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0호] 우리 아이가 왜 그럴까?
생생 정보통-생생한 학급운영
4월로 접어들면 학년 초 다급하게 해내던 각종 계획서와 관련 서류들도 대충 마무리가 된다. 이젠 중간고사도 다가오니 수업에 집중할 때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서먹했던 학년 초를 벗어나 서로의 특징을 파악하여 장난과 사건사고를 연이어 일으키기 시작한다. 친해진 친구들과 수업시간에도 연신 장난을 치거나, 유독 결속력이 좋은 몇 그룹이 학급을 주도하는 바람에 자의반 타의반 따돌림을 받는 아이가 생기기도 한다. 또, 수업 중에 지적하는 선생님께 짜증을 내거나 욕설을 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기도 한다.
대체 우리 아이들이 왜 그러는 것일까?
요즘(?) 우리 아이들은 대개 자신의 감정 표현에 매우 미숙하다. 좋은 것인지 싫은 것인지도 분명하지 않고, 왜 그런지는 더더욱 모른다. 그냥 불편하면 인상쓰고, 화내고, 짜증낸다. 자신에게 왜 그런 감정이 일어났는지는 알지 못한다. 대상이 누구든 상관없다. 수업에 늦게 들어와 왜 늦었냐고 물어보는 선생님께도 짜증내고, 수업시간에 잠을 자고 있어서 깨우는 선생님께도 졸린데 깨운다고 짜증낸다. 한 번은 우리 반(고1 남학생반)에서 수업하시던 선생님께서 수업 중에 도저히 수업을 할 수 없다고 한 아이를 데리고 오셨다. 수업시간 내내 소리내어 주변 친구들에게 말을 걸고 떠들던 이 아이를 더는 보고 있을 수 없어서 지적하셨더니 선생님께 아이가 짜증을 냈단다. 그래서 다시 선생님께서 아이를 나무라는 과정 중에 아이 어깨를 쳤는데 그걸로 아이가 발끈해서 선생님께 막말을 하고 대드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담당 선생님께는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제가 지도하겠노라고 아이를 받아 함께 앉았다. 화가 나서 흥분상태로 씩씩거리고 있는 아이를 앉혀놓고 차분히 아이의 감정 읽기를 했다. ‘그러니까 너는 지금 선생님이 네 어깨를 쳐서 무척 기분이 상한 거구나. 그리고 너만 꾸지람을 하셔서 기분이 나빴고…’ 아이는 씩씩거리면서 짜증 반 성질 반 말을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조금 흥분이 누그러지기 시작하기에 아이의 지금 불편한 감정을 읽어주었다. 조금씩 마음이 가라앉는 것 같기에 ‘그런데 영어 선생님이 왜 네게 그러셨을까?’라고 질문을 던져봤다. 말이 없기에 영어 선생님의 입장에서 교실 상황을 한 번 묘사해봤다. 시간이 좀 걸렸지만, 두 사람 모두에게 불편한 상황이었던 그 장면에서 사실 그것을 유발한 것이 본인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또 영어 선생님께 사과하는 방법도 상의하고, 연습까지 한 후 실제 아이가 선생님께 정중히 사과드리는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되었다.(그 당시에는 무척 아름답게 마무리가 잘 되었다. 그러나 한 번으로 아이의 생각과 행동이 모두 변한 것은 아니었다.)
요즘 아이들을 보면 자신의 불편함이 무엇에서 시작되었는지 전혀 들여다보지 못하고, 무조건 지금 내 앞의 상대 때문이라고 생각하면서 공격하고, 싫어한다. 이 또한 왜 그럴까. 생각해보면 마치 어린 아가들 같다. 말 배우기 전 아이들을 잘 보면 아직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그 때 엄마가 감정을 읽어주면 자신의 감정이 그것이라는 것을 하나하나 알아간다. 그런데 그 때 엄마가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읽어주지 못한 아이들은 대개 꾹 참고 있거나 아니면 마냥 칭얼대고, 어른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불편함을 표현한다. 요즘 우리 아이들을 보면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그런 상태로 남아있는 것 같다.
그리고, 영상 세대라서 그런지 다른 이의 아픔에 대한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 게임중독에 걸린 사람의 뇌를 찍어보면 공감능력에 해당되는 뇌의 부분이 비활성화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단다. 그래서 말도 안되는 폭력도 행사하게 되는 것일까.
또, 가정이 불안정할 때 공격성을 더 드러내기도 한다. 엄마도 아빠도 아이를 돌볼 수 없는 상황, 혹은 이 집 저 집 떠도는 환경에서 마음을 어디에도 붙이지 못하는 경우 아이가 더욱 예민하게 방어적이고,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원인이 무엇이건 이젠 아이들과 이야기할 때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도 당연하게 이야기해서는 아이들과 소통하기 힘들다. 그 아이의 눈높이와 감정, 지식 수준에서 하나하나 설명을 해주고 이해를 시켜주어야 그 다음 단게로 나아갈 수 있다. 물론 금방 끝나지도, 쉽지도 않은 과정이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포기해서도 안 된다.
교육은 변화를 기대한다. 하지만, 그 변화가 반드시 내 눈 앞에서 나타나지만은 않는다. 이 아이의 성장과정 중 언젠가… 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교사에겐 여유도 희망도 사라져버릴지도 모르겠다. 당장은 너무나 막막해보이는 이 아이의 눈높이로, 본인도 모르는 엄청난 감정의 짐을 하나씩 풀어내는 연습을 시작해보는 것이 그나마 최선이 아닐까.