이중조영술에 의하여, 자궁경부암은 부인들의 6개월마다의 세포 검진에 의하여, 유방암은 한 달에 한 번 자가진찰법에 의하여 조기 진단할 수 있고, 또한 조기 치료가 가능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